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호학은 표현과 내용이 한 가지 의미만 갖지 않고, 다양한 해석과 의미가 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점점 복잡해질수록 기호학의 범주와 효용도 함께 넓고 깊어지고 있다. 저자는 기호학 중에서도 최신 경향인 퍼스기호학의 전문가다.
이 책은 퍼스의 기호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쓴 내러티브 연구서다. 기호 해석의 대행체로서 발화자와 해석자 사이 소통의 매개가 되는 내러티브의 의미를 기호 과정(세미오시스)을 통해 밝혔다. 저자는 내러티브의 세미오시스를 열 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퍼스기호학의 세미오시스 모델은 인물의 행동과 대상 간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맥락에 따른 행동의 배열과 인과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내러티브 세미오틱스(기호 과정)가 궁극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내러티브 기호를 매개로 하는 저자와 독자의 소통이다. 퍼스기호학적 접근으로 보면 내러티브의 힘은 내러티브의 해석 활동에서 나온다.
200자평
내러티브는 세계, 삶, 경험을 재현하는 상징적 매개이자 소통을 위한 인지적 도구다. 문화 공동체 구성원은 내러티브의 형식, 매체, 장르에 기초해 수행되는 내러티브 활동으로 세계, 타인, 자기 자신과 소통한다. 스토리는 말로 전해지고 행동으로 드러나며 이미지로 표현된다. 말, 행동, 이미지, 기호가 재현하는 스토리 세계는 말하기와 보여 주기의 내러티브 모드의 상호적 과정에서 실현된다. 구성원은 세계와 타인에 대한 지식이 수반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앎과 자기 해석의 과정을 거치며 사고의 지평을 확장시킨다. 이 책은 시, 영화, 에세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내러티브와 그 기호 과정인 세미오시스에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내러티브 기호 해석 범주 커뮤니케이션을 설명했다.
지은이
이윤희
한국외국어대학교 세미오시스연구센터 인문한국(HK)교수다. 고려대학교에서 “활동기호학의 이론적 토대: 상징적 중재와 대화적 상호작용”(2007)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기호학회(IASS)의 공식학술지 Semiotica에서 선정하는 최우수논문상(Mouton d’Or Award)을 2008년에 수상했다. 2011년에 인디아나대학교ᐨ퍼듀대학교의 ‘퍼스전집편찬위원회’에서 초빙 연구원으로 퍼스 연구를 수행했으며, 고려대학교에서 다년간 기호학을 가르쳤다. 퍼스기호학의 관점에서 상징, 대화적 자아, 사랑, 내러티브 인지와 모델링, 이미지와 다이어그램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역서는 ‘퍼스기호학 독해 시리즈’로 『퍼스기호학의 이해』(2013), 『퍼스 철학의 이해』(2016, 2019 개정), 『의미의 이해: 찰스 퍼스와 구조주의, 그리고 문학』(2016)이 있다. 저서로는 『찰스 샌더스 퍼스』(2017)가 있다. 그 외 “퍼스의 다이어그램과 알레고리적 독서: 김연수의 작품을 중심으로”(2018), “A semiotics of creativity and a poetic metaphor: Towards a dialogical relation of expression and explanation”(2016), “The rhetoric of love and selfᐨnarratives in the cinema image: A Peircean approach”(공저, 2016), “여행 내러티브에 대한 퍼스기호학적 접근: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중심으로”(2015) 등 다수 논문이 있다.
차례
01 내러티브 기호
02 은유와 내러티브
03 일인칭 관점과 기호적 주체
04 내러티브 해석
05 시인과 사랑
06 영화와 퍼스의 다이어그램
07 에세이스트와 서술 활동
08 내러티브 범주
09 내러티브 커뮤니케이션
10 기호적 자아와 서사적 정체성
책속으로
기표와 관계를 통한 의미 규정 과정에서 끊임없이 규정되는 기의로서 의미는 텍스트의 의미를 규정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텍스트 세계에서만 그렇게 존재하는 구조성으로서의 형이상학적 의미가 된다. 그것은 내러티브 구조의 구조성에만 존재하는 형이상학적 의미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퍼스기호학적 관점에서는 내러티브를 매개로 한 해석 과정에서 발화 행위의 주체로서 해석자의 경험세계가 배제된 내러티브 해석은 유의미하지 않다. 퍼스기호학적 관점에서 내러티브의 경험과 의미는 분리될 수 없으며, 이는 해석체의 기능과 연결되어 있다. 기호의 해석체로서 대행 기능을 하면서 해석자는 해석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내러티브 과정을 논리적으로 만들고, 의도적 발화 행위를 통해 목적을 지향하는 내러티브 해석 활동에서 주체가 된다.
“내러티브의 세미오시스” 중에서
어떤 대상을 기호로 인식하는 것은 그 대상이 기호 속에 재현되어 있음을 전제하고, 이때 기호의 의미는 바로 재현된 대상의 개념을 가리킨다. 인간은 그 기호가 가리키는 대상의 개념에 반응하는 유기체다. 대상의 개념이란 언어 공동체에 의해 공유되는 사고 습관이다. 따라서 기호의 자극을 매개로 개념이 환기되며, 이는 기억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기억의 형태는 언어 기호의 관습에 반응하는 언어 행위를 포함한다.
“내러티브 기호” 중에서
내러티브는 허구적 요소 혹은 사실적 요소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리쾨르의 지적처럼, 역사와 허구는 교차된다(Ricoeur, 1985/2004:351∼372). 허구적 내러티브는 그 내용이 갖는 개연성을 통해 발화자가 재현하는 대상이 실재가 되게 한다. 또한 사실적 내러티브는 발화자의 의도를 함축하는 배열과 구성을 통해 사실 너머에 있는 대상을 재현한다. 이런 점에서 내러티브 텍스트를 매개로 한 커뮤니케이션은 발화자의 의도를 세우는 지향적 해석체와 해석자의 효과로 나타나는 효과적 해석체가 대화적 관계를 통해 상호 효과인 공통의 해석체를 세우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내러티브 커뮤니케이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