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명당 공인중개사 ‘지칭개’를 찾아라
내가 사는 곳이 명당이라면 반드시 있다 … 잡초가 안내하는 도심 속 유토피아
명당에서만 자라는 잡초, 지칭개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명당일까? 궁금하다면 집 주변에서 ‘지칭개’라는 잡초를 찾아보라. 지칭개가 자라는 곳이 명당이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풍수를 공부하고 4년간 들풀을 관찰한 저자는 미묘하게 환경 변화를 감지해 명당이라고 감별한 땅에서만 자라는 ‘지칭개’를 찾아냈다. 자연과학적으로 풍수를 다룬 『주자의 자연학』, 『발미론』과 같이 검증된 문헌을 기반으로 강남, 여의도, 북촌, 용산 등 서울의 주요 지역과 남부 지방의 절터, 제주도의 들판까지 전국 곳곳을 답사해 찾은 ‘명당 지표식물’이다. 잡초는 흔히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곳, 원하는 때에 싹을 틔운다. 지칭개 역시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자리에서 매년 9월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이 지칭개를 통해 명당을 찾아내기 딱 좋은 계절이다. 잡초와 명당,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잡초 지칭개는 명당 공인중개사로 통한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명당 사진 47컷에 잡초 세밀화가 더해져 도시 명당을 찾는 잡초 이야기가 산책길처럼 펼쳐진다.
파묘하지 않고 놀이로 하는 풍수
이 책은 미신적인 풍수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오랜 시간 풍수를 공부한 저자는 좋은 묫자리와 부동산을 알아보는 풍수사가 신격화되는 자본주의 시대의 풍수에 문제점을 느꼈다. 기존의 풍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태학, 기후학, 자연지리학 등 여러 지식을 오가고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명당을 탐방했다. 그리고 지난 30여 년간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롭게 만든 풍수, ‘명당 찾기 놀이’에 관한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최근 크게 흥행한 영화 〈파묘〉부터 실제 조선시대 파묘 사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풍수에 관한 오해부터 바로잡는다. 특히 묫자리로 조선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세종대왕, 흥선대원군, 이익의 숨겨진 이야기는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풍수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땅의 모양, 산·강과의 거리, 기심 등을 도표화해 만든 간단한 명당 평가 모델로 ‘도시 명당 찾기 놀이’를 하는가 하면, 이보다 더 재미있고 쉬운 방법이 있다면서 ‘지칭개 찾기 놀이’를 시작한다.
여의도공원, 영등포구 아파트, 창덕궁 등에서 지칭개를 발견할 때마다 저자가 기록한 일지와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보물찾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명당을 찾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이 놀이는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책 표지를 덮고 밖으로 나가면 어느새 길가에 자란 잡초를 들여다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독자 스스로 지칭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지칭개의 잎과 꽃 모양, 성장 시기, 생장 조건, 발견한 장소 등 지칭개와 관련한 모든 정보부터 지칭개와 헷갈릴 수 있는 잡초들의 정보까지 세세하게 서술했다.
엉겅퀴, 민들레, 냉이, 뽀리뱅이까지 함께하는 땅
우리에게 도시 명당은 어떤 곳일까? 대부분 경치가 좋고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교통이 편리한 곳을 떠올릴 것이다. 지칭개가 찾은 도시 명당은 풀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란 도심 속 녹지 공간이다. 잡초나 벌레 없이 말끔하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빌딩 숲이나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길가의 정원에서는 지칭개를 볼 수 없다. 제초된 지역이 아무리 좋은 명당이어도 그곳은 명당이 될 수 없다. 식물이 없는 곳에서는 명당의 주요 조건인 편안하고 쾌적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칭개 덕분에 식물과 함께하게 된 삶에서 느낀 감정들을 깊이 있게 들려준다.
아무리 좋은 곳에 살고 있어도 내면의 걱정과 고통으로만 빠져든다면 그곳은 명당이 아니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고 타자를 알아차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 명당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산책길을 따라 참나무 육 형제의 얼굴을 외우고 지칭개와 닮은 엉겅퀴, 민들레, 냉이, 뽀리뱅이를 들여다보자. 지칭개를 찾는 여정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무채색 풍경이 생명 공동체의 땅이자 아름다운 도시 명당으로 변하게 될지 모른다.
