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물질적 현실과 상상적 환영의 하이브리드 미학
‘디지털 가상성‘ … 컴퓨터 이미지 시대의 새로운 영상 미학
전통 예술 이론 비판 … 디지털 미학의 새로운 이론적, 실천적 기초 마련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예술은 인간과 기술, 현실과 가상공간이 결합한다. 테크놀로지와 퍼포먼스가 융합하며, 공연 예술과 디지털 영상이 공존한다. 모바일, 인공지능, 가상현실, 메타버스, 홀로그램 등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영상 예술은 제작과 생산, 유통과 소비의 모든 측면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의 연관성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상상과 환상까지 자유롭게 합성한다. 그것은 인간의 눈앞에 존재하건, 머릿속에만 존재하건 간에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미지의 신이다.
이미지의 신이 된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전통 예술의 모든 영역을 탈영토화(deterritorialization)한다. 회화, 음악, 문학, 사진, 영화 등 예술의 전통적 장르들은 디지털화하거나 아니면, 디지털 예술에 복속된다. 현대의 예술은 컴퓨터 데이터와 디지털 파일 속에 존재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아날로그 예술들을 단일한 디지털 포맷으로 재생하고, 합성하고, 변형하고, 조작한다. 더불어,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디지털 시네마, 3D 애니메이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웹툰, 웹드라마, 인터넷 모바일 콘텐츠(메타버스,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스포티파이 등) 등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다양한 영상 예술의 형태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예술의 모든 영역들을 재영토화(reterritorialization)한다.
이제 모든 예술의 기술화, 기술적 예술의 산업화, 전통 예술의 디지털 콘텐츠화는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현실이 되었다. 기존의 모든 예술 분야들이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과의 연관성 속에서 급속히 자신의 미학과 정체성의 재편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 이 책은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의 상관관계 속에서 영상 예술과 이미지 미학의 새로운 흐름과 방향에 대해 연구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단지 추적, 평가,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영화,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 VR, AR, 미디어 아트, 메타버스, 홀로그램, 인터넷 모바일 콘텐츠 등 디지털 영상 예술의 본질을 표상하는 ‘디지털 가상성(Digital Virtualism)’이라는 컴퓨터 이미지 시대의 새로운 영상 미학을 구체화한다.
이 책은 또한 디지털 영상 예술의 새로운 존재론으로서 디지털 가상성의 미학을 제시한다. 디지털 가상성의 미학은 물질적 현실과 상상적 환영의 하이브리드 미학(Hybrid Aesthetics)이다. 이러한 정의는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실재적인 것과 가상적인 것,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사이의 겹쳐짐과 뒤엉킴을 함축한다. 디지털 가상성 미학은 배치(assemblage: 아상블라주)와 구성(configuration)의 미학이다. 그것은 컴퓨터의 가상적 시뮬레이션 속에서 생겨난다. 디지털 가상성 미학은 영상 예술의 가상성을 한층 강화한다. 물질적 현실은 상상적 이미지와 모순적으로 뒤엉킨다. 디지털 가상성은 이미지 가상성의 계승자이자 새로운 형식이다.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 콘텐츠 영상 시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영상 예술 이론은 기존의 리얼리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전통적 이론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 이론들은 기본적으로 현실과 이미지, 기술과 예술의 이분법에 기초하고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전면화에 따른 새로운 영상 시대의 현실은 기존 영상 미학들의 한계를 넘어선다. 따라서 저자는 현실과 이미지, 기술과 예술을 분리하고자 하는 모든 전통 예술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새로운 디지털 미학의 이론적, 실천적 기초를 세우고자 한다.
200자평
예술의 기술화, 기술적 예술의 산업화, 전통 예술의 디지털 콘텐츠화는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현실이 되었다. 기존의 모든 예술 분야들이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과의 연관성 속에서 급속히 자신의 미학과 정체성의 재편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의 상관관계 속에서 영상 예술과 이미지 미학의 새로운 흐름과 방향에 대해 연구한다. 영화,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 VR, AR, 미디어 아트, 메타버스, 홀로그램, 인터넷 모바일 콘텐츠 등 디지털 영상 예술의 본질을 표상하는 ‘디지털 가상성’이라는 컴퓨터 이미지 시대의 새로운 영상 미학을 구체화한다.
지은이
정헌
동서울대학교 엔터테인먼트경영과 교수이자, 문화예술평론가다. 중부대학교 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07년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2014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교에서 “디지털 버추얼리즘의 영화미학(The Cinematic Aesthetics of Digital Virtualism)”으로 영상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영화 및 방송 프로덕션과 IT 회사에서 일했다.
연구 주제는 디지털 영상 및 문화콘텐츠학이다. 저서 및 역서로 『필름 크래프트-촬영감독』(2018), 『큐브릭: 그로테스크의 미학』(2016), 『영화 역사와 미학』(2013), 『영화 기술 역사』(2013), 『영화와 사회』(공저, 2012), 『디지털 영화 미학』(2012) 등이 있다.
