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원부터 10월 혁명까지 러시아 발레 역사의 모든 것
발레는 러시아 예술사와 러시아 문화사 전반에서 명예로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발레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문학, 음악, 회화, 연극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는 한편 이들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이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발전해 왔다. 또한 러시아 발레는 러시아의 사회생활에 의해서도 다양하게 변모해 발전과 쇠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주류를 이루는 스타일과 미학적 관점, 경향성이 교체되었다. 따라서 시대별로 손꼽히는 발레극 작가, 작곡가, 예술가, 안무가, 무용수 들은 필연적으로 그들의 활동에 그 시대의 미학적 모색을 반영하며 인접 예술 분야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툰 모방의 단계를 겨우 통과해 낸 러시아 발레극은 결국 창조의 정상에 도달했고, 견고한 안무가와 무용수의 전통을 길러 냈다. 이 책은 러시아 발레의 역사적 흐름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 예술사의 전반적 이해를 돕는 예술 분야 필수 도서다.
총 3부로 구성한 러시아 발레의 역사
제1부는 러시아 발레의 기원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긴 시간을 다룬다. 여기서 무용의 예술적 특성과 러시아 발레의 민족적 독창성을 정의하고, 특히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발레 학파의 형성 과정을 탐구한다. 또한 농노 발레의 역사를 별도의 장에서 다루어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제2부는 19세기 후반, 러시아 발레가 전성기를 맞이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 시기에 러시아의 안무가들이 교향악 작곡가들과 협력하면서 러시아 발레극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다. 오늘날의 클래식 레퍼토리에 포함된 수많은 유명 발레 작품들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이 작품들의 탄생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를 통해 러시아 발레의 위상이 어떻게 높아졌는지 분석한다.
제3부에서는 20세기 초, 발레의 위상이 혁명적 사건들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조명한다. 이 시기의 발레계 내부에서는 창작상의 모순이 발생한다. 전통주의를 지지하는 이들과 발레 예술의 개혁을 추구하는 이들 간의 갈등을 상세히 분석한다. 또한 해외에서의 ‘러시아 시즌’이 어떻게 발레 무대에서 예술적 통합을 이루어 냈는지도 함께 설명한다.
200자평
기원부터 1917년 10월 혁명 전까지 러시아 발레 발전의 역사적 과정을 발레 평론가이자 러시아 공훈 예술가인 베라 미하일로브나 크라솝스카야가 총체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총 3부로서 각 부의 첫 장에서 해당 시기의 사회상을 제시한 다음, 이후 장에서 발레 음악, 공연의 무대화, 안무가들의 활동 등 발레의 주요 흐름을 다루었다. 러시아 발레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각 시대의 특징을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울 무용 분야 필수 도서다.
지은이
베라 미하일로브나 크라솝스카야(Вера Михайловна Красовская)
러시아의 무용수 출신 발레 평론가이자 러시아 공훈 예술가다. 1915년 9월 11일 러시아 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레닌그라드 발레 학교에 입학하여 아그리피나 바가노바의 교육 과정을 마치고 1933년에 졸업했다. 같은 해 6월 15일 국립 아카데미 오페라 발레 극장의 발레단에 입단해 클래식 레퍼토리 공연에서 춤을 췄으며 1941년까지 키로프 극장(현 마린스키 극장)에서 근무했다.
1941년 잡지 《예술과 삶》에 첫 번째 비평 〈알라 셸레스트(Алла Ше́лест)〉를 발표하면서 발레 평론가로 데뷔했다. 이후 현대 무용 발전에 관한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획기적인 발레 공연에 대한 리뷰, 주요 안무가의 창작에 대한 기사, 레닌그라드 발레 시즌에 대한 리뷰 등을 썼으며, 그 외에도 안나 파블로바, 바츨라프 니진스키, 아그리피나 바가노바, 바흐탕 차부키아니, 니키타 돌구신 등 당대 주요 공연자와 그들의 역할에 대한 정기 에세이를 썼다.
1950년부터는 비평과 연구 활동을 함께 해 나갔다.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는 예술학 역사에서의 러시아 발레의 역사였다.
