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논리학과 바둑의 만남: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탐구
논리학과 바둑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려는 시도는 “서양의 논리, 동양의 마음”에서 제기된 논리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바둑의 신비를 설명하지 못하는 논리가 과연 진정한 논리일 수 있는지에 대한 반문에서 시작된 이 연구는, 알파고의 등장을 계기로 논리학, 인공지능, 그리고 바둑이 서로 얽히는 복잡한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네 가지 중요한 관계—논리학, 인공지능, 인공지능 바둑, 바둑—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각 관계가 내적인지 외적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핵심은 단순히 정의가 불완전하거나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관계들이 어떻게 우리의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역사에서 논리학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존 매카시와 앨런 튜링 등의 연구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논리학에 가장 의존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그리고 논리학이 어떻게 인공지능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깊이 있는 분석을 요구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논리학의 관계를 다룬 교과서는 적고, 관련 연구서나 논문을 통해 논리학과 인공지능의 밀접한 관계를 더욱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바둑의 발전은 논리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컴퓨터 바둑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인 알파고는, 정책망, 가치망, 몬테카를로 트리 검색(MCTS) 등의 혁신적인 기법을 통해 바둑을 두는 방식에서 인간의 방식에 가까운 접근을 시도했다. 이 책은 알파고의 기술적 발전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논리적 원리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결국, 논리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바둑은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하며, 이러한 관계들을 탐구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미래와 그에 따른 인간 사고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200자평
이 책은 논리학, 인공지능, 바둑의 관계를 탐구하며, 특히 알파고 혁명 이후 이들 간의 연결을 다룬다. 논리학의 역사와 인공지능의 발전을 연결하고, 컴퓨터 바둑의 발전 과정에서의 논리학적 접근과 그 의미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바둑의 발전 단계와 논리학의 응용을 중심으로 탐구한다.
지은이
박우석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디지털 인문사회과학부 명예교수다.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버펄로)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한국논리학회 회장, 한국분석철학회 회장, 한국바둑학회 회장을 지냈다. 스프링어(Springer) 출판사의 총서 SAPERE(Studies in Applied Philosophy, Epistemology and Rational Ethics)의 자문위원이고, 국제학술지 ≪Al-Mukhatabat: A Trilingual Journal for Logic, Epistemology and Analytical Philosophy≫의 편집위원이다. 최근 저서로 『Philosophy’s Loss of Logic to Mathematics』(2018), 『Abduction in Context』(2016), 『알프레트 타르스키』(2024)가 있고,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번역한 책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초기 논리학』(2023),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실재론적 수학철학: 양과 구조의 과학으로서의 수학』(2022)이 있다.
차례
논리학으로 파헤쳐 보는 인공지능 바둑의 신비
01 바둑과 가추 추리
02 반사실적 추리와 복기
03 믿음 수정 이론과 바둑
04 바둑과 생략논법
05 전략의 논리
06 알파고의 착수 결정
07 인공지능 바둑의 마음 읽기
08 원초적 논리학 대 이상적 논리학
09 전제 탐색과 증명 탐색
10 인공지능 바둑에서 찾는 가추적 생략논법의 구상
책속으로
바둑을 둘 때 매 순간 우리는 여러 가지 갈래의 수읽기를 시도하면서 고려하고 있는 착점으로부터 전개될 수순을 마음속에 그리는데, 그때 우리는 무수한 반사실적 조건문들의 진릿값이나 지지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나아가서 우리는 이제 바둑 두는 사람이 핸슨이 열거한 반사실적 조건문에 대한 세 가지 접근법을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바둑을 두면서 그 접근법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자연스럽게 반사실적 추리에 관해 딜레마에 빠진 분석철학과 인공지능 연구에 탈출로를 찾는 방안을 바둑에서 배워 볼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02_“반사실적 추리와 복기” 중에서
게임 이론에서의 이런 전략 개념 정의가 지니는 문제점은 그것이 게임 상대에 관한 추리로부터 기본적으로 완전히 자유롭다는 데 있다. 설사 상대의 선택에 관해 아무런 단서를 지니지 못했을지라도 경기자에게 보장되는 이득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은 고전적 게임 이론에서부터 진화하며 등장한 진화론적 게임 이론이나 인식게임 이론에서도 여전히 발견된다. 상대의 욕망과 믿음, 믿음의 위계, 공통적 믿음과 지식 등등의 인식논리학의 문제들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1990년경에 이르러 인식논리학과 게임 이론 사이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졌음에도, 고전적 게임 이론의 수학적 접근법에 바탕을 둔 이 모든 노력에서 전략 개념의 부실함은 교정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Park, 2018b, p.1178-1182).
-05_“전략의 논리” 중에서
알파고의 진화에서 가장 괄목한 만한 사실은 진보의 정점에 해당하는 가장 강한 알파고 제로가 이전 버전인 알파고 판후이, 알파고 이세돌, 그리고 알파고 마스터와 달리 정책망과 가치망을 통합하여 단 하나의 신경망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딥마인드의 연구자들 자신의 증언에 의해 확인된다(Silver et al., 2017, p.357). 정책망이 가추의 기능을 하는 반면 가치망은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 기능을 감당했다는 내 가정에 따르면, 그리고 그에 따라 정책망과 가치망의 분업이 설명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 준다는 가정에 따르면, 이 사실은 역설적 귀결을 갖는 것처럼 여겨진다.
-07_“인공지능 바둑의 마음 읽기” 중에서
바둑사에서 묘수의 예로 곧잘 등장하는 진신두(鎭神頭)의 경우 특별한 조작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가추의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수로 양쪽 방향의 축을 방지할 가능성을 찾을 때 고사언(顧師言)은 단순 회귀적 가추자이고, 사고 실험을 통해 그 수가 실제로 상대방이 그 어떤 수로 대응하든지 양쪽 방향의 축을 막을 수 있다는 증명을 구성할 때 그는 자신의 생략논법을 해소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09_“전제 탐색과 증명 탐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