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윌리 러셀의 <리타 길들이기>는 영국 공개 대학(Open University) 강의실을 배경으로 한 2인극 코미디다.
미용사 출신 리타는 스물여섯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공개 대학에 등록하고 문학 강좌를 수강한다. 술값이나 벌어 볼 마음으로 강의를 맡았던 프랭크는 문학에 대한 리타의 열정과 진지함에 감화되어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된다. 리타는 프랭크와 수업을 거듭하면서 점점 자신감 넘치는 매력적인 지식인으로 성장한다. 처음엔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리타가 점점 대학 문화에 익숙해지자 프랭크는 실망한다. 리타 역시 친구의 자살 시도를 보며 동경했던 대학생, 지식인의 삶 역시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미용사 시절의 그것만큼이나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는다.
윌리 러셀은 <리타 길들이기>에서 자아 발견과 개인적 성장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공개 대학 과정에 등록한 리타는 역시 삶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교수 프랭크와 수업을 진행하며 지적으로 성장한다. <리타 길들이기>는 자기 인식을 위한 투쟁, 이를 둘러싼 문화적 규범과 개인적 한계를 탐색하며 교육이 개인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기본 설정은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에서 가져왔다. 1980년 초연되었는데, 그해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올해의 코미디상”을 수상했다. 1983년 윌리 러셀 각색으로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최고 영화상과 최고 남녀 배우상을 수상했으며 최고 희곡상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자평
<리타 길들이기>는 1980년 초연된 윌리 러셀의 코미디다. 리타와 그녀의 지도교수 프랭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2인극이다. 1981년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연극상 후보에 올랐으며 영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리바이벌되었다. 윌리 러셀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지은이
윌리 러셀(Willy Russell, 1947∼)
영국의 극작가. 1947년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났다.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주제로 한 연극과 뮤지컬을 주로 선보여 왔다.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리타 길들이기>, <블러드 브러더스>가 있다. 특히 <리타 길들이기>는 1980년 초연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주요 희곡상, 연극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연되어 흥행했다.
그 외 주요 작품으로는 <The Mystery of Charles Dickens>(2001), <Shirley Valentine>(1986), <Stags and Hens>(1978) 등이 있다.
윌리 러셀은 작품에서 출신이 다른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이들의 차이를 탐색함으로써 계급, 교육, 노동자 투쟁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둔다. 그 외 그가 작품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로는 정체성, 자아 발견, 성장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옮긴이
박준용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국 프로듀서, 영국 BBC 연수 지구비디오 프로듀서를 지냈다. 희곡 번역가로서 닐 사이먼의 ≪희한한 한 쌍≫과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 ≪플라자 스위트≫, ≪굿 닥터≫, 조 오튼의 ≪미친 사람들≫, 페터 바이스의 ≪마라 사드≫, 숀 오케이시의 ≪주노와 공작≫, 시드니 마이클스의 ≪칭칭≫, 피터 셰퍼의 ≪태양 제국의 멸망≫, ≪요나답≫, 윌리 러셀의 ≪리타 길들이기≫, 우디 앨런의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존 밀링턴 싱의 ≪서쪽 나라의 멋쟁이≫, 빌 노턴의 ≪바람둥이 알피≫, 줄스 파이퍼의 ≪폭력 시대≫ 외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며 1970∼1980년대 한국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프랭크 : (≪하워즈 엔드≫ 책을 집어 든다.) 이 ≪하워즈 엔드≫는 어떻게 느꼈는지 얘기해 봐!
리타 : 후졌어요!
프랭크 : 뭐야?
리타 : 후진 책이더라구요.
프랭크 : 후진 내용이다? 어떤 이론에 입각해서 그런 결론이 내려졌지?
리타 : 그야 제가 내린 결론이죠!
프랭크 : ‘제가 내린 결론’이란 건 벌써 주관적인 거야.
리타 : 아무튼 제 느낌엔 한심했어요.
프랭크 : ≪하워즈 엔드≫가 한심했다! 좋아, 그렇다면 왜? 그러니까 인용하자면, ‘한심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얘기할 수 있나?
리타 : 좋아요, 왜 한심하냐 하면 쓴 사람이 한심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중간에 읽다가 보니까, 그 한심한 이 엠 포스터란 게, 그러니까 인용하자면,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 쓸 필요 없다’라는 소리를 하더라구요. 그걸 읽으니까 화가 나서 더 읽을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그 한심한 책을 중간에 집어 던져 버렸다구요.
프랭크 : (놀라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 쓸 필요가 없다고 한마디 해서 한심한 거야?
리타 : 그럼요!
프랭크 : 하지만 그 작품의 내용은 빈부 차이에 관한 게 아니잖아.
리타 : 그래도 그 시대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에 관심 쓸 필요 없다니, 정말 한심한 푸스터지 뭐예요!
프랭크 : 포스터야!
리타 : 포스터건 푸스터건 상관없어요. 소설 씁네 하고 폼 잡고 앉아서, 자기가 사는 세상 꼴에는 관심 없다 이겁니까! (프랭크 웃는다.) 비웃지 마세요.
-35-37쪽
프랭크 : 블레이크의 <꽃>이란 시에 대해서… 뭐? 그 시가 성적인 면을 표현한 거라구?
리타 : 그래요.
프랭크 : 그래요?
리타 : 그 시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된 함축성 있는 시잖아요? 그걸 성적인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죠.
프랭크 : 의미가 포함돼? 함축성이 있어? 무슨 헛소리야? 그 시는 아주 단순하고 여러 가지 의미라곤 없는 거야. 어린아이 같은 관점에서 꽃을 보고 느낀 느낌이라구!
리타 : (어깨를 으쓱한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죠. 하지만 그 꽃이 장미라고 한다면, 그 장미가 의미하는 걸 여러 가지로 해석해 볼 수도 있는 거죠.
프랭크 : 리타! 이 시는 아주 단순하고 여러 가지 의미라고는 없는….
리타 : 그건 선생님 의견이죠! 하지만 저는 트리쉬랑 그 외 다른 사람들이랑 요 전날 밤에 모여서 블레이크에 대한 얘기를 했단 말예요. 그런데 우리가 결론 내린 건 블레이크의 시야말로 표면에 있는 그대로를 해석해서는 안 되고, 그 속에 있는 그 저….
프랭크 : 뭐야?
리타 : (생각해 낸다.) 그 혈관처럼 뻗어 있는 내면적 의미를 찾아야 한다구요. 만일 그 시가 그저 꽃에 대해서만 쓴 거라면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시라고 할 수 있겠어요?
프랭크 : 그럼, 복잡해야만 위대한 시가 된단 말야?
리타 : 선생님, 제 리포트가 뭐 잘못됐나요?
프랭크 : 아냐, 잘못된 거야 없겠지. 다만 내 맘에 안 든다 이거야!
리타 : 그건 주관적인 의견이시네요.
-117-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