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외는 사회 변화 과정에서 개인이 겪는 상실, 소원, 불안, 정체성의 혼란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급속한 정보사회화와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은 인간으로 하여금 인공의 기술에 대해 주체가 아닌 객체화되는 경험을 낳게 했다. 소외의 발현이다. 이 같은 소외의 원천은 무엇일까. 네트워크가 가져온 새로운 위계, 수많은 구경거리로서 스펙터클, 탈의미화된 정보의 과잉, 선전에 주목했다.
지은이
최선욱
KBS 엔지니어이자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이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충북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KBS에서 방송 실무와 기획 업무를 담당했으며, DTV코리아 전략기획실장, KBS새노조 초대 사무처장,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독일 함부르크 한스브레도연구소(Hans Bredow Institute) 초빙연구원이었다. 디지털 전환, 미디어 기본권, 네트워크 시장 내에 소비자의 전환 비용, 뉴미디어 관련 여러 저술과 논문이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공공서비스 미디어, 미디어 정책과 규제, 경쟁적인 미디어 환경 내 이용자 행위 분석 등이다.
차례
디지털 미디어가 가져온 소외
01 디지털 미디어의 명암
02 소외의 의미와 주체
03 구조적 소외
04 경험적 소외
05 네트워크 병목에 의한 소외
06 디지털 스펙터클과 현실 교란
07 탈의미화된 정보의 과잉
08 선전에 의한 착각과 만족
09 디지털 정체성과 아노미
10 소외의 극복
책속으로
5시간이 넘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금단·내성·일상생활 장애 중 하나 이상의 장애를 겪는 이용자가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약 4300만 명 중 약 580만 명에 달하고 있고, 재현된 현실인 게임 내 캐릭터에는 몰두하는 반면 현실 세계의 아이는 방치함으로써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게임 방해를 이유로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사회적 위험들은 실존적 현실과 디지털 미디어를 구성하는 기기, 콘텐츠 및 서비스에 의해 매개돼 재현된 현실 사이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문제점들이다. 구체적인 현실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재현된 가상적인 현실이 전혀 구별되지 않는 세계는 때때로 큰 악몽일 수 있으며, 가상의 공간을 현실로 혼동하는 것은 어떤 소외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가져온 소외” 중에서
미디어 이용자가 스스로 겪는 문제로 우선 미디어 이용의 증가에 따른 인간관계와 생각의 질의 저하를 꼽을 수 있다. 또한 온라인이나 모바일 환경에서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는 온라인 공간에 항상 연결되어 있는 대상이 되어 인간관계 과잉과 정보 과다에 따른 피로감의 가중을 겪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네트워크로부터 이격되는 순간 모두가 공유하는 정보로부터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인간의 불안감’을 의미하는 고립공포감(FOMO, fear of missing out) 증상도 대표적인 미디어 이용상의 개인적인 문제로 손꼽힌다. 미국 내 한 조사에서는 소셜 미디어 이용자의 56%가 고립공포감을 겪는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바일 기기와 결합된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진 환경에서 ‘접속 중단’이 곧 ‘사회와 단절’로 인식되는 문제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소외의 의미와 주체” 중에서
인터넷에서 상품은 무한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는 언제든지 알 수 있다. 무한한 상품 중에서 선택하고 결정하는 우리의 합리적 구매 능력은 개인이든 기관이든 오로지 지불 능력뿐, 그 외의 어떤 것에 의해서도 제한받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권한은 우리의 선택을 강제하기 위한 기업이 고안해 내는 다양한 전략에 의해 제한된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구매하는지 기록하고 무엇을 선호하는지 확인하며, 취향을 규정한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에 대한 의존과 개인의 욕구 속에서 우리는 미디어 기술과 결탁하게 되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집중화된 네트워크의 여러 결절들에 의해 제시된 정보, 상품, 관심에 포획될 수 있다. 이것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소외가 발생하는 메커니즘 중 하나다.
“네트워크 병목에 의한 소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