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라 토스카〉는 프랑스 초연 이후 “토스카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유럽과 미국에서 흥행 신화를 이어 간 빅토리앵 사르두의 대표작이다.
사르두는 쉰다섯 번째 작품 〈라 토스카〉에 33년간 쌓은 작가적 역량과 노하우를 쏟아 넣었다. 관객 취향과 기대치를 꿰뚫고 있었던 만큼 대중의 정서와 감각을 충격적으로 파고드는 모티프를 총동원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다. 극이 끝날 때까지 긴장과 몰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전개, 전격적인 결말은 막이 내린 후에도 관객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탈옥한 정치범 안젤로티, 그에 대한 우정과 정치적 신념으로 죽음을 불사하는 카바라도시, 그런 카바라도시를 집착적으로 사랑하는 토스카, 그리고 세 남녀를 압박하는 경찰 간부 스카르피아, 네 남녀의 운명이 하룻밤에 결정된다. 주인공들의 운명은 서로에게 강력하게 예속되어 생사의 고리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그 때문에 주인공은 모두 운명에 완패한다. 〈라 토스카〉가 치정으로 덧칠된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비극인 이유다.
모든 것을 내거는 불타오르는 사랑, 상대를 죽음으로 내모는 치명적인 질투, 최악의 선택을 유도하는 잔혹한 고문, 궁지에 몰려 감행한 음독 자살, 앞뒤 가리지 않는 대담하고도 돌발적인 살인, 가장을 위장한 총살, 전격적인 투신자살 등 극적인 모티프가 한꺼번에 쏟아져 관객들을 숨 막히게 몰아붙인다. 감각을 파고드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들 때문에 당대 비평가들은 〈라 토스카〉를 로마 황제 칼리굴라의 드라마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세계적 흥행의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라 토스카〉는 이후 푸치니의 음악이 더해져 오페라 〈토스카〉로 재탄생하면서 불멸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오페라 〈토스카〉의 인기는 여전해서 현재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레퍼토리 중 하나다. 정치, 예술, 종교라는 화두 아래 다양한 감정의 결들을 그려 낸 강렬한 스토리 전개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아름답고도 섬세한 아리아들의 향연이 인기 비결이다. 그 가운데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 (Recondita armonia)〉와 토스카의 아리아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 그리고 토스카와 카바라도시의 이중창 〈우리 사랑의 집으로(Non la sospiri la nostra casetta)〉는 연인들의 사랑과 고뇌, 회한, 슬픔, 원망을 노래하며 매혹적인 선율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200자평
19세기 프랑스에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극작가 빅토리앵 사르두의 대표작으로, 연극사적으로는 사실주의의 시조격으로 평가된다. 하룻밤에 몰아치는 극적인 서사가 독자에게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선사한다. 로마 황제 칼리굴라의 드라마판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뒤에 푸치니의 음악이 더해져 불멸의 오페라 〈토스카〉로 재탄생했다.
지은이
빅토리앵 사르두(Victorien Sardou, 1831∼1908)
19세기 후반 에밀 오지에(Emile Augier),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Alexandre Dumas fils)와 더불어 프랑스의 대중극 시대를 이끈 극작가다. 빅토리앵 사르두가 작가가 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은 크게 보아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파리 오데옹 극장 무대감독의 딸이자 여배우 출신 로랑틴 드 브레쿠르(Laurentine de Brécourt)와의 결혼이다. 그녀는 매우 독립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패션 부티크를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가계에 보탬을 주었을 뿐 아니라 사르두에게 당대 스타급 배우들을 소개해 주며 그가 연극계에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둘째는 몇몇 살롱들을 드나들며 문학적 토양을 쌓은 것이다. 살롱 출입을 통해 사르두는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방면에 식견을 쌓았고, 특히 시력이 좋지 않은 살롱 안주인을 위해 희곡을 낭독하면서 극문학과 연기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셋째는 나폴레옹 3세의 궁정에 소개되어 왕실 초대 손님들을 위해 연극 공연을 제공한 것이다. 그는 왕실의 호의에 힘입어 1860년부터 1865년까지 네 편의 작품들을 왕실극장에서 공연했고, 이를 계기로 1864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황제 주선으로 궁정 관료로 승진하기도 했다. 더욱이 사교계와 문학계의 거물인 마틸드 공주가 주관하는 살롱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과 교분을 나누며 훗날 프랑스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1877)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극작가로서 경력은 1854년 스물세 살 때 발표한 〈학생들의 선술집(La Taverne des étudiants)〉이라는 대중극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희극, 보드빌, 풍속 드라마, 역사 드라마, 정치 풍자극, 몽환극, 아동극에서 오페라, 오페라 코미크, 소설, 연재소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며 50여 년간 60여 편이 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희극 장르에서는 프랑스 희극의 대표 작가들인 17세기의 몰리에르, 18세기의 보마르셰, 19세기 전반부의 스크리브를 잇는 차세대 희극 작가로 인정받았고, 드라마 장르에서는 비극과 희극 장르를 뒤섞는 낭만주의적 경향을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대 평단의 사르두에 대한 평가는 다소 인색했다. 작가로서 경력을 대중적인 작품들로 시작한 탓에 그의 연극은 재미와 오락을 추구하는 통속극, 불바르 연극으로 낙인찍혀 폄훼되었다. 그러나 그의 극작은 이후 꾸준히 외연을 확장하고, 깊이를 더하면서 미학적 완성도를 확보했다. 그 결과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들어 다양한 매체로 재연되며 지속적인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다.
