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노비들을 혹독하게 부리며 충주성 개축 공사를 진행하던 어느 날 몽고군이 침입해 온다. 군사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노승은 노비군 조직을 제안하고, 속량을 약속받은 노비들은 열심히 싸워 몽고군을 물리친다. 그러나 부사와 판관은 이후 노비 속량에 반대하며 다시 노비들을 잡아들일 계획을 세운다. 상부의 조치에 분노한 노비들은 무력으로 항거하는데, 두 세력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노승을 비롯한 여러 희생자가 나온다. 결국 노비 해방의 꿈은 좌절되고, 극은 비극적인 분위기에서 막을 내린다. 1970년대 권력층의 허위의식과 폭력성, 그리고 자유를 억압하는 계급사회의 모순 등을 고려 시대라는 역사적 시간 속에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작품은 노승과 취발이를 등장시키거나 탈춤의 재담을 활용하는 등 전통극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민중적인 정서를 드러내려 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코러스가 극 진행과 무관하게 등장해 극적 상황을 직접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관객이 극중 상황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을 막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1973년 극단 산하가 표재순 연출로 국립극장에서 초연했고, 이듬해 현대문학상 희곡 부문을 수상했다.
200자평
고려시대 충주성 방호별감이었던 김윤후 대사와 관련한 역사적 사건을 신분 갈등이라는 시각에서 새롭게 극화한 작품이다.
지은이
윤대성은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를 수료했다. 196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출발>이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다양한 소재를 취해 사회성 짙은 작품을 선보여 왔는데, 그중 <노비 문서>, <너도 먹고 물러나라> 등에서는 전통적인 연희 양식을 수용해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 현대극의 새 방향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1985년 청소년 연극 <방황하는 별들>이 흥행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꿈꾸는 별들>(1986), <불타는 별들>(1989) 등 후속 작품을 발표하며 청소년 연극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대표 희곡에는 <노비 문서>(1973), <출세기>(1974), <사의 찬미>(1988) 등이 있다. 희곡집 ≪신화 1900≫(1982), ≪윤대성 희곡집≫(1990), ≪남사당의 하늘≫(1994), ≪당신 안녕≫(2002)과 이론서 ≪극작의 실제≫(1995) 등을 출간했다. ≪윤대성 희곡 전집≫(전 4권, 평민사, 2004)을 출간했고, 대담 전기 ≪연극과 통찰≫(연극과인간, 2010)을 출간했다.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하며 <수사반장>, <박순경>, <한 지붕 세 가족> 등을 썼다. 동아연극상, 한국연극영화예술상(2회), 현대문학상,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 대한민국방송대상 극본상, 동랑유치진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201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임되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교수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부
제2부
<노비 문서>는
윤대성은
책속으로
이자헌: 그래 죽여 주마. 바로 네놈 때문이다. 내 딸을 죽게 한 건 바로 네놈이다.
강쇠: 대감, 잘못 아셨소. 내 아내를 죽게 한 건 바로 그 아비의 배신 때문이오. 노비 문서가 지영을 죽인 것이오.
이자헌: 노비 문서?
강쇠: 그렇소. 노비 문서가 지영을 죽이고 사람들의 희망과 양심을 죽이고 만 것이오. 노비 문서가 피를 흘리게 했소.
이자헌: 도대체 그 종잇조각이 무어란 말이냐? (미친 듯 호령한다.) 노비 문서를 태워 버려라! 부사! 부사를 불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