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의 문제를 탐구하는 ‘문제로서의 언어’
전통적으로 우리는 사람을 연구의 주체로, 언어를 그 연구의 대상물로 인식했다. 그러나 언어 자체가 인간의 생산물인 만큼 주체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인간의 문제’를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언어는 우리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빚어내고, 저지르고, 일그러뜨리기도 한 ‘우리의 문제’다.『문제로서의 언어』는 이런 ‘우리의 문제’에 대한 성찰이자 탐구다.
언어학의 새로운 모습은 무엇인가?
『문제로서의 언어』5권은 한국어의 대화와 화용, 한국어 학습과 교육에 대한 연구를 엮었다. 이 책에 담긴 필자 16명의 글을 통해 사회 문제와 언어 현상을 연계하는 언어학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200자평
그동안 우리는 언어의 소통 과정보다 형식적인 완결성에 관심을 더 가졌다. 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이리도 어렵기만 한지, 아이들은 어쩌다가 그리 쉽게 말을 배우는지에 대한 성찰은 보잘것없었다. 이 책은 언어를 통해 사회와 인문 현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엮은이
김하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루르대학교 어문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장, 한국사회언어학회와 한국사전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언어학이 언어의 내적 규칙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언어 행위를 통해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함의를 갖고 있는지 밝혀내는 데 주력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어 규범과 정책, 남북 언어 문제, 민족어 형성 문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등에 이론적, 실천적으로 관여하였다. 현재는 공식적, 규범적 언어를 넘어 통속적인 언어의 모습과 언어 사용의 실질적 주체인 대중으로 관심을 확장해 가는 중이다.
차례
머리말
1부 한국어의 대화와 화용
01 이야기 구술 맥락에서의 한국어 화제 표지의 분석: 영어의 좌향전위 구문과의 비교 / 김규현
02 질문과 대답에 대한 대화 분석의 응용: 대학생 TV 토론을 중심으로 / 김소연
03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의사소통 행동: 한국 다문화사회에서 간과되고 있는 문제 /러트예 알렉산드라
04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화용 능력 / 손희연
05 언어 사용의 실제와 설명의 간극: 한국어 응답표지를 대상으로 / 안주호
06 한국어 교사의 ‘메타말’ 인식에 관한 내러티브적 탐구 / 정대현
07 토론 담화에 나타난 한국어 학습자의 화용적 문제: 담화표지 사용을 중심으로 / 한상미
08 학술발표 담화에서 화자의 관점 선택의 효과: 화자, 청자, 화제 중심 발언을 대상으로 / 홍윤혜
2부 한국어 학습과 교육
09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방향과 과제 / 강승혜
10 한국어 교육에서의 담화 기반 문법: 부정 표현의 맥락 문법을 활용하여 / 강현화
11 다문화가정 중도입국 자녀 대상 한국어 교육의제문제 / 박석준
12 정착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어휘 교육의 내용 / 심혜령
13 외국인 유학생의 글쓰기 윤리 문제: 자료 사용 기반의 학문 목적 쓰기 지도와 관련하여 / 이윤진
14 사고발화법을 이용한 한국어 요약문 쓰기 전략: 한국인과 중국인 대학생의 비교를 중심으로 / 이은경
15 한국어 학습자의 논리적 글쓰기와 작문 교육: 중국인 학습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 조인옥
16 한국어 학습자의 직유 표현 인식과 문화적 친밀성 / 한송화
책속으로
20세기의 마지막 10년과 21세기의 첫 10년은 한국 사회의 언어와 종족에 대한 관념, 나와 우리 사이의 간격 등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겪은 시기였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언어 정책이 남북의 분단 극복을 위한 돌파구로, 또 이주해온 외국인들의 사회 통합의 수단으로, 더 나아가 해외 교포들이나 외국인들과 한국 사회의 다리를 이어 주는 연결고리로 새롭게 자리매김을 했다. 그동안 구조, 분석, 품사 등의 용어가 주류를 이루던 연구 주제를 넘어서서 언어 사용, 간섭, 습득, 영향, 언어 접촉 등의 개념이 부쩍 늘어나게 되었다. 진정 우리의 학문이 사회 문제 전반으로 그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나게 된 것이다.
_ “머리말” 중에서
이제는 사회언어학이 넓은 의미의 언어학의 한 분야인지 아니면 인문사회과학의 여러 분야를 통합해 나가는 수단인지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혹은 이 분야 근처에서 언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준비하는 이들의 논의를 한 자리에 모아 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책의 출간 목적이기도 하다.
_ “머리말” 중에서
한국 사회는 지금 다양한 민족과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통합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통합은 범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중 의사소통도 중요한 하나의 측면이다. 통합을 위한 노력은 양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에 오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한편, 한국인들도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아무리 민족·문화적인 배경이 달라도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이러한 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의사소통 행동 중에도 의도치 않게 외국인 통합을 어렵게 하는 행동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_ “03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의사소통 행동: 한국 다문화사회에서 간과되고 있는 문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