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영화의 재발견,
대표 영화 102편의 가치와 의미, 명장면 읽기
초판에 40편을 더한 2022년 개정판
이 책은 ‘한국영화사를 위한 한국영화 읽기’다. 한국영화사의 각 시기를 대표하는 102편의 한국영화를 통해 그 영화가 한국영화사적인 맥락에서 어떠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했다. 영화에 담긴 삶의 은유와 시대의 상징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 명장면들에 대한 비평적 분석을 통해 다양한 영화 기법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검토했다.
누구나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관객은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감독이나 장르, 촬영, 편집 기법, 주제나 스토리 같은 특정 측면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영화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 평가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감상자의 미적인 태도, 사회적인 경험, 세계에 대한 인식 등 그 폭과 깊이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를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인식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평의 과정에 가담하게 된다. 비평적 영화 분석은 영화의 기능, 효과, 의미 등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해주고 관객의 마음속에 그만큼 새로운 정서적 체험을 간직하고 개발되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서 명장면 분석은 영화 연구 방법론 가운데 신형식주의·역사적 시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형식적 요소를 크게 촬영, 편집, 음향, 미장센(조명, 세팅, 의상과 분장,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 등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리고 영화 스타일 분석을 통해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사용된 기법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그러한 기법이 어떻게 한 영화의 전체 체계 속에서 유의미하게 기능하는가를 밝혔다. 사실 영화 기법은 쉽게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학작품을 정독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영화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영화 형식에 대한 이해는 영화를 보는 태도에 따라 충분히 습득될 수 있다.
102편의 영화는 당대 대중의 의식을 반영했거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맥락을 엿볼 수 있는 영화사적 연구 가치가 높은 작품, 예술·장르·스타라는 관점에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 작품, 주제와 소재 면에서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친 작품,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발굴할 필요성이 있는 작품 중에서 선정했다. 2022년 개정판은 초판에서 40편의 영화를 추가했다. 판형도 신국판으로 커졌으며, 명장면이 잘 보이도록 이미지도 다양하게 사용했다.
200자평
한국영화사 초창기에서 2019년까지 개봉한 한국 장편 극영화 102편을 분석했다. 각 시기를 대표하는 영화를 통해 그 영화가 한국영화사적인 맥락에서 어떠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설명했다. 영화에 담긴 삶의 은유와 시대의 상징을 읽을 수 있다. 또 영화 속 명장면들의 비평적 분석을 통해 다양한 영화 기법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검토했다. 영화 연구의 방법론 중 신형식주의· 역사적 시학을 적용했다. 형식주의는 영화 이론, 영화 분석, 영화사를 서로 밀접하게 엮고 있다. 2022년 개정판은 초판에 40편의 영화를 추가했다.
지은이
신강호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받았다. 한국영화학회 회장(2007∼2008),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2009∼2010), 대한민국 영화대상(MBC) 조직위원(2006∼2010),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위원(2009∼2010),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영화 분야 중앙교육위원회 위원(2009∼2011),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자문위원(2010∼2013),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인정 소위원회 위원장(2012∼2015),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국제영화제 평가위원(2013∼2014), 한국영화교육학회 회장(2012∼2013),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 회장(2014∼2015), 한국영상자료원 이사(2015∼2018),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예술분과위원회 위원(2016∼2021)을 지냈다.