200자평
명당에서만 자라는 잡초가 있다. 30년간 자연학에 기초한 풍수를 공부한 저자 한동환은 신비적인 풍수에서 벗어나 아파트, 공원, 궁궐 등을 산책하며 명당에서만 자라는 한 잡초를 발견한다. 이 책에서 잡초는 쓸모없는 풀이 아니라 지기 심도, 일조량, 풍속에 민감하게 반응해 살기 좋은 곳을 알려 주는 ‘명당 공인중개사’다. 잡초가 찾은 도시 명당 안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저자의 여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지은이
한동환
풍수를 환경 사상으로 접근하는 사람. 1965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최창조 교수를 만나 풍수를 배웠다. 최창조 교수가 설립한 ‘이인지리사상연구소’에 합류하여 지기를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자연을 읽는 지혜』(1994)를 출간했다. 30여 년간 틈틈이 모아 온 땅과 들풀의 관찰 기록을 통하여 명당의 실체를 친근하게 전하려는 꿈을 다시 좇고 있다.
차례
1장 험한 것은 없다
〈파묘〉의 흥행
세종대왕은 풍수사를 믿지 않았다
흥선대원군은 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명당을 만들었다
죽은 조상의 뼈가 후손의 행복을 결정할까?
지하 수맥이 흐르면 나쁜 땅일까?
2장 좋은 땅에서 좋은 아파트로
‘좋은 땅’에서 ‘좋은 아파트’로 관점을 바꾸자
어메니티와 지기
풍수적으로 좋은 아파트의 조건
풍수는 어메니티를 다루던 기술
어메니티가 좋은 집을 찾으려면
3장 식물과 친해지기
방학동 은행나무
풍수와 식물
지표식물을 발견하기까지
자세히 보면 다른 매화, 살구꽃, 벚꽃
익숙하지만 낯선 참나무
4장 잡초 탐구 생활
들풀과 친해지기
잡초는 없다
강인한 잡초들
5장 도시 명당 찾기 놀이
놀이 준비
수심과 기심
명당 등급을 측정하는 AR 렌즈
예제 풀기
지표식물로 명당을 찾는 상상
6장 명당에서만 자라는 잡초
지칭개를 만나다
지칭개와 친해지기
본격적으로 지칭개를 찾아 나서다
지칭개가 살아남는 법
명당의 지표식물 지칭개
7장 지칭개 찾기 놀이
풍수를 놀이로 이끌어 줄 지칭개
궁궐에서 찾은 지칭개
북촌에서 찾은 지칭개
아파트에서 찾은 지칭개
온전히 아름다운 땅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지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볕이 좋고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곳이면 여지없이 자라는 어느 잡초를 만났다. 그 잡초는 명당의 조건을 만족하는 곳에서만 자라고,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서 이 식물을 발견한다면 이미 그곳이 명당이다._머리말
쓰레기 수거가 며칠만 늦어져도 악취가 발생하고 하루살이나 모기의 성가심이 나타난다. 나무 한 그루가 베어져도 바람이 달라지고 새들의 움직임이 특별해진다. 살아 있음은 미묘함을 특성으로 한다. 풍수는 미묘한 환경의 변화가 일으키는 현상들을 반영하여 땅을 살아 있다고 본다._57쪽
나는 풍수를 공부할 때 인류의 미래를 늘 절망적으로 생각했다.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파괴될 것이며, 우리가 사는 도시는 공해로 가득 차서 도시 거주자의 수명이 크게 단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시에서도 자연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 나무를 자주 마주치게 된 나는 일전에 가지고 있던 염세주의를 버렸다._73쪽
지칭개는 가을에 싹이 나기 때문에 새잎이 돋아난 초가을 지칭개가 가장 예쁘다. 사람들은 가을에 지는 낙엽을 보며 쓸쓸함에 젖는다. 지칭개처럼 가을에 일생을 시작하는 들풀이 있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 겨울을 견디고 봄을 기다리는 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_1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