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네네츠인은 44,640명 정도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러시아 연방의 야말 네네츠 자치구에 모여 살고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에는 물질문화는 물론이고 이와 관련된 정신문화, 종교와 샤머니즘도 반영되어 있어서 네네츠의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어떤 이야기들은 한국 민담과 유사한 이야기 형태를 지녔는데, 이런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발견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 있다. 왜 동물 세계에서 현재와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근원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이야기, 네네츠인 사이에서 가장 존경 받는 신 중 하나인 야브 말에 관련된 이야기, 세상의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 종족의 형성과 관련된 이야기 등 이 책에는 네네츠인의 설화 14편이 실려 있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박미령은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그림책’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공동으로 번역·출간한 ≪러시아 여성의 눈≫, ≪러시아 추리 작가 10인 단편선≫이 있다. 논문으로는 <지배 이데올로기와 영웅서사시 브일리나>, <Comparative Analysis of Korean Folktale The wonderful Serpent Bridegroom and Russian The Feather of Finist the Falcon of the Type Cupid and Psyche>, <소비에트 제국 이데올로기의 토착화를 위한 아동문학의 역할: 20ᐨ30년대 그림책과 포토몽타주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차례
새 총각
왜 부엉이는 햇빛을 보지 못하는가?
여우, 새 그리고 까마귀
곰이 꼬리를 잃게 된 사연
하류치
아기 순록과 생쥐
세 아들
월귤나무 열매
모캐 남편과 부인 마리야 공주
러시아 노인의 세 아들
한 꼬마 이야기
힘센 독수리가 네네츠인들에게 해를 돌려준 이야기
야브 말의 모험
야브 말이 거인을 이긴 이야기
해설
옮긴이에 대해서
책속으로
아주 옛날 일이다. 아주 오래전 네네츠족이 살던 땅에는 해가 지지 않았다. 그래서 호수와 강의 물은 마치 솥 속의 물처럼 끓어올랐고, 물고기들도 모두 죽어 갔다. 그러나 바닷가와 숲 사이에서는 순록 떼를 유목할 수 있었다. 하늘색과 흰색의 북극여우도 덫으로 잡을 수 있었고, 매년 봄 거위, 오리, 백조가 구름처럼 날아들었다. 네네츠족은 툰드라에서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데 숲 너머에 검은 솔개가 살고 있었다. 솔개는 머리가 두 개였고, 날카로운 부리가 두 개, 질투심 가득한 눈이 네 개였다. 그 솔개는 아무리 사냥을 많이 해도 여전히 욕심을 부렸다. 포악한 매들이 그 솔개를 받들고 있었다.
언젠가 매 한 마리가 멀리 툰드라까지 날아와서 네네츠족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매는 돌아가서 제 주인인 솔개에게 본 것을 말했다.
그러자 검은 솔개는 질투심에 더욱 검게 변했다. 그는 음모를 꾸며 네네츠인들에게서 해를 빼앗기로 했다. 그는 부하들에게 커다란 그물을 짜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자신은 땅에 부딪쳐 뚱뚱한 상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많은 술을 가지고 네네츠인 마을로 찾아갔다.
−1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