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의 문제를 탐구하는 ‘문제로서의 언어’
전통적으로 우리는 사람을 연구의 주체로, 언어를 그 연구의 대상물로 인식했다. 그러나 언어 자체가 인간의 생산물인 만큼 주체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인간의 문제’를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언어는 우리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빚어내고, 저지르고, 일그러뜨리기도 한 ‘우리의 문제’다.『문제로서의 언어』는 이런 ‘우리의 문제’에 대한 성찰이자 탐구다.
사회 문제와 언어 현상이 연계될 수 있나?
『문제로서의 언어』4권은 사회 문제와 언어 현상을 연계하는 연구자 17명의 글을 모았다. 언어는 우리의 문제다. 우리의 문제는 기층에서 요동치는 광범위한 대중의 숨소리를 담고 있다. 언어에 대한 현미경적인 집중 관찰보다 언어와 연계된 다양한 사회 문제의 흐름을 꿰어 보는 것이 언어학이 길이 될 것이다.
200자평
언어는 완성품 혹은 완결성을 가진 결정체가 아니다. 항상 문제를 품고 있는 존재다. 이 책은 현실 언어를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는 소위 국어학 연구의 범주와 경향에서 벗어나 현실 속 언어를 연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한국 사회의 언어 문제, 언어 인식과 소통에 대한 연구를 엮었다.
엮은이
김하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루르대학교 어문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장, 한국사회언어학회와 한국사전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언어학이 언어의 내적 규칙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언어 행위를 통해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함의를 갖고 있는지 밝혀내는 데 주력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어 규범과 정책, 남북 언어 문제, 민족어 형성 문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등에 이론적, 실천적으로 관여하였다. 현재는 공식적, 규범적 언어를 넘어 통속적인 언어의 모습과 언어 사용의 실질적 주체인 대중으로 관심을 확장해 가는 중이다.
차례
머리말
1부 한국 사회의 언어 문제
01 세계 주요 언어의 국제적 위상 변화 양상과 국내 외국어 교육 정책에 대한 함축 / 강현석
02 문화 콘텐츠 시대의 방언 정책 / 강희숙
03 해방 직후 북한의 ‘문맹퇴치운동’에 관한 일고찰 / 고영진
04 국어교육을 위한 근대국어 시대구분 문제 / 김슬옹
05 문제로서의 군대 언어 / 박용한
06 식민지 조선에서의 기독교 선교사에 의한 조선어교육 / 오대환
07 사회 방언과 국어교육 / 이정복
08 사회 문제로서의 차별적 언어 표현 / 조태린
2부 언어 인식과 소통
09 절대적 보편과 형상에 대한 신념: 김억의 언어 인식과 시학 / 구인모
10 은유로서의 언어 / 김병문
11 정치광고, 내러티브의 힘을 지닌 정치담화 / 김현강
12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관여와 관여 유발 전략 / 백승주
13 한국 뉴스에서의 타자화: ‘이주민’ 관련 기사의 비판적 담화 분석 / 신유리
14 신문에서의 새로운 장르, ‘뉴스분석’: 언어 및 담화적 실현과 혼합적 성격 / 이원표
15 인정 투쟁, 내러티브와 정체성 구성의 담화적 실천 / 이정은
16 하버마스의 사유에서 ‘의사소통’ 개념의 철학적 함의 / 정대성
17 수사구조이론과 한국어 텍스트 분석의 실제 / 정여훈
책속으로
20세기의 마지막 10년과 21세기의 첫 10년은 한국 사회의 언어와 종족에 대한 관념, 나와 우리 사이의 간격 등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겪은 시기였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언어 정책이 남북의 분단 극복을 위한 돌파구로, 또 이주해온 외국인들의 사회 통합의 수단으로, 더 나아가 해외 교포들이나 외국인들과 한국 사회의 다리를 이어 주는 연결고리로 새롭게 자리매김을 했다. 그동안 구조, 분석, 품사 등의 용어가 주류를 이루던 연구 주제를 넘어서서 언어 사용, 간섭, 습득, 영향, 언어 접촉 등의 개념이 부쩍 늘어나게 되었다. 진정 우리의 학문이 사회 문제 전반으로 그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나게 된 것이다.
_ “머리말” 중에서
이제는 사회언어학이 넓은 의미의 언어학의 한 분야인지 아니면 인문사회과학의 여러 분야를 통합해 나가는 수단인지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혹은 이 분야 근처에서 언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준비하는 이들의 논의를 한 자리에 모아 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책의 출간 목적이기도 하다.
_ “머리말” 중에서
한 언어는 언어공동체의 화자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실제적 변이로 구성되는 추상적 총체다. 사실 단일한 ‘한국어’라고 하는 것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머리 안에 존재하는 것일 뿐 실재하는 것은 수많은 화자들이 일상에서 만들어 내는 다양한 변이형들 자체다. 방송이나 사전, 문법 교과서에서 말하는 ‘표준 한국어’는 한국어 변이 체계의 한 가지일 뿐이며, 그것은 영원한 것도 고정적인 실체도 아니다. 언어는 곧 변이의 무한 집합이고 변이로 가득 찬 세계인 것이다. 언어 변이가 있음으로써 지속적인 언어 변화가 나타나며, 언어 변화는 새로운 변이의 출발점이 된다. 변이는 언어의 존재 양식이며, 언어 그 자체다.
_ “07 사회 방언과 국어교육”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