책소개
《남채화(藍采和)》는 원나라 시대의 잡극으로, 신선들이 속세로 내려와 평범한 인물을 계도하고 신선의 경지로 이끄는 주제를 다룬 ‘신선 도화극’의 일종이다. 남채화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그가 신선이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남채화, 본명 허견은 정치적 위협을 피해 예명을 사용하며 연극배우로 활동한다. 우연히 남채화를 보게 된 신선 한종리는 그가 신선이 될 자질을 알아보고 여러 차례 남채화에게 출가를 권유한다. 남채화가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자 한종리는 관리 여동빈과 짜고 남채화를 궁지에 몬다. 계략에 빠져 무거운 벌을 면치 못하게 된 남채화는 한종리의 권유를 받아들여 신선의 길을 택하게 되고, 마침내 신선으로 승천한다.
남당(南唐)의 심분(沈汾)이 지은 <속선전(續仙傳)>에서 처음 소개되었지만 작자 미상의 이 잡극에선 내용이 각색되었다. 원대 연극배우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원대 극단의 잡극 공연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어 중국 연극사 연구에서 많은 연극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온 작품으로,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0자평
작자 미상의 원대 작극으로, 신선이 속세에서 범인을 계도해 신선의 경지로 이끄는 “신선 도화극”의 일종이다. 800여 년 전 중국 연극 관련 정보를 담은 원대 희곡 〈남채화〉를 우리말로 즐겨 보자.
옮긴이
문성재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비로 중국에 유학해 남경대학교(중국)에서 문학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어학으로 각각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우리역사연구재단 책임연구원, 국제PEN 한국 본부 번역원 중국어권 번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번역과 저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옮기거나 지은 책으로는 《중국고전희곡 10선》, 《고우영 일지매》(4권, 중역), 《도화선》(2권), 《진시황은 몽골어를 하는 여진족이었다》, 《조선사연구》(2권), 《경본통속소설》, 《한국의 전통연희》(중역),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한사군은 중국에 있었다》, 《루쉰의 사람들》, 《한국 고대사와 한중일의 역사 왜곡》, 《박안경기》(6권), 《이각 박안경기》(8권) 등이 있다.
2012년에는 케이블 T채널이 기획한 고대사 다큐멘터리 《북방대기행》(5부작)에 학술 자문으로 출연했으며, 2014년에는 우리말로 쉽게 풀이한 정인보 《조선사연구》(상하권)가 대한민국학술원 ‘2014년 우수학술도서’(한국학 부문 1위), 2017년에는 《루쉰의 사람들》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7년 세종도서’(교양 부문), 2019년에는 《한국 고대사와 한중일의 역사 왜곡》이 롯데장학재단의 ‘2019년도 롯데출판문화대상’(일반 출판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박안경기》가 대한민국학술원 ‘2023년 우수학술도서’(인문학 부문)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오동우》·《남채화》·《천녀이혼》 등 원대 잡극 희곡의 번역과 《금관총의 주인공 이사지왕은 누구인가》 저술을 진행 중이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절
제2절
제3절
제4절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종리권 : 네놈이 어쩐 일로 왔냐?
남채화 : 수청 드는 걸 빼 먹었다고 원님께서 당장 곤장 마흔 대를 치시겠다지 뭡니까요! 선생님께서 좀 구해 주십시오!
종리권 : 구해 주면… 날 따라서 출가하겠느냐?
남채화 : 구해 주시면 출가하고말고요!
종리권 : 잠깐 저쪽으로 가 있거라! (여동빈과 인사를 한다.) 나리.
여동빈 : 사부님께서 여기에 오신 줄 알았더라면 멀리 마중이라도 나갔을 텐데 말입니다! 대접이 소홀했습니다마는 과히 탓하지는 마십시오!
종리권 : 남채화가 무슨 죄라도 지었나 보지요?
여동빈 : 수청을 빼 먹었지 뭡니까? 벌을 받아야지요!
종리권 : 아예 저한테 제자로 주시지요?
여동빈 : 사부님께서 원하신다면야 기꺼이 드려야지요! (…) 여봐라, 끌고 오렷다! (…) 이놈 남채화야, 네놈 참 운이 좋구나! 사부님만 안 오셨더라면 그 자리에서 곤장 40대로 조졌을 텐데 사부님께서 네놈을 제자로 삼으시겠다니 네 죄를 용서하겠다! (…) 사부님을 따라가거라!
남채화 : 사부님, 원님 감사합니다! 오늘 당장 사부님을 따라 출가하고말굽쇼! (노래한다.)
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