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19세기에 서양 유학생들에 의해 소설이라는 문학 형식이 도입되기 이전, 태국의 문학은 정형시인 운문이 주류를 이뤘다. 문학은 문맹률이 높았던 시대에 지식계층, 관료계층만의 전유물이었지만 즐기는 층은 전 국민이었다. 이야기꾼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잣집이나 권세가 있는 집의 경사가 있을 때면, 입담 좋은 이야기꾼을 초빙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야기꾼은 보통 일과가 끝난 저녁나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 갔다.
<리릿 프라러>는 고대 프라러 왕의 비련을 담은 민담을, 아유타야가 쑤코타이를 완전히 합병(1438)한 후에 당시 태국 사회에서 유행하던 시 형식인 리릿으로 남긴 작품이다. 태국 고전작품이 그렇듯이 남주인공의 이름과, 운문 형식 ‘리릿’을 같이 붙여 작품의 제목을 ‘리릿 프라러’라고 했다. 다시 말해 ‘리릿 형식으로 쓴 프라러의 이야기’ 또는 ‘프라러 전(傳)’라고 할 수 있다.
1914년 태국왕 라마 6세가 중심이 된 시문학단체인 ‘완나카디 싸모썬’은 그간 태국의 문학작품을 발굴하고 정리하였는데, ‘리릿’ 형식의 작품 중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이 작품을 선정했다. 군신 간의 충성, 불교 교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던 당시 작품과 달리 원수지간인 두 나라의 왕과 자매지간인 공주, 두 사람 사이의 이루어지지 못한 비극적인 사랑을 아름다운 어휘를 사용하여 유려하게 풀어냄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여타 고전문학과는 기법이 다르고 내용 전개가 빠를뿐더러, 부모와 자녀, 왕과 신하, 주인(상전)과 시녀(시종), 형제자매, 부부간의 사랑을 비롯하여 현재의 윤리에 어긋나는 남녀의 사랑, 불륜 등등을 소재로 한 태국 최초의 작품이다. 일부 학자들이 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작품에 나오는 지형, 어휘, 풍습, 문화 등등으로 보아 <리릿 프라러>는 태국의 란나타이(현재 태국 서북부 지역, 즉 쑤코타이와 딱 이북의 지역으로 미얀마의 켕퉁, 중국의 윈난 사이의 지역)의 민담을 기초로 한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통상적이다. 아직도 작가와 지은 연대에 대해서는 통설이 없이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1954년에 태국 문교성에서 처음으로 중등학교 문학 교과서로 보급하면서 널리 읽히게 되었다.
200자평
고대 란나타이 지방의 프라러 왕에 관한 구전 민담을 15세기 태국에서 유행하던 리릿의 형식으로 남긴 작품이다. ‘리릿 형식으로 쓴 프라러의 이야기’ 또는 ‘프라러 전(傳)’이라고 할 수 있다. 군신 간의 충성, 불교 교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던 당시 작품과 달리 원수지간인 두 나라의 왕과 자매지간인 공주, 두 사람 사이의 이루어지지 못한 비극적인 사랑을 아름다운 어휘를 사용하여 유려하게 풀어내 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도 한다.
옮긴이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태국어를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지역학 석사 학위(태국 외교)를 취득했다. 그 후 태국의 쭐라롱껀 대학교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 국제관계학과에서 공부하면서부터 태국 역사와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귀국한 후 고민 끝에 전공을 바꾸어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교수로 봉직하다가 정년퇴직했다.
저서(공저 포함)로는 《태국사》,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의 이해》, 《일제하의 동남아》, 역서로는 《짬렁, 내 삶의 이야기》, 《라덴 란다이》, 《프라아파이마니 천줄읽기》, 《원서발췌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 등이 있으며 기타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I. 악사들이 프라러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노래를 부르다
II. 프언 공주와 팽 공주가 시녀들을 책망하다
III. 시녀 른과 로이가 코끼리를 타고 대법사 싸밍프라이를 찾아가다
IV. 시녀 른과 로이가 대법사를 찾아 동굴로 가다
V. 대법사가 공주궁으로 가다
VI. 프라러가 꿈을 꾸다
VII. 대법사가 귀신을 불러 모으다
VIII. 프라러가 주술에 걸리다
IX. 프라러가 사랑에 빠지다
X. 프라러가 아내에게 작별 인사를 하다
XI. 프라러가 달을 구경하다
XII. 프라러가 숲을 구경하다
XIII. 프라러가 병사를 회군시키다
XIV. 프라러가 깔롱강에게 자신의 운세를 묻다
XV. 프라러가 두 공주의 정원으로 가다
XVI. 프라러가 꿈을 꾸다
XVII. 프언 공주와 팽 공주 그리고 시녀가 꿈을 꾸다
XVIII. 두 시종, 깨우와 콴이 연못에서 목욕을 하다
XIX. 시녀 둘이 시종 둘을 정원 안 처소에 들이다
XX. 프라러가 정원 안 공주 처소에 들다
XXI. 프언 공주와 팽 공주가 정원 구경을 가다
XXII. 프라러가 프언 공주와 팽 공주를 만나다
XXIII. 마침내 소원을 이루다
XXIV. 두 공주는 슬픔에 젖어 괴로워하다
XXV. 프라러가 썽 왕국의 공주궁에 들어가다
XXVI. 병사가 왕궁을 에워싸다
XXVII. 사랑의 종말
XXVIII. 사랑의 기념탑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도 신이라는 신은 모두 고려하고 있다. 산속에 있는 신도 부르고, 강에 있는 신도 부르고, 동굴에 있는 신 등 천지사방에 있는 마을 수호신까지도, 또 그 신들의 수하까지 다 데리고 오도록 하겠다. 숲의 왕, 수호신, 모든 수문장을 비롯해 귀신과 유령을 불러 모으면 셀 수도 없을 것인데, 삼림의 왕과 씨프롬락약꾸만을 장군으로 삼고, 그들의 부하 중 능력에 따라 각각 장수와 수하인으로 임명하겠다. 막강한 힘을 지닌 용감한 신은 장수로 삼고, 코끼리를 타게 할 것이며, 호랑이나 사자를 타게도 하고, 곰이나 돼지를, 뱀을, 멋진 백마를, 물소나 코뿔소를 타게 할 것이다. 이 동물들은 무시무시한 괴성을 질러 겁을 줄 것이다. 귀신들은 여러 모습으로 변하게 하는데, 까마귀로도 변하게 하고, 머리만 까마귀, 독수리, 호랑이나 코끼리 사슴과 노루 등 괴상한 모습으로 변해 보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게 할 것이다. 이들에게 각종 무기를 들릴 것이다. 이들은 제각기 이리저리 날뛰거나 춤을 추며 온 천지가 진동할 정도의 함성을 지르며 막대기와 돌 등을 무기로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것이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온 세상은 물론 땅까지 흔들어 댈 것이다. 귀신 부대가 완성되면 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도록, 상대방의 힘과 주술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 주술과 마법의 약을 사용하도록 명령하여 그들이 도망가게 할 것이며 그들이 부리는 귀신도 결국은 지게 할 것이다. 그런 후에 나는 쌀라흔을 공중으로 날려 프라러에게 보내 그를 두 공주의 거처로 유인할 것이다. 그러니 동요하지 말고 조용히 내 말만 따르라.
-144수
그 나라에 도착한 후에
죽는다 해도 좋고
깊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만 번 불속에 들어가도 좋아요
천국의 행복을 누린다 해도
여기에 있어야 한다면
여기 있지 않고 떠나겠어요
태후께 하직하고 떠나겠어요
-18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