1951년 연극학부에서 학업을 마친 후 레닌그라드의 오스트롭스키 연극 연구소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1954년에 〈B. M. 차부키아니(1929∼1941)의 작품에 나타난 민중 영웅의 이미지〉로 예술학 박사 후보를 받았다. 1956년, 조지아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바흐탕 차부키아니’에 대한 첫 번째 연구서를 출판했다. 이후 1958년부터 1972년까지 프티파, 미하일 포킨 및 기타 러시아 안무가의 원칙과 작품을 평가하는 러시아 발레에 관한 네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1979년부터 1996년까지 서유럽 발레 역사에 관한 또 다른 네 권의 책을 저술하고 출간했다. 그 외에도 아그리피나 바가노바, 안나 파블로바, 바츨라프 니진스키, 나탈리야 두딘스카야, 이리나 콜파코바 등의 전기를 집필했다. 그녀의 저술들은 체코어, 영어, 독일어, 폴란드어로 번역되었다. 1969년에는 ‘2000명의 저명한 여성’ 중 한 명으로 영국의 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 외 다양한 소책자, 백과사전, 외국 및 러시아 언론 등에 발레 예술에 관한 도서 및 발레 참고 도서 등을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녀의 여러 저술서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혁명 이전 발레의 역사를 결말짓는 두 권짜리 《20세기 초 러시아 발레 극장》(1971, 1972), 《안나 파블로바》(1965)와 《바츨라프 니진스키》(1974), 《러시아 발레의 역사》(1978)가 있다.
1995년까지 레닌그라드 연극 연구소에서 연구원 겸 교수로 일했고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바가노바 러시아 발레 아카데미에서 무용 예술사와 이론 학과장을 역임했다.
옮긴이
김성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논문 〈20세기 초 러시아 유토피아 문학 연구〉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청주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있으며 이미지와 상상력, 서양 신화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톨스토이》(공저), 《러시아 영화와 상상력》 등이 있으며, 레프 톨스토이, 유리 올레샤 등 19∼20세기 여러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들과 《러시아 문화에 관한 담론》(공역) 등을 번역했다. 〈문화원형으로서의 도시 페테르부르크 연구〉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서문
제1부 기원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제1장 러시아 발레의 발생에서 18세기 말까지
러시아 발레의 민중적 기원
광대의 예술과 민중극
러시아에서 발레의 시작
18세기 초 사교무도와 궁정 극단
페테르부르크에서 발레 교육의 시작
모스크바에서 발레 교육의 시작
오페라극 속의 발레
발레 장르의 확립
프란츠 힐페르딩
가스파로 안지올리니
18세기 말 페테르부르크 발레
18세기 말 모스크바 발레
농노 발레
저물어 가는 18세기
제2장 19세기 초 발레
두 세기의 경계에서
발레 음악
발레극의 성립
러시아 최초의 발레 안무가 이반 발베르흐
샤를 디들로
19세기 일사분기 페테르부르크 발레의 배우들
19세기 초 모스크바 발레
민중적인 테마를 다룬 디베르티스망
캐릭터 댄스
아담 글루시콥스키와 모스크바 무대
모스크바 발레 배우들
모스크바 발레의 외국인 활동가들
볼쇼이 극장의 개관
제3장 러시아 발레의 낭만주의 시대
발레의 사회적 위상
낭만주의 발레의 기원
1830년대 페테르부르크 무대
1830∼1840년대 발레 음악
공연의 무대화
무용 형태의 결정(結晶)
러시아 낭만주의 발레
러시아에서의 탈리오니
〈지젤〉
파니 엘슬러
쥘 페로와 낭만주의 발레 드라마
19세기 중반 페테르부르크 발레단
1830∼1840년대 모스크바 무대
제2부 19세기 후반
제1장 낭만주의 발레의 위기
1860년대 발레의 상황
발레 음악
발레극의 형성
무용의 구성
고전 무용
캐릭터 댄스
생레옹
1860년대 여성 무용수들
1860년대 모스크바 발레
세르게이 소콜로프
모스크바의 연기자들
1870년대 모스크바 발레
〈백조의 호수〉 초연
개혁의 전야
19세기 말 모스크바 발레
볼쇼이 극장 발레단
두 세기의 경계에서
제2장 마리우스 프티파와 19세기 후반 발레 극장
프티파의 생애
미학의 제 원칙
〈파라오의 딸〉
‘작은 형태들’
큰 형태의 완성
발레 몽환극
〈잠자는 숲속의 미녀〉
글라주노프와의 만남
프티파의 말년
제3장 레프 이바노프 그리고 프티파의 동지들
‘예술 세계’의 특징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말년
1870∼1890년대 페테르부르크 무대의 거장들
러시아의 여성 무용수들
이탈리아의 순회 공연 배우들
남성 무용
캐릭터 무용수들과 마임의 대가들
러시아 전통주의 발레의 의의
제3부 20세기 초
제1장 ‘전통주의자들’과 개혁파들
발레의 위상
회화와 발레
음악과 발레
비(非)발레 음악에의 관심
무용술
제2장 모스크바의 발레
발레 안무가 고르스키
전통주의 내부의 개혁
독창적인 창작 활동
제3장 모스크바 극단
전통주의의 수호자들
고르스키의 무용수들
팬터마임의 대가
제4장 페테르부르크의 발레
프티파 이후 레가트와 황실 무대
포킨. 활동의 시작
위치의 확립
오페라 속의 무용
일몰
제5장 페테르부르크 극단
아카데미적 전통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
캐릭터 댄스 무용수와 마임 배우들
제6장 ‘러시아 시즌’
순회 공연의 조직과 첫 번째 ‘시즌’
두 번째 ‘시즌’
세 번째 ‘시즌’
결론
찾아보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끝.
