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는 어떻게 대화하는가
대화 속에 투영된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다
풍부한 일상 대화와 제도 담화의 사례 분석
대화란 무엇인가? 말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람은 말을 통해 만나고 살아가므로 대화는 언어적 행위 이전에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 대화를 차가운 과학의 시선을 넘어 삶과 세계를 관찰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 책은 단어, 음운, 문법 같은 언어의 모습이 아니라 대화가 어떻게 세계와 삶을 구성하는지, 대화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본다.
대화는 상호적 행위이고 우리는 대화를 통해 일하고 사회에 참여한다. 시간과 장소,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안에서 말과 행동, 표정은 달리 해석되고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모호해 보이는 대화 속 의미는 혼란을 줄 것 같지만 의사소통을 더욱 풍요롭게도 만든다. 한편 학자들은 삶과 사회 문화를 관찰하고자 대화에 주목했다. 그들은 무심코 지나치던 대화의 순간, 현장에 숨어 있는 사회의 질서와 규칙을 발견했다. 특히 공적 제도에서 ‘담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며 절차와 제도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책은 대화의 의의를 되짚는 의미론, 언어철학, 화용론에서 시작해 실제 대화에 접근한 인류학, 사회심리학, 사회언어학, 사회학의 흐름을 따라 구성된다. 먼저 대화가 품고 있는 의미와 함축을 비롯해 대화의 원리, 격률과 수행 전략을 살펴본다. 그리고 대화의 실제 사례를 본격적으로 관찰하면서 특히 오늘날 주목 받는 공적 영역의 대화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다언어·다문화 시대에 다채롭게 나타나는 대화의 모습까지 다룬다. 논의들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대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비추며 더 나은 대화를 통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200자평
대화란 무엇인가. 서로 말을 주고받거나 의미를 전달하는 것, 그 이상이다. 사람들은 대화 속에서 상대를 설득하고 호감을 표현하며 우정을 쌓는다. 격렬한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일정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 책은 대화가 우리의 삶과 제도, 사회를 구성하는 행위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 철학자, 대화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사례부터 일, 일상, 미디어, 정치 영역의 생생한 자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화를 이론과 개념, 철학과 함께 다루어 본질에 접근한다. 삶과 세계를 품고 있는 대화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서 어떻게 소통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 본다.
지은이
김현강
홍익대학교 교양교육원 초빙교수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언어학을 공부했으며 대화, 담화 연구를 주로 해왔다. 특히 매체와 정치 언어에 관심을 갖고 라디오, 정치 광고, 신문 등 다양한 영역과 미디어에 나타나는 언어 문제, 대화, 담론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제스처』(2017), 『매체 인터뷰의 담화 전략』(2009), 역서로 『제스처』(2012, 공역), 『정치담화분석』(2015, 공역)이 있다. “50, 60년대 신문의 언론자유 논증에 대한 담화 연구”(2018), “언론의 공정성 개념”(2016), “정치광고의 내러티브 이면에 있는 논증 분석”(2014), “신문 사설에 나타난 다문화주의의 담론적 양상”(2015), “고개 끄덕임의 대화 내 상호작용 연구”(2012)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우리는 어떻게 대화하는가
01 대화와 의미
02 대화와 함축
03 대화의 원리
04 대화의 격률
05 대화의 심리와 전략
06 인류학 · 사회학적 접근
07 대화의 실제
08 대화와 권력
09 미디어, 정치, 대화
10 다양한 언어 그리고 대화
책속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표준어나 표준 발음을 선호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여성이 더 많은 교육을 받았거나 높은 지위에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약자이며 규범을 요구받는 위치에 있음을 드러낸다. 힘을 갖고 있지 못하기에 그것을 강제하는 규범과 표준에 민감한 것이다. 대화는 이렇게 우리를 사회적 존재로서 드러낸다.
_“우리는 어떻게 대화하는가” 중에서
‘예의’는 ‘모든 대화에 수반되는 의도를 항상 유념하면서 무례한 말이나 표현의 느낌을 최소화하고 말의 예절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모든 언어 사용자는 누구에게 말을 하든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줄 부담이나 무례한 느낌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예의는 대화 참여자들이 상대에게 부담을 주거나 대화를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운영하는 원리다.
_“03 대화의 원리” 중에서
차를 빌리는 것은 펜을 빌리는 것보다 더 큰 부담이며 직장 동료는 가족보다 거리가 더 멀고, 또 직장 상사는 동기보다 힘이 더 세므로 체면 위협의 강도가 더 크다. 위협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브루스 프레이저(Bruce Fraser)는 이를 체면 위협의 ‘완화 장치’라고 하였다. 말로 하는가, 행동이나 눈짓을 하는가, 직접적으로 말하는가, 에둘러서 말하는가. 체면 위협의 정도에 따라 완화 수단 역시 다양하다.
_“05 대화의 심리와 전략” 중에서
대화의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양상은 전사 체계(transcription system)를 통해 정확히 기록될 수 있다. 대화의 흐름과 상호 작용 양상이 잘 드러나도록, 의사소통적 가치가 있는 모든 요소가 관찰될 수 있도록 기록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언어뿐 아니라 비언어적 요소도 포함된다. 침묵, 웃음, 한숨, 말의 높낮이와 길이, 억양, 강세 등 소리의 세계뿐 아니라 표정, 제스처, 자세, 동작 등 시각적 요소까지.
_“06 인류학 · 사회학적 접근” 중에서
그들은 특히 ‘언어’에 주목했다. 담화가 생산되고 실행되는 과정에서 언어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숨기거나 믿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를 민감하게 느끼는 ‘비판적 언어 자각(critical language awareness)’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페어클러프는 제도나 관행의 모습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담화’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보았다.
_“09 미디어, 정치, 대화” 중에서
코드 스위칭을 통해 드러나는 대화의 모습은 다채롭다. 정체성, 상황 인식, 업무 수행, 관계 조율 등. 대화가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은 코드 스위칭을 통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우리는 언어를 선택하면서 다른 세계, 또 다른 현실로 접어드는 것이다.
_“10 다양한 언어, 그리고 대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