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영화사의 재발견
누구나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그 영화의 감독이나 장르, 또는 영화의 촬영, 편집 기법, 주제나 스토리 등 특정한 측면에 더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영화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 평가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감상자의 미적인 태도, 사회적인 경험, 세계에 대한 인식 등의 폭과 깊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를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인식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평 과정에 가담하게 된다. 비평적 영화 분석은 영화의 기능, 효과, 의미 등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해주고 관객의 마음속에 그만큼 새로운 정서적 체험을 간직하고 개발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영화 연구의 여러 방법론 중 신형식주의, 역사적 시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신형식주의, 역사적 시학은 영화 이론과 영화 분석, 영화사의 통합을 추구했다. 여기서 신형식주의는 영화 이론, 영화 분석, 영화사의 세 분야로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다. 부분적으로는 서로 독립적이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신형식주의와 역사적 시학은 모두 세 가지 넓은 연구 영역으로 세분될 수 있다. ‘분석적 시학’은 특정 효과를 노리는 영화의 구조를 연구한다. ‘역사적 맥락’은 영화의 형식과 소재를 형성하는, 역사적으로 구축된 인과적 요인을 다룬다. 그리고 ‘효과’는 영화가 만들어낸 반응과 관객의 수용에 집중한다.
이 책은 한국영화사 초창기에서 2019년까지 개봉한 현존하는 한국 장편 극영화 60편을 분석했다. 선정 기준은 당대의 대중 의식을 반영했거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 등 영화사적 연구 가치가 높은 작품, 예술, 장르, 스타라는 관점에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 당대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 작품, 주제와 소재 면에서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친 작품,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발굴할 필요성이 있는 영화라고 판단되는 한국영화들이다.
이 책을 통해 당대의 인간과 사회를 들여다봄으로써 한국영화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한국영화사 초창기에서 2019년까지 개봉한 한국 장편 극영화 60편을 분석했다. 각 시기를 대표하는 한국영화를 통해 그 영화가 한국영화사적인 맥락에서 어떠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설명했다. 영화에 담긴 삶의 은유와 시대의 상징을 읽을 수 있다. 또 영화 속 명장면들의 비평적 분석을 통해 다양한 영화 기법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검토했다. 영화 연구의 방법론 중 신형식주의, 역사적 시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신형식주의는 영화 이론, 영화 분석, 영화사의 세 분야로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다.
지은이
신강호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받았다. 한국영화학회 회장(2007∼2008),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2009∼2010), 대한민국 영화대상(MBC) 조직위원(2006∼2010),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위원(2009∼2010),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영화 분야 중앙교육위원회 위원(2009∼2011),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자문위원(2010∼2013),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인정 소위원회 위원장(2012~2015),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국제영화제 평가위원(2013∼2014), 한국영화교육학회 회장(2012∼2013),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 회장(2014∼2015), 한국영상자료원 이사(2015∼2018),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예술과위원회 위원(2016∼2020)을 지냈다.
차례
머리말
01 일제 강점기: 1919∼1945
<미몽> (1936) 감독 양주남
<수업료> (1940) 감독 최인규
<반도의 봄> (1941) 감독 이병일
02 해방과 전쟁, 그리고 1950년대: 한국영화 부흥의 시작
<마음의 고향> (1949) 감독 윤용규
<자유부인> (1956) 감독 한형모
<돈> (1958) 감독 김소동
<지옥화> (1958) 감독 신상옥
<여사장> (1959) 감독 한형모
03 한국영화 전성기: 1960년대
<로맨스 빠빠> (1960) 감독 신상옥
<박서방> (1960) 감독 강대진
<하녀> (1960) 감독 김기영
<마부>(1961) 감독 강대진
<오발탄> (1961) 감독 유현목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 감독 신상옥
<삼등과장> (1961) 감독 이봉래
<돌아오지 않는 해병> (1963) 감독 이만희
<맨발의 청춘> (1964) 감독 김기덕
<갯마을> (1965) 감독 김수용
<안개> (1967) 감독 김수용
<휴일> (1968) 감독 이만희