차례
머리말
01 일제 강점기: 1919-1945
<청춘의 십자로> (1934, 감독 안종화)
<미몽> (1936, 감독 양주남)
<군용열차> (1938, 감독 서광제)
<어화> (1938, 감독 안철영)
<수업료> (1940, 감독 최인규)
<반도의 봄> (1941, 감독 이병일)
<지원병> (1941, 감독 안석영)
<집 없는 천사> (1941, 감독 최인규)
02 해방과 전쟁, 그리고 1950년대: 한국영화 부흥의 시작
<자유만세> (1946, 감독 최인규)
<마음의 고향> (1949, 감독 윤용규)
<운명의 손> (1954, 감독 한형모)
<피아골> (1955, 감독 이강천)
<서울의 휴일> (1956, 감독 이용민)
<자유부인> (1956, 감독 한형모)
<청춘쌍곡선> (1956, 감독 한형모)
<돈> (1958, 감독 김소동)
<어느 여대생의 고백> (1958, 감독 신상옥)
<자유결혼> (1958, 감독 이병일)
<지옥화> (1958, 감독 신상옥)
<여사장> (1959, 감독 한형모)
03 한국영화 전성기: 1960년대
<로맨스 빠빠> (1960, 감독 신상옥)
<박서방> (1960, 감독 강대진)
<표류도> (1960, 감독 권영순)
<하녀> (1960, 감독 김기영)
<노다지> (1961, 감독 정창화)
<마부> (1961, 감독 강대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 감독 신상옥)
<삼등과장> (1961, 감독 이봉래)
<서울의 지붕 밑> (1961, 감독 이형표)
<오발탄> (1961, 감독 유현목)
<돌아오지 않는 해병> (1963, 감독 이만희)
<또순이> (1963, 감독 박상호)
<혈맥> (1963, 감독 김수용)
<맨발의 청춘> (1964, 감독 김기덕)
<갯마을> (1965, 감독 김수용)
<비무장지대> (1965, 감독 박상호)
<귀로> (1967, 감독 이만희)
<안개> (1967, 감독 김수용)
<장군의 수염> (1968, 감독 이성구)
<휴일> (1968, 감독 이만희)
04 통제와 불황의 시대: 1972-1979
<별들의 고향> (1974, 감독 이장호)
<바보들의 행진> (1975, 감독 하길종)
<삼포 가는 길> (1975, 감독 이만희)
<영자의 전성시대> (1975, 감독 김호선)
<겨울 여자> (1977, 감독 김호선)
<장마> (1979, 감독 유현목)
05 신군부의 문화통치와 새로운 영화문화: 1980-1987
<바람 불어 좋은 날> (1980, 감독 이장호)
<최후의 증인> (1980, 감독 이두용)
<티켓> (1986, 감독 임권택)
<기쁜 우리 젊은 날> (1987, 감독 배창호)
06 새로운 한국영화의 움직임: 1988-1995
<개그맨> (1988, 감독 이명세)
<칠수와 만수> (1988, 감독 박광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1990, 감독 이명세)
<남부군> (1990, 감독 정지영)
<우묵배미의 사랑> (1990, 감독 장선우)
<결혼이야기> (1992, 감독 김의석)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92, 감독 박종원)
<하얀 전쟁> (1992, 감독 정지영)
<서편제> (1992) 임권택
<투캅스> (1993, 감독 강우석)
07 한국 영화 르네상스: 1996년-현재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 감독 홍상수)
<넘버3> (1997, 감독 송능한)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감독 허진호)
<박하사탕> (1999, 감독 이창동)
<쉬리> (1999, 감독 강제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 감독 이명세)
<공동경비구역 JSA> (2000, 감독 박찬욱)
<엽기적인 그녀> (2001, 감독 곽재용)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 감독 임순례)
<친구> (2001, 감독 곽경택)
<파이란> (2001, 감독 송해성)
<살인의 추억> (2003, 감독 봉준호)
<올드 보이> (2003, 감독 박찬욱)
<클래식> (2003, 감독 곽재용)
<말죽거리 잔혹사> (2004, 감독 유하)
<그때 그 사람들> (2005, 감독 임상수)
<웰컴 투 동막골> (2005, 감독 박광현)
<달콤한 인생> (2005, 감독 김지운)
<왕의 남자> (2006, 감독 이준익)
<가족의 탄생> (2006, 감독 김태용)
<괴물> (2006, 감독 봉준호)
<라디오 스타> (2006, 감독 이준익)
<밀양> (2007, 감독 이창동)
<우아한 세계> (2007, 감독 한재림)
<추격자> (2008, 감독 나홍진)
<마더> (2009, 감독 봉준호)
<밤과 낮> (2009, 감독 홍상수)
<시> (2009, 감독 이창동)
<써니> (2011, 감독 강형철)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2012, 감독 윤종빈)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감독 추창민)
<변호인> (2013, 감독 양우석)
<국제시장> (2014, 감독 윤제균)
<명량> (2014, 감독 김한민)
<내부자들> (2015, 감독 우민호)
<베테랑> (2015, 감독 류승완)
<암살> (2015, 감독 최동훈)
<곡성> (2016, 감독 나홍진)
<밀정> (2016, 감독 김지운)
<아가씨> (2016, 감독 박찬욱)
<택시 운전사> (2017, 감독 장훈)
<기생충> (2019, 감독 봉준호)
책속으로
현재 한국 영상자료원이 보유한 해방 전 한국 극영화 보유율이 채 10%가 안 되는 상황에서 2013년 중국 전영자료관으로부터 발굴된 <수업료>의 역사적 가치는 매우 높다. 특히 <수업료>는 일본 와세다대학교의 연극박물관에서 시나리오까지 함께 찾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제작사 고려영화협회는 식민지 조선의 대표적인 영화 제작사였다.