옮긴이
이선화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박사과정(DEA)을 수료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유럽언어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핑퐁》(연극과 인간, 2006), 《지옥의 기계》(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현대 프랑스 연극 1940∼1990》(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막베트》(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죄지은 어머니》(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왕은 즐긴다》(지식을만드는지식, 2018), 《세비야의 이발사》(도서출판 b, 2020), 《피가로의 결혼》(도서출판 b, 2020), 《발코니》(지만지드라마, 2021) 등을 번역했다. 공저로는 《프랑스 문학과 여성》(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3), 《현대 프랑스 문학과 예술》(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6)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막
2막
3막
4막
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플로리아 : (그림을 바라보다 놀라 비명을 지르며) 저기 저 여자는 뭐죠?
마리오 : (자기 뒤쪽으로 찾아보며) 저 여자라니?
플로리아 : 저기, 저기, 벽 위에 말이에요
마리오 : 아! 금발 여인?
플로리아 : 아니… 빨간 머리 여자.
마리오 : 막달라 마리아야. 어떻게 생각해?
플로리아 : (계단을 두 칸 올라가며) 너무 예뻐요.
마리오 : 너무?
플로리아 : 난 당신이 이렇게 여자들을 예쁘게 그리는 거 마음에 안 들어요.
마리오 : 내가 그리는 여자들까지 질투를 하는 거야!
플로리아 : 그 여자들이랑 당신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아니까요.
마리오 : (웃으면서) 아, 그러세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플로리아 : 화폭에 커다란 눈망울을 그려 넣고 속으로 “아! 어쩜 눈이 이리 아름다울까!” 생각하고, 또 입을 자그맣게 그려 넣고는 “오! 앙증맞기도 해라! 깨물어 주고 싶은 입술이야…”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국 당신이 찬미하고 사랑하는 건 그 여자지, 내가 아니잖아요!
50쪽
마리오 : (그녀에게 가서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는다.) 당신이군.
플로리아 :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래 나야… 왜 내가 불편해?
마리오 : 불편한 게 아니라 걱정이 돼서… 누가 당신을 이리로 데려왔지?
플로리아 : 호기심… 그 여자를 봐야겠어.
마리오 : 누구 얘기야?
플로리아 : 당신 정부.
마리오 : (웃으면서) 맙소사, 당신 때문에 겁을 잔뜩 먹었잖아!… 질투 때문이었군…
플로리아 : 그 뻔뻔한 여자, 후작부인 말이야!
마리오 : 아! 여전히 후작부인 타령이야!…
플로리아 : (드레스를 움켜쥐고서) 그리고 이거?… 그 여자 거 아냐?… 당신 거야?… 당신 거냐고?
마리오 : 저기, 내 말 좀 들어 봐. 내가 설명해 줄게…
플로리아 : (듣지도 않고) 그래, 그 여자가 계속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고?… 맙소사,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어!… 그 여자가 포즈를 취했던 거야… 순수한 여인으로, 성녀 역할로!… 홀딱 벗고서!…
146-1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