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데미안》 읽었다, 자신 있게 말하게 할 한 권의 책
헤르만 헤세는 사망한 지 6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작가다. 《데미안》을 비롯해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 그의 대표작들은 6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1억 5천만 부가 넘게 팔렸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 젊은이들의 성장 서사를 다룬 이야기들이 많이 읽혔다.
이 중 《데미안》은 단연 뜨거운 감자다. 《데미안》은 청소년 필독서로서 국내의 거의 모든 고등학교 또는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교에서까지 권장되어 읽힌다. 그러므로 학생 시절 이 책을 처음 접한 사람의 수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많은 독자의 수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는 독자들끼리 이 책을 얼마만큼 이해했는지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데미안》과 독자 사이에 다리를 놓다
“인간이란 자기가 스스로 체험하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볼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헤세의 이 말처럼 작가가 오래전에 쓴 고전은 시간이 지나면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독자와의 사이에 넓고 깊은 골이 생긴다. 《데미안》이라는 찬란한 문학 역시 이 골짜기 너머에 있다. 알수록 가슴을 뒤흔드는 《데미안》에 독자들이 깊숙이 가 닿을 수 있도록 독자들과 《데미안》 사이에 견고한 다리를 놓았다. 이 책의 해설을 통해 독자들은 마침내 《데미안》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해석을 갖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 헤세를 가장 잘 아는 헤세 박사 1호이자 이 책의 역자인 이인웅과 독일 본대학에서 헤세를 전공하고 현재 공주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신혜선이 집필한 《데미안》 해설은 무려 129쪽에 달한다. 카인의 표적, 아브락사스, 알을 깨고 나오는 새 등, 이 책의 핵심적인 상징에 현대인의 정신적인 사부로도 불리는 헤세가 어떤 메시지를 심어 놓았는지 알게 된다면 적잖이 놀라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나 자신의 길’을 묻는 책
컴퓨터 앞에서 질문을 입력하면 아직은 비록 상투적이고 뻔할지언정 어떤 식으로든 답이 도출되는 시대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때에도 우리 안의 자아는 스스로가 원하는 삶에 대해 질문한다. 트렌드가 난무하고 사회가 정한 정답 같은 삶을 역설하는 소리가 고막을 울려 대는 이 시대에도 마음의 소리에 도전하는 내면의 자아가 있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에게 이르고자 하는 것은 청년기나 인생의 어느 한 단계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자기 앞에 놓인 고비를 비껴 돌아가지 않고 모두 겪어 냈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분주한 삶에 치여 지쳤을 때, 삶의 무의미성을 느끼며 문득 ‘나의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얻고 싶을 때, 《데미안》 속 싱클레어의 여정을 함께하며 다시금 자아가 진정 원하는 것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자기 내면의 어두운 거울 속에 있는 친구 데미안과 마주할 시간이다.
200자평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은 문장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데미안》은 전 세계적 명성만큼 어렵기로도 국내에서 유명하다. 책 안에 들어 있는 사회·문화·예술·정치·역사·종교·정신과학적 함의를 모르고선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청소년 필독서 성장 소설로 지나치게 알려진 탓에 소설에 대한 오해는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데미안》은 알면 알수록 뜨거워지는, 스스로 청년이라 생각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불멸의 고전이다. 독자들이《데미안》을 읽으며 심장이 고동치는 자신을 발견하도록 책과 독자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129쪽에 달하는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해설이 《데미안》의 숨겨진 진짜 얼굴을 드러낼 것이다. 이제 수수께끼 같은《데미안》의 비밀의 문을 열고 가슴에 불을 놓을 시간이다.
지은이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
자신의 영혼이 “히말라야 산중의 은둔자”였다는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교육받은 아버지와 인도학자의 딸로 인도에서 양육된 어머니의 사이에서 1877년 7월 2일 남부 독일에 위치한 그림처럼 아름다운 나골드강 변의 소도시 칼프에서 태어난다. 동양과 서양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면서 자라난 그는 김나지움(인문 중·고등학교) 학생으로, 신학생으로, 탑시계 공장 견습공으로, 서점 점원으로 어린 시절을 불안 속에 방황한다. 홀로 문학 공부를 하며 시와 소설을 쓰던 헤세는 스물일곱 살이 돼서야 겨우 작가로 보덴 호수 근교에 생활의 터전을 잡게 된다. 그러나 곧 제1차 세계대전이란 역사적 사건이 발발한다. 이에 그는 사랑과 평화를 주장하며 끝없는 반전 문학 운동을 벌이다가 결국은 스위스로 망명한다. 이국땅에서도 끊임없이 세계 시민적 입장에서의 창작 활동을 계속해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키지만,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 헤세의 작품은 독일에서 “원치 않는 문학”이 되고 만다. 그러나 주옥같은 그의 작품들은 헤세에게 괴테문학상, 라베문학상, 노벨문학상, 명예박사학위 등 수많은 영광을 안겨 준다. 특히 1960년대, 부조리로 가득 찬 현대 문명의 아웃사이더인 히피족 등은 문학으로써 내면으로의 길을 통한 자아 해방을 추구한 헤세를 그들의 사도(使徒)로 숭배한다. 그들의 성경이 된 《싯다르타》와 《황야의 이리》는 스크린에 담겨 영화가 되고, 그의 작품들은 50여 외국어로 번역되어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매년 수천만 권씩 팔려 나간다. 특히 미국에서는 ‘데미안 지하 술집’, ‘싯다르타 주점’, ‘마술 극장 집’, ‘황야의 이리 집’ 등 헤세 작중(作中)에서 이름을 따온 술집이나 카페가 무수히 생겨났고, “히피들의 성자(聖者) 헤르만 헤세”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시작된 헤세 열풍은 그를 “조국의 배반자”라고 미워하던 독일인들에게도 깊은 영향력을 발휘하여, 독일에서의 헤세 연구도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전성기를 맛보지 못하고 작가는 1962년 8월 9일,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헤세는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 헤매며 분투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쓴 작가다. 누구보다도 많은 고민을 하면서 수많은 밤들을 뜬눈으로 지새운 그였기에 스스로 겪었던 온갖 슬픔과 갈등, 절망과 희망을 회상하며, 자신을 발견하려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따스한 말을 건넬 수 있었다. 오늘의 문예사가들 사이에서도 그는 “현 시대 영향력이 가장 큰 작가” 혹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정신적 사부”로 일컬어지고 있다.
