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디언 소녀가 백인 남성들에게 잔인하게 유린당하고 살해된 일명 “자브니칸 사건”을 극화했다. 캐나다 최고 연극상인 ‘도라 메이버 부어 어워드’를 수상했고 영국에서는 최고의 소수민족 희곡 작품 5선 중 한 편으로 선정되었다. 전 세계적 흥행에 힘입어 2007년 한국 초연이 이루어졌다. 예술의전당에서 이용녀, 이호성 배우 출연으로 진행되었다.
배경은 가상의 인디언 보호 구역 와세이치간 힐, 혈연과 혼인으로 얽힌 일곱 여성들이 토론토에서 열리는 “지상 최대의 빙고 쇼”에 참가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정에서 일곱 여성이 지닌 각별한 사연이 하나둘 밝혀진다. 서로 헐뜯고 미워하고 다투지만 누구보다 깊이 서로를 이해하는 이들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 ‘나나부시’다. 북미 원주민의 생활양식과 사고 체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설화 속 존재다. 기독교의 메시아와 유사한 경외 대상이지만 유머를 지녔다. 극 전반에 걸쳐 ‘갈매기’ 또는 ‘쏙독새’ 형상으로 나타나 인물들과 어우러진다. 하지만 모든 인물들이 나나부시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원주민의 삶은 도시민의 양식 안으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원주민과 나나부시의 영적 유대의 고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음이 이런 설정에서 드러난다.
톰슨 하이웨이는 캐나다 영어권 문학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캐나다 원주민의 삶과 문화를 작품에 사실적으로 구현해 낸다. <레즈 시스터스>는 톰슨 하이웨이의 대표작이다.
200자평
한국에서 캐나다 연극은 퀘벡 프랑스어 작품 중심으로 소개되었다.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은 2023년, 다양한 캐나다 문학, 예술을 소개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톰슨 하이웨이의 대표작 <레즈 시스터스> 한국어 출판도 그 결실의 하나다. 인디언 보호 구역에 사는 일곱 여성들의 삶, 애환을 환상적으로 묘사했다.
지은이
톰슨 하이웨이(Tomson Highway, 1951∼)
5남 7녀 12남매 중 11남인 톰슨은 생애 첫 6년을 북서부 매니토바의 호수와 숲에서 보냈다. 겨울엔 덫을 놓고 여름에는 낚시를 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유목민의 삶이었다. 크리어가 유일한 언어였으며 오늘날까지도 톰슨의 형제자매들은 크리어와 치페와어(Chipewyan)만 사용하고 영어를 쓰지 않는다. 톰슨은 6세부터 영어를 배워 10대 후반이 되어서야 자유롭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게 되었다. 고교 졸업 후 매니토바 대학교 음악학부에 진학해 2년간 피아노를 공부했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1975년 5월 우등생으로 음악 학사 학위를 받았다. 바로 이곳에서 영어권 캐나다에서 가장 존경받는 극작가이자 시인 중 한 명인 제임스 리니를 만나 함께 작업했다. 미셸 트랑블레의 극을 처음 본 것도 바로 이때였다. 30세 이후 극을 쓰기 시작했다. 초기 작품은 보호 구역과 도심 주민 센터에서 주로 원주민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되었다. 1986년 12월 발표된 〈레즈 시스터스〉가 주류 무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토론토의 1986∼1987년 연극 시즌 최고의 신작으로 도라 메이버 무어상(Dora Mavor Moore Award)을 수상했고, 우수한 캐나다 희곡에 수여하는 플로이드 S. 차머스 상(Floyd S. Chalmers Canadian Play Award) 후보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1986). 1988년 8월에는 캐나다를 대표해 에든버러 국제 연극 축제 본무대에 올랐다. “레즈” 혹은 인디언 보호 구역을 가감 없이 그려 내고 캐나다 인디언의 참모습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창작 사명으로 삼고 있다.
옮긴이
강석진
한국항공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다. 〈캐나다의 정체성과 사회체제의 신화론〉, 〈캐나다의 야생동물 이야기〉, 〈빨강머리 앤의 신화〉, 〈캐나다를 캐나다답게 만드는 상상력〉, 〈캐나다 경영의 인문학적 전통〉, 〈4차 산업혁명과 캐나다의 사이버네틱스〉, 〈지구촌에서의 캐나다 문화〉, 〈캐나다 문화와 한류: 상호 존중과 공감의 미학〉(공저) 등 캐나다학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캐나다 문학사》(공저), 《캐나다 아동문학》(공저) 등을 출간했다. 한국캐나다학회, 한국현대영미소설학회 등에서 총무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영어영문학회 부회장, 한국영미문학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어교육연구학회 회장이다.
박정만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부 교수다. 영미드라마와 연극사를 연구하고 가르친다. 문학, 연극사, 문화 연구의 통섭을 지향하며 ‘문학 텍스트와 문화사적 콘텍스트의 간극 읽기’ 연구 방법론을 국내 영미 드라마 학계에 도입해 온 중견 학자다.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드라마에 비친 미국》, 《무대 위의 국가》, 《퓰리처상을 통해 본 현대 미국 연극》(공저), 《문학과 예술에서 재난을 말하다》(공저), 《영미 문화를 읽는 세 가지 키워드 : 공간, 윤리, 권력》(공저), 《질병은 문학은 만든다》(공저) 등을 출간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한국아메리카학회, 현대영미드라마학회 등에서 총무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현대영미드라마학회 부회장이다.
차례
추천사
감사의 말
제작 노트
나나부시에 대한 노트
나오는 사람들
1막
2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베로니크 : 이 보호 구역 말야, 가끔은 너무 지긋지긋해. 사람들이 등 뒤에서 날 비아냥거리는 거 다 알고 있어. 나와 피에르가 비웃음을 사는 이유가 우리 사이에 자식이 없기 때문이란 것도. 사람들은 말하지, “저 여편네 말야, 두 번째 남편을 들였는데도 아직 아이가 없다니, 상상이 안 가!” 그들은 자부니건 피터슨도 비웃지. 미쳤다고 말이야. 그들에게 그 애는 미친 애일 뿐이야. 그들은 동족을 보살피기는커녕 오히려 비웃지. 1964년 11월 12일 토요일에 매니토와닝 인근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로 자부니건의 부모가 사망했을 때, 그 애를 데려가 챙긴 유일한 사람이 나야. (그녀는 지체 없이 성호를 긋는다.) 이 근방에서 친절을 베푼 사람은 나뿐이야. 그런데도 사람들은 날 보고 비아냥거리지. 아, 집에 있는 스토브는 너무 낡아서 고장이 났거든. 화구 두 개로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그것마저도 오늘내일 하는 중이야.
39-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