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리시스트라타〉는 고대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코미디다.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여성들의 섹스 파업을 다룬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배경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끊임없는 충돌을 비판할 의도로 쓰였다.
아테네 여성 리시스트라타는 스파르타와 다른 그리스 도시 여성들과 연합해 남편들이 전쟁을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성관계를 거부하는 파업을 조직한다. 이들은 또한 아크로폴리스를 점하고 국가 재정을 통제하며, 남성들이 평화 협상에 나설 때까지 끈질기게 저항한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성 역할, 권력, 평화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전쟁의 어리석음과 인간 본성의 다양한 측면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도전적인 시각을 제시한 <리시스트라타>는 평화와 전쟁, 성별 간 권력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 준다. 특히 심각한 사회적 메시지를 풍자와 유머로써 전달하고 있어 관객의 흥미를 끌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다양한 시대, 문화적 배경에서 여러 차례 재해석되어 관객, 독자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2003년 3월 3일, 59개국에서 아리스토파네스의 반전 코미디 〈리시스트라타〉 독회가 진행되었다. 1029회에 걸쳐 진행된 이른바 ‘리시스트라타 프로젝트’는 부시 행정부의 대 이라크 전쟁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전 세계 극장과 연극인이 연대한 최초의 반전 운동이었다. 극장, 학교, 교회, 도서관, 카페, 커뮤니티 센터 등 다양한 장소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리시스트라타〉에 대한 이런 호응은 전쟁, 평화, 성별 역학의 주제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나 유효함을 보여 준다. 우리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리시스트라타>를 기다리며 무대화에 적합한 구어 표현을 염두에 두고 번역했다. 원전의 가장 충실한 해석으로 호평받는 할리웰 영역을 원전으로 삼아 상세한 주석과 해설을 붙였다. 작품 창작 배경 등 아리스토파네스 작품 세계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더불어 그리스극의 기본 구성과 특징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했다.
200자평
〈리시스트라타〉는 아리스토파네스의 고대 그리스 코미디로,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여성들이 성관계 거부를 결의한다는 내용이다. 성과 권력, 평화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으며, 여성들의 단합과 행동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2003년 전 세계적 규모로 진행된 ‘리시스트라타 프로젝트’는 최초의 극장 연대 반전 운동으로 기록된다.
지은이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BC 446∼BC 386)
아테네가 영화를 누렸던 때로부터 약 50여 년이 지난 시점에 명성을 떨쳤던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희극 작가다. 기원전 427년 데뷔작 〈연회의 손님들(Banqueters)〉로 상을 받은 뒤 40여 년간 극작 활동을 이어 갔다. 이 기간에 그는 정치적, 개인적, 사회적 풍자를 담은 ‘구 희극’ 장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40여 편에 이르는 희극을 썼다. 그러나 그중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11편뿐이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아테네가 점차 힘을 잃다가 마침내 패망해(BC 404년) 모든 정치적 힘을 잃었던 기원전 386년에 세상을 떠났다. 생전의 아리스토파네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필리포스(Phillipus)의 아들로 기원전 446년에 태어났으며 세 아들을 두었는데 모두 그의 뒤를 이어 희극 작가로 활동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다. 그러나 그가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그의 희극에 나타난 자료들과 크레온이 그의 아테네 시민권에 의문을 표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에기나(Aigina) 섬 출신으로 후에 아테네에 정착해 교육을 받았을 것이며, 그의 집안은 그에게 아테네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부유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옮긴이
이희원
이희원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셰익스피어 및 영미 드라마를 가르쳤다. 셰익스피어 및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를 비롯한 드라마 분야를 폭넓게 연구했다. 대표 논문으로는 〈《베니스의 상인》에 나타난 등가 교환의 윤리〉(2013), 〈《에드먼튼의 마녀》에 나타난 17세기 영국 마을 하층 여성들의 연극적 경계 넘기〉(2017)가 있으며, 대표 역서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2012)과 《베니스의 상인》(2015), 그리고 크리스토퍼 말로의 《몰타의 유대인》(2019)이 있다.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 속 여성인물들에 대한 관심으로 《문화로 읽는 페미니즘》(2020), 《우리 안의 나쁜 여자》(2022)와 《여성, 영화의 중심에 서다》(2023)를 공동 집필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파라도스
아곤
파라바시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리시스트라타 : 다 말해 줄게. 여기 모인 여성 동지들, 서로 으르렁거리는 남편들이 평화롭게 살도록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저−
칼로니케 : 뭘 꼭 해야 하는데?
리시스트라타 : 그래도 할 테야?
칼로니케 : 약속할게. 죽어도 꼭 하겠다고!
리시스트라타 : 우린 저− 거시기의 쾌락을 반드시 포기해야 해.
(여자들이 싫은 듯 어깨를 으쓱하고 떠나기 시작한다.)
리시스트라타 : 어머, 왜 돌아서니? 떠나지 마. 왜 그렇게 시무룩해져 고개를 젓니? (멜로드라마에서처럼 과장되게) “저 창백한 얼굴하며 흐르는 눈물은 뭘 뜻할까?” 자, 하겠어, 못하겠어? 어서 말해.
칼로니케 : 한마디로 난 못할 것 같아. 전쟁이 계속되는 수밖에.
미리네 : 나도 못하겠어. 전쟁이 계속되건 말건.
20-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