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강력했던 군주 헨리 5세 사후, 그의 유약한 아들 헨리 6세의 통치하에 있던 15세기 영국은 왕가인 랭커스터 가문과 그 친척이자 경쟁자였던 요크 가문의 권력투쟁으로 삼십여 년의 내란을 겪는다. 두 가문이 각각 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 문장으로 했던 까닭에 이 내란을 ‘장미전쟁’이라 한다. 헨리 6세와 그의 태자(‘최후의 랭커스터’)의 죽음으로 전쟁은 에드워드 4세가 이끄는 요크 가의 승리로 끝난다. 셰익스피어가 영국사의 이 기간을 연대기적으로 극화한 작품은 그의 출세작으로 간주되는 ≪헨리 6세 3부작≫이다. 이어서 발표된 작품이 바로 ≪리처드 3세≫이다. 이 극은 에드워드 4세의 짧은 통치 이후 왕위에 오른 그의 동생 리처드 3세 때의 이야기이다. 이 시기 영국은 귀족들의 반란으로 다시 내란에 휩싸였고, 결국 랭커스터 가의 외척이자 튜더 왕조의 시조가 된 리치먼드 백작 헨리 튜더에 의해 평정되었다.
200자평
“역시 셰익스피어”라고 탄성을 터뜨리게 하는 셰익스피어표 비극.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놓고 회의를 거듭하는 다른 비극의 주인공과는 달리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파멸을 향하여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리처드의 광기, 그리고 ‘지옥행’을 선언하는 그의 마지막 절규는 독자를 사로잡는다. “자, 돌격이다… 천국에 못 갈 바에야 손에 손을 잡고 모두 지옥으로 가는 거다.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르네상스 영국 연극의 대표적 극작가로서 사극, 희극, 비극, 희비극 등 연극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창작의 범위와 당대 사회의 각계각층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관객층에의 호소력으로 크리스토퍼 말로, 벤 존슨, 존 웹스터 등 동시대의 탁월한 극작가 모두를 뛰어넘는 성취를 이루었다. 특히 유럽 본토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된 영국 문예부흥과 종교개혁의 교차적 흐름 속에서 그가 그려낸 비극적 인물들은 인간 해방이라는 르네상스 인문주의 사상의 가장 심오한 극적 구현으로 간주된다. 1580년대 말로의 주인공들이 중세적 가치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상승적 에너지의 영웅적 면모를 구현하고 있고, 1610년대 웹스터의 주인공들이 인문주의적 가치의 이면에 놓인 어두운 본능의 세계에 함몰되는 추락의 인간상을 대변한다면, 1590∼1600년대에 등장한 셰익스피어의 주인공들은 중세적 속박과 르네상스적 해방이 가장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과도기의 산물로서 그러한 상승과 추락의 변증법을 극명하게 체현하고 있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은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가 초시대성을 획득하는 극소수의 작가 반열에 드는 것은 특정한 시대정신의 명징한 관념적 표상이 아니라 무한한 모순의 복합체로서의 인간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화롭게 통합된 존재가 아니라 분열적으로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치열한 인식이 르네상스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화와 문예를 혁신하는 원동력이었다면, 그러한 인식의 비등점을 이룬 낭만주의, 모더니즘,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활발히 탐구되고 공연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박제된 고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고전임을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옮긴이
강태경은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셰익스피어와 르네상스 연극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연극학회 학술이사, 한국셰익스피어 학회 공연이사, 한국영어영문학회 및 현대영미드라마학회 편집이사를 지냈으며, <Enter Above: 셰익스피어 사극에 있어서 시민들의 자리>로 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2000년)을, <누가 나비부인을 두려워하랴: 브로드웨이의 ‘엠. 나비’ 수용 연구>로 재남우수논문상(2003년)을 수상한 바 있다. 1998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두 차례에 걸쳐 강의우수교수로 선정되었다. 저서로는 ≪연출적 상상력으로 읽는 <밤으로의 긴 여로>≫, ≪<오이디푸스 왕> 풀어읽기≫, ≪현대 영어권 극작가 15인≫(공저), ≪셰익스피어/현대영미극의 지평≫(공저), 역서로는 ≪햄릿≫,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리처드 3세≫ 등이 있다. 드라마투르그 작업으로는 예술의 전당의 <꼽추 리처드>, 국립극단의 <오이디푸스>, 명동예술극장의 <유리동물원>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프롤로그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어디 살인자라도 와 있단 말인가? 내가 바로 그 살인자?
그렇다면 도망쳐야 해. 뭐? 내가 내게서 도망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