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존의 배치를 벗어난 새로운 시도
수많은 맹자 관련 서적이 있지만, 이 발췌 번역본에선 새로운 시도를 했다. 조기의 주석서에 입각한 기존의 배치를 벗어나 여덟 개의 큰 주제를 놓고 그 내용에 따라 재배치를 시도했다. 그동안 맹자 연구의 결과물들을 염두에 두면서 ‘본성’, ‘심’, ‘기’, ‘천’, ‘인의’, ‘도’, ‘군자’, ‘왕패’를 주제로 삼아 ≪맹자≫ 내에서 그와 관련된 주장들 일부를 장별로 다시 배치했다.
≪논어≫에 비견될 만한 책
우리 조상들은 아무리 궁벽한 시골에 살더라도 어른이 되면 공자님 말씀, 맹자님 말씀을 예로 들며 자식들을 훈계해 왔다. 그 맹자가 정계를 은퇴한 뒤 말년에 쓴 책이 바로 ≪맹자≫다. 맹자는 공자에 비견되기도 하고, ≪맹자≫는 ≪논어≫의 체제와 비슷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그렇게 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다. 공자가 살아생전인 춘추시대에 벌써 수많은 나라에서 크게 명성을 얻은 탁월한 사상가였음에 비해 맹자는 전국시대의 뛰어난 여러 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었다. 공자의 말이 ≪맹자≫에 벌써 최고의 가치를 지니며 인용되었던 데 비해, ≪맹자≫는 한나라 때 잠깐 유행하고 1000년이 흐른 뒤인 송나라 때 와서야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정치적·사회적 이념으로 전면 수용한 유학은 송나라 대 이후의 것이므로 우리의 전통 속에서 맹자는 처음부터 성인의 모습으로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정치사사의 교과서
≪맹자≫는 사후에나 붙이는 시호가 보인다거나 맹자의 행동거지 등을 추측할 어떤 구절도 없는 등 논란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자는 맹자가 말년에 제자들과 더불어 만든 책이라고 추측한다. 비록 사건별, 주장들의 난립 형식으로 구성되긴 했지만 책 전체를 볼 때에는 일관된 사유 체계를 읽을 수 있으며, 주장들 사이에 깊은 연관성과 구체성을 띠고 있다. 또한 격동의 정치 상황 속에서 ‘인의의 정치’로 시대 정치의 난맥상을 타개하려는 정치사상 교과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저작이다.
200자평
동아시아 사람 가운데 맹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맹자 사상의 정수가 담긴 이 책은 조기의 주석서에 입각한 고정적인 배치를 벗어나 여덟 개의 큰 주제를 놓고, 그 내용에 따라 재배치를 시도한 새로운 것이다. 지난 천 년간 우리의 사고와 생활 방식의 근간이 되어온 유교 사상의 주옥같은 가르침들이 담겨 있다.
지은이
맹가의 탄생 연도는 정확하지 않으나 대체로 서기전 372년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89년에 몰했다. 노나라에 붙어 있는 추(鄒)나라 출신이며,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제자로부터 유학을 공부했다. 정확한 자는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맹자≫의 내용 중 그의 아버지 상은 사의 예로 치르고, 그의 어머니 상은 대부의 예로 치렀다는 것으로 판단할 때 부유한 젊은 시절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또한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며 극진히 섬기고 말씀에 충실한 점으로 볼 때 어머니의 엄격한 교육 아래 성장한 듯하다. 40세가 넘어 정치 일선에 나섰는데, 주로 군주의 정책 고문 등을 담당했다. 책과 살림살이를 잔뜩 실은 수십 대의 수레에다 수백 명의 종자를 거느리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유세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개했다. 그는 추, 노, 임, 제, 송, 설, 등, 위나라 등에 유세했는데, 제선왕으로부터 경의 벼슬을 제수받는 등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나 끝내 어진 정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환갑 무렵 고향으로 돌아가 제자를 양성하며 말년을 보냈다.
옮긴이
장현근은 대만의 중국문화대학교에서 ≪상군서(商君書)≫ 연구로 석사 학위를, ≪순자(荀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가사상의 현대화, 동양 경전의 해석과 재해석, 자유-자본-민주에 대한 동양사상적 대안 모색에 몰두하고 있다. 계간 <전통과 현대>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용인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다.
저서로는 ≪중국사상의 뿌리≫, ≪상군서: 난세의 부국강병론≫ 등이 있고, 역서로는 ≪중국정치사상사≫, ≪순자≫ 등이 있다. <사회철학으로서 현대유학의 행로>, <도덕군주론: 고대 유가의 성왕론> 등 40여 편의 한국어 논문과 <상앙(商?)의 군국주의 교육관>, <순자 사상 중 ‘해폐(解蔽)’·‘정명(正名)’의 정치적 의의> 등 6편의 중국어 논문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1. 본성
2. 심
3. 기
4. 천
5. 인의
6. 도
7. 군자
8. 왕패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맹자가 말했다. “타고난 성정을 그대로 좇으면 누구나 선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선하다고 말한 까닭이네. 선하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타고난 성질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공경하는 마음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마음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네. 측은지심은 인이고, 수오지심은 의이고, 공경지심은 예이고, 시비지심은 지이네. 인의예지는 외부에서 나를 녹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본래부터 있던 것인데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24~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