논문으로 “디지털 하이브리드 이미지 존재론에 관한 연구”(2019), “디지털 시네마의 물질적 특성에 대한 미학적 고찰”(2019), “들뢰즈의 시간-이미지와 디지털 미학” (2018), “들뢰즈의 운동-이미지와 디지털 미학”(2017), “포스트모더니즘과 디지털 영화 미학의 상관관계 연구” (2016), “디지털시네마의 정보미학적 특성에 관한 고찰” (2016), “앙드레 바쟁의 리얼리즘 이론에 대한 재론: 디지털 가상성 미학의 관점에서”(2015), “Indexicality, Imagination and Digital Virtuality”(2014), “가상과 허위의 시대에 다시 읽는 베냐민”(2007) 등이 있다. 디지털 문화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차례
머리말: 디지털 가상성 예술을 위하여
1부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01 기술과 문명
호모 파베르
특이점
인간과 기계의 공존
02 예술과 인간
호모 에스테티쿠스
모방과 공감의 유전자
디지털 가상성 미학
2부 이미지와 가상성
01 가상성의 개념
실재성과 잠재성
들뢰즈의 가상성 미학
02 이미지의 가상성
가상 예술의 역사
기술 이미지의 시대
이미지란 무엇인가?
거짓의 힘
03 영화의 가상성
현실과 상상의 결합
기술적 예술
예술적 상상력
정신적 자동기계
04 디지털 가상성
가상성의 새로운 단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컴퓨터 사이버네틱 영화
디지털 생태계의 확산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시대
디지털 시네마 미학
아방가르드 영화 미학
확장 영화
리얼리티의 확장
멀티미디어
가상현실
사이버스페이스
3부 디지털 가상성 미학
01 하이브리드 미학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하이브리드
기술과 미학의 하이브리드
21세기 가상성 예술
02 컴퓨터 합성 미학
기계 복제와 디지털 합성
컴퓨터 합성의 새로운 미학
필름 몽타주에서 디지털 콜라주로
크리스털 이미지와 괴물 영화
03 감각 이미지 미학
이미지의 물질적 매혹
디지털 시네마의 기술적 매혹
디지털 사이버네틱 매혹
기술결정론과 페티시즘
04 정보 네트워크 미학
디지털 이미지의 정보적 특성
이미지 매체의 통합과 분산
컨버전스와 트랜스미디어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4부 대중문화와 디지털 미학
01 대중문화와 문화산업
대중문화의 개념
시민사회와 문화 헤게모니
이데올로기와 주체의 호명
문화주의와 기나긴 혁명
문화 자본
아비투스
대중의 즐거움과 기호적 저항
02 기술 미디어와 디지털 가상성
미디어와 지구촌
메시지인가? 메타포인가?
디지털 인터넷 미디어 시대로
디지털 가상성의 예찬
디지털 디스토피아의 경고
03 디지털 컨버전스와 네트워크 미학
디지털 컨버전스
네트워크 미학
결론: 디지털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에서
참고문헌 및 주석
책속으로
150여 년 전 기계 진화론자 버틀러가 예언했듯이,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총괄하고 있는 구글의 미래 연구 사령탑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에 기계가 인간을 추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이점이란 수확가속의 법칙에 따라 기술의 진화가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를 뛰어넘게 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 시점에서 기계의 지능과 의식은 인간의 생물학적 몸과 뇌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진화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다.
_“1부 01 기술과 문명” 중에서
현대 예술의 꽃은 디지털 네트워크의 가상공간 속에서 피어난다. 그것은 마치 그리스 시대 연극의 대미를 장식하곤 했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와 같다. 기계장치를 타고 내려오는 신의 모습처럼,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오늘의 예술을 창조한다. 희망과 의혹이 교차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입구에서 우리는 단지 내일을 향한 창조적 예술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뿐이다.
_“1부 02 예술과 인간” 중에서
영화 예술은 가상성의 새로운 단계다. 그것은 물질적 현실과 상상적 환영을 결합한다. 기술적 가상성의 측면에서 영화는 회화나 조각 등의 전통 예술과 다르다. 영화 예술의 특수성은 기술적 자동성으로부터 비롯된다. 인간의 손작업에 의존하는 전통 이미지 예술과 달리 영화의 가상성은 카메라, 필름, 스크린의 기계 장치에 기초한다.
_“2부 03 영화의 가상성” 중에서
디지털 가상성 미학은 자본주의의 차가운 물질주의와 기술 페티시즘에 맞서는 시네마의 유물론적 인간주의 전략에 기초한다. 그것은 이미지의 물질성, 즉 육체와 감각의 미학을 긍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가상성은 영화의 기술적, 자본주의적 페티시즘에 반대한다. 그것은 자본주의 상업화의 그늘로부터 영화 이미지의 생명력을 복원하려는 미학적 시도다.
_“3부 03 감각 이미지 미학” 중에서
마지막으로, 인류는 평면 없는 선, 즉 텍스트의 세계로부터 선 없는 점들, 즉 컴퓨터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것은 영화와 텔레비전이라는 기술 이미지의 모자이크화된 세계로부터 유래한다. 이제 인류는 네 번에 걸친 역사적 추상의 단계를 거쳐 입체적 실재 현실을 가상적으로 상상하고 구성하는 새로운 단계에 도달한다. 그것은 원자와 비트로 구성된 점들의 모자이크 조합의 단계다.
_“4부 02 기술 미디어와 디지털 가상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