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소피스트적 사유 방식과 수사학의 특징을 서술하고 그 의미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 더 나아가 니체를 이러한 소피스트적 사유와 수사학 전통을 이어받은 현대 철학자로 논의한다. 니체와 소피스트를 연결해 주는 키워드는 ‘반전(Retorsion)’이다. 간단히 말하면 반전은 약한 입장을 강한 입장으로 만드는 기예(techne)다. 리오타르는 이 반전이 우리 시대에 필요한 논리의 한 형태라고 주장하며, 기획하거나 예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담론의 수사학적 효과에서 비롯되는 힘들의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 책에는 반전 개념뿐만 아니라 근대성 문제, 소피스트 수사학의 이중 논증, 소피스트학과 철학의 대립, 허무주의 문제, 변증법 문제, 니체의 소피스트적 담론, 힘과 충동의 문제, 학문의 문제, 플라톤주의, 거짓말쟁이 패러독스, 의견과 진리 문제, 관점의 전도, 러셀의 유형론, 개연성의 문제, 소피스트로서의 소크라테스, 좋은 수사학과 나쁜 수사학, 전위의 예술, 본질의 논리와 단독성의 논리의 대립 등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필요한 논리’라는 주제와 관련해 명확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한다거나 명쾌한 결론을 정리한다거나 하는 체계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 책이 출판을 목적으로 저술된 것이 아니라 다섯 번의 강연을 시간 순서에 따라 모은 것이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표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논리’에 대해서는 어떤 방향과 윤곽만을 보여 준다. 한쪽에 니체와 소피스트의 사유 방식과 논리를, 다른 한쪽에 플라톤 이래의 전통 철학을 배치한 후, 우리 시대에 더 약한 입장에 해당하는 니체와 소피스트의 입장이 왜 더 강한 입장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지를 논증하면서, 이 책 스스로가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반전의 시도가 받아들일 만한 것인지, 어떤 반전이 진정 일어나게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0자평
우리 삶과 세계는 이제 더 이상 참과 거짓이라는 배타적인 논리로 파악할 수 없다. 참과 거짓에 대한 사실 판단의 인식론적 근거도 의문시된다. 포스트모던 철학자 리오타르는 니체와 소피스트의 담론과 논리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양자택일의 이항 논리학, 즉 기존의 진리 논리학을 비판하고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논리를 정립하는 시도를 했다. 이 책은 그의 강연집이다.
지은이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
리오타르는 1924년 베르사유에서 태어났다. 소르본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그곳에서 들뢰즈와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후설의 현상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50년 철학 교사가 되기 위한 철학 국가시험을 통과하고 1952년까지 프랑스 점령 지역 알제리의 콘스탄틴(Constantine)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했다. 이후 프랑스의 여러 고등학교에서 철학 교사를 지냈다.
1954년 카스토리아디스와 르포르가 이끄는 사회주의혁명 그룹인 ‘사회주의인가 야만인가(Socialisme ou Barbarie)’에 가입했다. 이 시기의 저술은 알제리의 정치 상황과 급진적인 사회주의혁명 정치와 관련되어 있다. 1964년 이 그룹이 분열하여 ≪노동자 권력(Pouvoir Ouvrier)≫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트로츠키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소비에트 관료 체계를 비판하자, 그는 여기에 가담했다가 1966년 탈퇴했다. 이제까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가져 온 시각과 관점을 회의하며 마르크스주의를 전체주의 이론으로 비판했다. 다시 철학을 공부하고 저술하는 데 전념했다.
1959년에서 1966년까지 소르본대학교에서 조교로 일했고 그 후 파리의 낭테르대학교(파리 10대학) 철학과에서 강의 경험을 쌓은 후, 1970년대 초 파리 뱅센대학교의 철학 교수로 임용되었다. 뱅센대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 가운데 하나였고 가장 많은 책을 쓴 저술가였다. 1987년 여름 은퇴했다.