해설자
신혜선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 독일어과를 졸업했다. 이후 김희경 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 박사학위 논문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2012년 독일 본대학교에서 헤르만 헤세와 로베르트 무질, 하인리히 만의 소설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공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는 헤르만 헤세 《청춘은 아름다워라》, 공역 《괴테, 예술작품 같은 삶》, 《영화와 텔레비전 분석교과서》, 《컬처럴 턴즈》 등이 있으며, 공저로 《신화·문화 속 여성의 다매체적 변용》, 《브레히트 연극사전》, 《괴테사전 2》 등이 있다. 학술 연구로는 헤르만 헤세, 로베르트 무질, 하인리히 만, 다니엘 켈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에 관한 논문이 있다.
옮긴이
이인웅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청주중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 독일어과를 졸업했다. 독일 정부 초청(DAAD) 장학생으로 뮌헨대학교와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1972년 헤르만 헤세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실장, 교무처장, 통역대학원장, 부총장 등의 보직을 수행하고, 문교부 국어심의회 외래어표기분과위원, 교육부 국비유학자문위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분과위원(장), 각종 고등고시위원, 한독협회지 초대 편집인, 한국헤세학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장, 독일동문네트워크(ADeKo)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명예교수다. 《Ostasiatische Anschauungen im Werk Hermann Hesses》(독일), 《수레바퀴 아래서》, 《황야의 이리》, 《크눌프》,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90여 권의 책을 쓰거나 옮겼으며, 그 외 240여 편의 학술 논문, 기고문을 썼다.
차례
나는 정말 나 자신으로부터 저절로 우러나온…
두 세계
카인
도둑
베아트리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야곱의 싸움
에바 부인
종말의 발단
《데미안》 깊이 읽기 / 신혜선
I. 《데미안》 이해의 첫 걸음을 디딘다
어느 곳에도,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단독자 헤르만 헤세
고통과 좌절을 딛고 탄생한 《데미안》
II. 《데미안》을 깊이 읽다
형식 구성을 이해하면 보이는 《데미안》
모토와 서문 이해하기
본문 여덟 개의 장 이해하기
소설 서사의 3단계 이해하기
독일 교양 소설(발전 소설)적 특징과 차이점 이해하기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층 심리학으로 읽는 《데미안》
데미안은 누구인가?
융 학파 분석심리학의 영향
그림의 상징과 의미
그노시스파와 아브락사스
시대비판적 사회소설로 읽는 《데미안》
바흐오펜의 모권이론으로 읽는 《데미안》
III. 한국에서는 《데미안》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청소년 필독서?
다른 장르로 변주
문학 치료 및 문학 상담
연극
뮤지컬
에필로그 : 데미안을 마주해야 할 시간
헤르만 헤세의 생애와 종교 편력(遍歷) / 이인웅
Ⅰ. 기독교적 출생과 성장
Ⅱ. 자아(自我)를 찾아가는 《데미안》의 싱클레어
Ⅲ. 동양의 지혜를 통한 전일성 투시
Ⅳ. 윤회 사상의 수용
Ⅴ. 도가 정신(道家精神)
에필로그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2.
때때로 나는 (…)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시인, 예언자, 화가, 아니면 그 어떤 다른 역할을 꿈꾸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 무엇도 아니다. 나는 시를 쓰기 위해, 설교를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인간도 그런 것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부차적으로 생겨났을 따름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정한 일이란 오로지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것뿐이다. 어쩌면 시인이나 광신자, 예언자나 범죄자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것은 문제 되지 않으며, 이런 것은 결국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가 할 일이란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며, 자기 내면에서 그것을 송두리째, 그리고 완전하게 살아 내는 일뿐이다.
3.
나는 자연이 내던진 자식이다. 불명확함 속으로, 아마도 새로운 것을 향해서, 어쩌면 무(無)를 향해 내던져졌을 것이다. 그리고 내던져진 존재를 본래의 심연에서 작동시키고, 그 의지를 나의 내면에 느끼고 그걸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일, 그것만이 나의 참된 일인 것이다. 바로 그것만이!
4.
우리에게 인간이란 먼 미래의 것이다. 그곳을 향해 우리 모두가 가고 있는 중이며, 그 모습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고, 그 법칙이 어떤 곳에도 기록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