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문정옥은 환상적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환상성이 바탕이 되는 의인 동화로써 직관적으로 대상을 받아들이는 유년 독자들을 효과적으로 이해시킨다. 이 같은 환상적 동화의 문체는 대개 상징과 함축을 특징으로 하며 이런 문체적 장점은 창작 동화 본연의 정신을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한편 문정옥의 사실 동화 또한 간명한 삶의 원리를 알려 주는 데 목표를 두고 압축적인 문장을 구사한다.
다음의 수록 작품들은 의인화된 사물들이 존재에 대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정체성 확립을 위해 부단히 질문하고 회의(懷疑)를 거듭한다. <흰띠박이 때때>는 북극의 바다표범을 의인화해서, 먼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아빠 표범을 찾아 나서는 ‘때때’의 모험 이야기다. <눈 감고 보는 하늘>은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렌즈를 의인화했다. 모든 사람이 선한 일을 지향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와 그런 직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갈등을 적절하게 의인화해 냈다. <쌍둥이 은별>은 눈 먼 소녀에게 빛이 되어 주고자 하는 쌍둥이별의 자신의 ‘역할 발견’ 이야기다. 자기가 가진 가장 값진 것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놓을 때 기적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다음의 수록 작품들은 인간성 상실을 우려하는 내용이다. <오늘 대화는 이것으로 끝>은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이야기다. 앞으로 개인주의는 어떤 모양으로 치닫게 될까 하는 일반인의 불안 심리를 ‘사생활 침해 방지 특별법 제정’이라는 제재를 통해 적절하게 구현해 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음과 마음 나누기를 거추장스럽고 번거로운 일로 몰아가려는 현대인들의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날카롭게 포착했다. 결국 인간이 만든 법의 감옥에 인간이 갇히게 되는 부조리한 현대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기차역>은 인간 지능화된 로봇이 마침내 인간의 두뇌에 담긴 기억을 훔쳐 낸다는 가상현실을 다루고 있다. 기계 만능주의로 발생하게 될 인간성 상실과 나날이 기계화되어 가는 사람들의 삶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200자평
문정옥은 1991년 ≪아동문학평론≫지 봄호에 <발바닥 돌>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동화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환상적 기법을 사용해 창작 동화 본연의 정신을 구축하는 한편 사실 동화에서는 간명한 삶의 원리를 알려 주는 데 목표를 두고 압축적인 문장을 구사했다. 이 책에는 <쌍둥이 은별>을 포함한 15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문정옥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신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아동문학평론≫지 봄호에 <발바닥 돌>로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우리는 몇 촌일까?≫, ≪어디로 갔지≫, ≪빨간 오리와 종알 대장≫, ≪아주 특별한 자랑≫ 등을 펴냈다.
해설자
최미선은 경상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2000년에 아동문예 문학상, 2004년에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2005년 경남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아동문학 창작과 이론 연구 활동을 하고, 경상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창작 동화집 ≪가짜 한의사 외삼촌≫(2007)이 있다.
차례
작가의 말
집 없는 달팽이
기차역
날아간 비둘기
해와 달도 나처럼
자라는 물
쌍둥이 은별
가시울타리의 노래
내 작은 유리창
흰띠박이 때때
업둥이 행운이
빨간 모자
눈 감고 보는 하늘
오늘 대화는 이것으로 끝
씽씽
스타는 여행 중
해설
문정옥은
최미선은
책속으로
1.
‘그들은 분명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잘 때 차가워지는 것도 그렇고,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는 것도 그렇고.’
경수는 지난번 방 안에서 들리던 소리가 자꾸 생각났다.
‘기억 칩과 사고 충전 칩? 그걸 찾아야 해. 그걸 찾으면 뭔가 알 수 있어.’
-<기차역> 중에서
2.
“우리가 짝을 찾지 못해도 좋아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아름다운 바다에 영영 가 보지 못해도 괜찮아요. 우린 이 소녀의 눈이 될 거예요.”
그러고는 손을 잡고 소녀의 눈으로 들어갔습니다.
소녀는 말로만 듣던 별밭을 눈부신 듯 바라보았습니다.
수많은 별도 쏟아질 듯 소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소녀의 눈이 되어 준 쌍둥이별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중이었어요.
“바다엔 가지 않아도 되겠어. 우리가 있던 별밭이 얼마나 아름답니?”
손을 꼭 잡은 쌍둥이 은별은 꿈을 이룬 것처럼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쌍둥이 은별> 중에서
3.
가끔씩 내가 감옥에 있는 죄인처럼 느껴진다.
범죄를 줄이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은 카드에 담긴 죄인들의 모든 암호를 삭제해 버리는 것. 특별법이 만든 무서운 형벌이다.
날이 갈수록 감옥에서 떨고 있는 나를 꿈속에서 본다. 어디고 도망갈 데가 없다.
-<오늘 대화는 이것으로 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