옮긴이
이상엽
이상엽은 1986년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에 입학해 3학년을 마친 뒤, 1989년부터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철학·정치학·사회학을 공부했고 <허무주의와 극복인(Nihilismus und Übermensch−Friedrich Nietzsches Versuch eines neuen menschlichen Lebens ohne Transzendenz)>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니체 철학에서 특히 미학·문화철학·윤리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니체의 미학 연구는 그의 미학이 서양 미학사에서 어떤 위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현대 예술과 미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는 작업이다. 그리고 니체의 윤리학 연구는 현대의 탈도덕적 사회현상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주체의 윤리학을 모색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것이다. 또한 니체 철학과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및 소피스트의 수사학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의 다원주의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인식론과 소통 이론을 정립하고자 하는 목표에서다. 한편 지멜·카시러·하이데거 등 20세기 초 독일 철학자들의 근대성 이해와 근대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극복 방안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권력을 행사하는 미디어에 대한 사유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역사철학, 21세기와 대화하다≫(공저, 충남대출판부, 2015), ≪문화 및 문화 현상에 대한 철학적 성찰≫(공저, 씨아이알, 2012), ≪철학의 전환점≫(공저, 프로네시스, 2012)이 있고 최근 논문으로는 <삶의 관점에서 본 비극의 의미>(2015), <니체의 ‘예술가ᐨ형이상학’의 의미와 문제>(2014), <니체의 근원적 허무주의>(2013), <니체와 아곤의 교육>(2013), <귄터 안더스의 종말론적 미디어철학>(2011), <미디어철학의 개념−프랑크 하르트만을 중심으로>(2011) 등이 있다.
차례
서론
제Ⅰ부
소피스트의 양식: 반전
니체에게서 몰락의 양면적 가치
니체의 근대 인정
약자의 강함: 아리스토텔레스의 소피스트 비판
소피스트의 이중 논증
안틸로코스의 술책
소피스트학 대 철학
테러 없는 담론
제Ⅱ부
유럽의 허무주의에 대한 니체의 텍스트
변증법적 독해의 문제
스피노자와 헤겔
니체의 소피스트적 담론
충동 논리: 입장들의 반전, 힘들의 반전
반동적 허무주의와 능동적 허무주의
허무주의의 가장 극단적 형식(반전): 단독성의 논리
제Ⅲ부
학문의 논리적 영역: 진리의 기본 신념, 의심, 그리고 의심의 파토스
플라톤주의의 귀환
폴리트로피아: 문어의 책략
의견의 파토스
거짓말쟁이 패러독스: 나는 거짓말을 한다
의견과 알레테이아
제Ⅳ부
반전과 거짓말쟁이 역설: 역설적인 에너지의 분배
메카네: 관점의 전도
니체의 관점: 병과 건강
이 전도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은 존재하는가?
반전은 ‘일어난다’
담론의 자기 연관성
러셀의 사이비 해결: 유형론
제Ⅴ부
개연성의 문제
소피스트로서 소크라테스(아리스토파네스, 플라톤)
좋은 수사학과 나쁜 수사학
개연성의 논리와 전위의 예술
포함: 수사학자 집합의 부분으로서 철학자
본질의 논리(변증법) 대 단독성의 논리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고르기아스, 피타고라스, 프로디코스는 어떤 주제이건 간에 상관없이 하나의 명제와 그것의 반대명제를 어떻게 공개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를 가르쳤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것 또는 저것은 이런 또는 저런 이유에서 비난할 만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을 가르쳤고, 이어서 동시에 같은 사안을 이런 또는 저런 이유에서 그 반대로 칭찬할 만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을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담론이 이중 논증(dissoi logoi)입니다. 이 담론은 평행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담론은 언제나 이중적입니다.
-27~28쪽
우리에게 필요한 논리적 공간과 시간을 탐구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반전(Retorsion)은 유명한 어법(Figur)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1402a 2권의 끝 부분을 참조하십시오. 반전은 연설가에게서 찾을 수 있고 특히 코락스(Korax)의 특정한 기예(techne)에 속하는 것입니다.
-1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