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더빙은 영상이 요구하는 언어를 입히는 것
대본 해석보다 화면 해석이 중요 … 더빙 언어 실무 지침서
“외국 사람이 우리말을 어떻게 저리 잘할까?”
옛날 옛적 할머니와 함께 TV외화를 보다가 할머니가 연신 감탄하면서 하신 말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더빙 대사, 즉, 우리말 녹음 대사에 능숙해져 있지만 과거에는 율 브리너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TV 영화에서 유창하게 한국말을 한다는 것이 신기하게 보였다. 영상의 인물은 외국인인데 음성은 한국인인 데다 입모양도 화면과 거의 일치해서 쉽게 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상 속의 연기자 입이 열리면 대사를 시작하고 다물면 대사를 끝내는 것이 더빙이 아니다. 감정에 따른 표정의 움직임에 모든 대사는 부합돼야 한다. 대사 중 감정의 변화에 맞는 어휘 선택, 포즈(사이), 어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TV는 표정의 예술이라고 할 만큼 모든 감정의 표현은 표정에 의존하고 있다.
방송 언어 가운데 TV 외화의 더빙 언어는 라디오 드라마, TV 드라마 언어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라디오 드라마는 작가에 의해 작성된 원고 즉, 대사의 실체의 문자 위에다 언어가 만들어 주는 내적 이미지를 형성해 가는 작업이며, TV 드라마는 문자 위에다 실체의 영상 즉, 실상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그러나 TV 외화 더빙작업은 이미 제작된 영상에다 영상이 요구하는 정확한 언어를 입히는 작업이다.
더빙 언어는 원본에 녹음된 원 대사의 길이와 의미가 동일해야 하며 말하는 것보다 읽는 것에 가까운 형태를 띤다. 모든 대사는 성격이 부여된 대사여야 하며 번역은 입에 맞추지 않고 표정에 맞춘다. 더빙 언어는 인쇄 언어가 아닌 영상 언어다. 더빙 언어에서는 문법이 파괴되며 시제와 태(態)가 무시된다. 더빙은 대본 해석보다도 화면 해석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은 더빙 언어의 특성과 주의사항, 더빙 언어의 품격을 살리는 방법, 외래어 사용법, 음향효과, 녹음기호 표기, 자막의 형태와 제작, 더빙 성우의 조건 등에 대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실무 참고서로 방송작가, 영상 번역자, 더빙 성우, 더빙 연출자, 웹 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더빙 언어 지침서다.
200자평
더빙 언어는 다른 방송 언어와 다르다. 이미 제작된 영상에다 영상이 요구하는 정확한 언어를 입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더빙 언어는 원본에 녹음된 원 대사의 길이와 의미가 동일해야 하며 말하는 것보다 읽는 것에 가까운 형태를 띤다. 모든 대사는 성격이 부여된 대사여야 하며 번역은 입에 맞추지 않고 표정에 맞춘다. 더빙 언어는 인쇄 언어가 아닌 영상 언어다. 더빙 언어에서는 문법이 파괴되며 시제와 태(態)가 무시된다. 더빙은 대본 해석보다도 화면 해석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은 더빙 언어의 특성을 반드시 알아야 할 방송작가, 영상 번역자, 더빙 성우, 더빙 연출자, 웹 작가를 위한 더빙 언어 지침서다.
지은이
황선길
한국애니메이션학회 명예회장이다. <머털도사>(1989), <도단이>(1989), <심청>(1991) 등 첫 TV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했다(장편 11편, 시리즈 26편). 대한민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전문대학원인 한국애니메이션아카데미와 한국애니메이션학회(ASKO)를 창립했으며,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의 초대 교장을 지내는 등 한국애니메이션 개척과 부흥에 앞장섰다. MBC 아카데미 전임 교수, 홍익대학교 우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MBC 영화제작위원으로 재직하면서 TV 외화 더빙 연출을 했으며, <영상번역작가> 과정을 MBC 아카데미에 처음 개설했다. 주요 저서로 이미지 시집 『타이포토 詩』(2015), 『애니메이션 칼럼 “다시 뛰자 머털아”』(2014),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의 이해』(2011), 『애니메이션 100년』(2010), 『영상문학 영상언어』(2009), 『애니메이션 기획·연출』(2009), 『애니메이션의 이해』(1996) 등이 있으며,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움직이는 시(Ani Poem)를 제작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61회 서울특별시 문화상과 41회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다.
차례
인쇄 언어에서 웹 언어까지
01 의미 대사와 감정 대사
02 더빙 언어의 특성
03 더빙 언어의 문법파괴
04 더빙 언어와 우리말 다듬기
05 더빙 언어와 품격 살리기
06 더빙 언어와 외래어
07 더빙 언어와 음악, 음향 효과
08 더빙 대사, 더빙 녹음 기호 표기하기
09 영상 자막 제작하기
10 더빙 성우의 조건
책속으로
발성법에서 더빙 언어는 라디오 드라마나 TV 드라마보다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라디오 드라마나 TV 드라마 대사는 일상 언어 형태로 쓰이고, 연기자도 발성하는 중에 외부의 어떤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TV 외화는 녹음 중 연기자는 화면을 봐야 하고, 또 헤드폰을 통한 스타의 옵티컬 대사를 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더빙 언어는 강조, 억양, 악센트 등이 연기자 자신도 모르게 그 원음에 따라 적용되어 우리의 일상 언어 형태에서 벗어나기 쉽다.
_ “02 더빙 언어의 특성” 중에서
더빙 언어에서 엄격하게 시제를 지키면 오히려 어색한 대사가 된다. 우리말은 과거와 미래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현재형은 과거와 미래가 포함되어 있다. … 대화에서는 조사가 거의 붙지 않는다. 오히려 조사를 붙이면 대사가 어색해진다. 조사가 붙어 매끄럽지 않은 대사가 될 때, 조사를 삭제해도 충분히 표현될 때 조사를 삭제한다.
_ “03 더빙 언어의 문법 파괴” 중에서
영상 음악은 극적 분위기를 묘사하고, 그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거나 저하하기도 한다. 또한 영상 음악은 대사를 강조하기도 하고, 연기자의 대사 표현 한계를 보충해주고, 영상 표현의 한계를 보충한다. 즉, 연기자가 표현하지 못한 영역과 영상이 표현 못 하는 것을 표현해주는 것이다. 영상 음악은 대사와 대사 사이, 그리고 대사가 생략된 장면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한 요소로 작용해야 한다.
_ “07 더빙 언어와 음악, 음향효과” 중에서
자막 제작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더구나 요즈음은 외국어를 동시에 번역하고, 그것을 동시에 영상에 표시하는 실시간 자막 편집기가 있다. 즉, 번역된 내용을 탭 한 번으로 자막으로 자동 변환한다. 요즈음 국제 주요 행사에서 사회자와 출연자와의 대화가 자국어로 번역되어 동시에 화면에 표시되고,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대담자의 내용도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자막으로 표시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_ “09 영상 자막 제작하기” 중에서
더빙 성우는 무엇보다 눈, 귀, 입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에 익숙해져야 하며 그 다음이 연기다. 더빙은 대본 해석보다도 화면 해석이 더 중요하다. 자기 나름대로 연기 창조에 앞서 수정이 불가능한 화면을 자기 연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빙 녹음은 영화, TV 드라마처럼 대사를 임의로 처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화면이 요구하는 언어를 완벽하게 메꾸는 것이 더빙 성우의 연기다.
_ “10 더빙 성우의 조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