04 통제와 불황의 시대: 1972∼1979
<별들의 고향> (1974) 감독 이장호
<바보들의 행진> (1975) 감독 하길종
<삼포 가는 길> (1975) 감독 이만희
<영자의 전성시대> (1975) 감독 김호선
05 신군부의 문화통치와 새로운 영화문화: 1980∼1987
<바람 불어 좋은 날> (1980) 감독 이장호
<최후의 증인> (1980) 감독 이두용
<티켓> (1986) 감독 임권택
<기쁜 우리 젊은 날> (1987) 감독 배창호
06 새로운 한국영화의 움직임: 1988∼1995
<칠수와 만수> (1988) 감독 박광수
<우묵배미의 사랑> (1990) 감독 장선우
<결혼이야기> (1992) 감독 김의석
<하얀 전쟁> (1992) 감독 정지영
<서편제> (1993) 임권택
07 한국 영화 르네상스: 1996년∼현재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 감독 홍상수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감독 허진호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 감독 이명세
<박하사탕> (1999) 감독 이창동
<엽기적인 그녀> (2001) 감독 곽재용
<살인의 추억> (2003) 감독 봉준호
<올드 보이> (2003) 감독 박찬욱
<그때 그 사람들> (2005) 감독 임상수
<달콤한 인생> (2005) 감독 김지운
<웰컴 투 동막골> (2005) 감독 박광현
<괴물> (2006) 감독 봉준호
<라디오 스타> (2006) 감독 이준익
<밀양> (2007) 감독 이창동
<우아한 세계> (2007) 감독 한재림
<추격자> (2008) 감독 나홍진
<마더> (2009) 감독 봉준호
<써니> (2011) 감독 강형철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감독 추창민
<변호인> (2013) 감독 양우석
<국제시장> (2014) 감독 윤제균
<내부자들> (2015) 감독 우민호
<베테랑> (2015) 감독 류승완
<암살> (2015) 감독 최동훈
<밀정> (2016) 감독 김지운
<아가씨> (2016) 감독 박찬욱
<택시 운전사> (2017) 감독 장훈
<기생충> (2019) 감독 봉준호
참고문헌
책속으로
현재 한국 영상자료원이 보유한 해방 전 한국 극영화 보유율이 채 10%가 안 되는 상황에서 2013년 중국 전영자료관으로부터 발굴된 <수업료>의 역사적 가치는 매우 높다. 특히 <수업료>는 일본 와세다대학교의 연극박물관에서 시나리오까지 함께 찾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제작사 고려영화협회는 식민지 조선의 대표적인 영화 제작사였다.
_01 “일제 강점기: 1919∼1945” 중에서
<지옥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강렬한 여성 캐릭터가 드물었던 당시, 최은희는 퇴폐적이면서 고혹적인 관능미를 자랑하는 ‘팜므 파탈’을 역할로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영화의 플롯이 여주인공의 사랑과 애욕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옥화>의 원 제목은 ‘육정(肉情)’이었는데 포스터에는 “세상을 아연케 한 양주열차 깽 사건을 재현한 무법과 불법과 육정의 거리”라는 선전 문구가 실려 있었다.
_02 “해방과 전쟁, 그리고 1950년대: 한국영화 부흥의 시작” 중에서
<하녀>는 부르주아 공간으로 진입한 한 가족의 파멸을 그렸다. 이 작품은 가족 이야기를 통해 당대 사회에 대한 감독의 발언을 도전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하녀>는 영화적 기법과 감독의 시대적 인식이 잘 융합된 작품으로 당시 한국사회의 단면을 멜로드라마에 스릴러, 공포영화 같은 여러 장르 스타일을 끌어들였다. 기이한 소품들, 기울어진 또는 극단적인 카메라 각도, 명암대비가 강한 조명, 기하학적인 구도 등 과장되고 괴기한 표현주의적 미장센은 인물들의 어두운 욕망을 시각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당대 어떠한 한국영화들보다 카메라 움직임이 많고 유려하다. 빗소리와 천둥소리, 불길한 배경음악, 음울한 음향 등의 청각적 요소들 역시 공포와 긴장감을 끌어 올린다.
_03 “한국영화 전성기: 1960년대” 중에서
<최후의 증인>은 대종상 수상을 염두에 두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1년여의 제작기간을 들여 만들어졌다. 1979년 5월에 촬영을 시작해 1980년 3월까지 10여 개월 동안 호남 일대, 군산, 강원도 등 전국을 누비며 모든 장면을 현지 촬영으로 찍었다. 당시 30회차 촬영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영화는 약 80회차 촬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후의 증인>은 이두용 감독 사상이 수상하다는 투서가 청와대에 들어가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는 소동을 겪었다. 다른 영화사들이 모함한 것이다. 영화 속 검사가 성폭행을 저지른다든가 폭력적인 수사관의 모습 등의 문제로 검열에 시달렸고 상당 부분이 훼손된 채 개봉되었다. 1980년 11월, 154분의 원래 편집본 대신 1시간 40분으로 상영된 것이다.
_05 “신군부의 문화통치와 새로운 영화문화: 1980∼1987” 중에서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4개 부문 수상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인 일종의 ‘현상(phenomenon)’이 되었으며, 동시대 한국영화의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생충>은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문제(신자유주의 시대에 한국 사회의 최고 가치는 ‘돈’이 되었다)를 세 가족의 희비극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적어도 <기생충>은 계급적 패배감과 모멸감이 만연한 사회 그리고 생존을 위해 같은 계급을 겨냥하는 불편한 사회를 반추하도록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07 “한국 영화 르네상스: 1996년∼현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