책속으로
1.
〈백조의 호수〉 시나리오는 겔체르와 베기체프의 것으로 여러 민족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백조의 모티프에 근거한 것이었다. 〈백조의 호수〉 시나리오가 다른 보통 발레 시나리오와 구별되는 점은 화해하고 타협하는 대결말 없이 비극으로 끝마친다는 점이다. 여주인공은 서약을 저버린 남자 주인공의 품속에서 숨을 거둔다. 파도가 밀려와 그들을 덮어 버린다. 폭풍이 지나가고 잔잔해진 호수 위로 한 무리의 백조 떼가 떠 있다.
이 테마를 제일 먼저 작품화한 사람은 차이콥스키라고 할 수도 있다. 그가 1871년에 이미 어린이들을 위한 단막 발레극 〈백조들의 호수〉를 썼기 때문이다. 어쨌든 마법사에 의해 백조가 돼 버린 아름다운 오데트를 사랑하게 된 왕자 지그프리트에 대한 발레의 구상이 이 작곡가의 마음을 끌었음은 분명하다. 오데트와 비슷하긴 하지만 소심하지도 상냥하지도 않고 반대로 당당하게 자신을 유혹하는 오딜을 무도회에서 만난 지그프리트는 여전히 같은 꿈을 뒤좇는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적인 실수를 깨닫자 고통과 죽음으로 그 실수를 만회하려 한다. 그런 종류의 줄거리는 차이콥스키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죽음에 대해 승리를 거두는 사랑이라는 테마는 이전에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이 있었다.
2.
러시아 발레 극장의 역사에서 19세기 후반은 프티파의 시대다. 마리우스 프티파[Мариус И. Петипа, 본명 빅토르 마리우스 프티파(Victor Marius A. Petipa), 1818∼1910]는 오랜 기간 동안 세계 제일의 발레 극장을 지휘했다. 56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는 46편의 독창적인 연극들을 창작해 냈다. 그중 수작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속의 미녀〉, 〈레이몬다〉와 〈백조의 호수〉 중 1막과 3막으로 이 작품들은 러시아와 해외의 무대에서 꾸준히 상연되고 있다. 그 외에도 그는 〈헛된 조심성〉, 〈지젤〉, 〈파키타〉, 〈코르사르〉, 〈라 에스메랄다〉, 〈코펠리아〉 등 선임자들의 발레를 보존했고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프티파는 위대한 작곡가이자 심포니스트인 차이콥스키, 글라주노프와 발레 극장의 결합을 실현시켰다. 그는 페테르부르크 및 모스크바의 무대에서 연기자들을 많이 길러 냈다. 동시에 프티파의 작품 활동은 당시의 모순도 역시 반영한 것이었다.
3.
아그리피나 바가노바(Агриппина Я. Ваганова, 1879∼1951)는 자신의 오랜 경력의 시종(始終)을 러시아 발레 아카데미즘의 수호자로 일관했다. 그녀는 1897년에 무대에 섰으나 발레리나의 칭호를 받은 것은 1915년으로 은퇴를 막 앞둔 시점이었다. 그녀는 지칠 줄 모르는 노력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극복해 나갔고 드높은 전문적 기교를 달성해 냈다.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복잡한 형태의 발레 연기, 즉 독무에서 그녀는 강점을 가질 수 있었다. 평론가들은 바가노바를 “바리아시옹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사실 그녀는 〈코펠리아〉에서 라보타의 바리아시옹과 〈돈키호테〉에서 숲의 요정들의 여왕의 바리아시옹,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물의 여왕의 바리아시옹 등에서 겨룰 자가 없었다. 1911년 바가노바가 발레 〈시냇물〉에서 나일라라는 주역을 맡았을 때 이 여주인공이 추는 세 개의 바리아시옹은 전례 없는 빛을 발하며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나일라 이외에도 〈백조의 호수〉, 〈곱사등이 망아지〉, 〈지젤〉 등의 배역들이 바가노바의 레퍼토리에 포함되었다. 그녀가 연기한 지젤은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이 발레리나의 개성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포킨 발레 연출작 중에서 바가노바는 순수하게 고전적인 분량만 연기했다. 〈쇼피니아나〉에서 마주르카, 〈사육제〉에서 나비 등이 이에 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