“01_일제 강점기: 1919∼1945” 중에서
<지옥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강렬한 여성 캐릭터가 드물었던 당시, 최은희는 퇴폐적이면서 고혹적인 관능미를 자랑하는 ‘팜므 파탈’을 역할로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영화의 플롯이 여주인공의 사랑과 애욕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옥화>의 원 제목은 ‘육정(肉情)’이었는데 포스터에는 “세상을 아연케 한 양주열차 깽 사건을 재현한 무법과 불법과 육정의 거리”라는 선전 문구가 실려 있었다.
“02_해방과 전쟁, 그리고 1950년대: 한국영화 부흥의 시작” 중에서
<하녀>는 부르주아 공간으로 진입한 한 가족의 파멸을 그렸다. 이 작품은 가족 이야기를 통해 당대 사회에 대한 감독의 발언을 도전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하녀>는 영화적 기법과 감독의 시대적 인식이 잘 융합된 작품으로 당시 한국사회의 단면을 멜로드라마에 스릴러, 공포영화 같은 여러 장르 스타일을 끌어들였다. 기이한 소품들, 기울어진 또는 극단적인 카메라 각도, 명암대비가 강한 조명, 기하학적인 구도 등 과장되고 괴기한 표현주의적 미장센은 인물들의 어두운 욕망을 시각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당대 어떠한 한국영화들보다 카메라 움직임이 많고 유려하다. 빗소리와 천둥소리, 불길한 배경음악, 음울한 음향 등의 청각적 요소들 역시 공포와 긴장감을 끌어 올린다.
“03_한국영화 전성기: 1960년대” 중에서
<티켓>의 종반부, 민 마담은 민수를 바닷가 바위 위로 데리고 가서 세영과의 관계를 따져 묻는다. 세영에게 실망해 있던 민수는 세영을 철저하게 헐뜯는다. 민수는 세영에게 신세를 지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순결만을 뻔뻔스럽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민 마담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급기야는 민수를 바다에 떠밀어 빠뜨려 버린다. 그리고 해변으로 기어오르려는 민수를 걷어차서 마침내 익사 지경에 이르게 한다. 민 마담은 이제 제정신이 아니다. 해변에 널려 있는 어망 위를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며 거니는 등 그녀의 눈빛은 정상이 아니다. 이 장면은 핸드헬드와 어안 렌즈를 이용해서 그녀의 시선과 헤매고 다니는 모습을 교차시키면서 그녀의 정신적 혼란함을 표현한다.
“05_신군부의 문화통치와 새로운 영화문화: 1980-1987” 중에서
<하얀 전쟁>의 플롯은 한기주가 과거 시제의 월남전을 회상하는 유형과 영화의 전반부 현재 시제에서는 변진수가 한기주를, 후반부에는 한기주가 변진수를 추적하는 유형으로 전개된다. 회상 유형의 매개체는 변진수라는 인물의 등장이며, 추적 유형의 매개체는 권총이다. <하얀 전쟁>은 모두 6번의 월남전 플래시백 시퀀스가 현재와 교차하면서 영화의 스토리는 플롯 순서에 의해 재배열되면서 진행된다.
“06_새로운 한국영화의 움직임: 1988-1995” 중에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는 이와 유사한 경우로 즉결 재판소에서 효섭이 자신을 변호하는 장면에서도 판사의 목소리만이 들리고 상대방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는다. 이러한 프레임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사이에서 겪는 인물의 혼란한 상황을 상대 인물을 차단함으로써 보다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프레임을 통한 차단은 등장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차단일 뿐만 아니라 관객과 인물 사이의 감정이입의 거리두기이기도 하다.
“07_한국 영화 르네상스: 1996년∼현재” 중에서
<기생충>은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문제(신자유주의 시대에 한국 사회의 최고 가치는 ‘돈’이 되었다)를 세 가족의 희비극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적어도 <기생충>은 계급적 패배감과 모멸감이 만연한 사회 그리고 생존을 위해 같은 계급을 겨냥하는 불편한 사회를 반추하도록 한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07_한국 영화 르네상스: 1996년∼현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