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쟁이 끝나자 장교 텔하임은 빚만 떠안은 채 불명예스런 제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관 주인마저 그를 무시해 묵고 있는 방을 새로운 손님에게 내준다. 텔하임은 항의하지 않고 순순히 숙소를 비워 준다. 한편 그가 묵던 방에 새로 묵게 된 손님은 미나다. 그녀는 연인 텔하임을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미나는 우연히 자기가 묵게 된 방 원래 주인이 텔하임이었던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찾아가 구혼한다. 그러나 텔하임은 빈털터리인 자기 처지를 비관, 미나의 구혼을 거절한다. 미나는 텔하임을 설득할 꾀를 내고, 두 사람은 극적으로 재결합에 성공한다.
7년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작센의 귀족 처녀 미나와 프로이센 군인 텔하임이 갈등을 극복하고 결합하는 과정을 그렸다. 당시 평화조약으로 전쟁이 종결되었지만 작센과 프로이센 국민 사이에는 적대 감정이 남아 있었다. 따라서 미나와 텔하임의 결합은 작센과 프로이센의 화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레싱은 전후 사회상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작품에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희극 전통에서 벗어나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인물을 창조했다. 독일 희극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200자평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의 작품으로 그릴파르처의 <거짓말하는 자 벌받을지어다>, 클라이스트의 <깨어진 항아리>와 함께 독일 3대 희극에 꼽히는 작품이다. 괴테는 이 작품을 “찬란하게 빛나는 혜성”에 비유했고, 그릴파르처는 “분명히 독일 최고의 희극”이라고 평했다.
지은이
고트홀트 레싱은 1729년에 태어나 라이프치히 대학교와 비텐베르크 대학교에서 공부한다. 목사인 부친의 뜻에 따라 신학 공부를 시작하나 문학에 끌려 신학자의 길을 접고 일찍이 문필 활동과 언론계에 투신한다. 평생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1781년 눈을 감는다. <미스 사라 샘슨>, <미나 폰 바른헬름, 또는 군인의 행운>, <에밀리아 갈로티>, <현자 나탄> 등이 대표작이다. 그 밖의 주요 저술로는 ≪비극에 관한 서신 교환≫, ≪문학 편지≫, ≪라오콘: 미술과 문학의 경계에 관하여≫, ≪함부르크 연극론≫, ≪인류의 교육≫, ≪에른스트와 팔크: 프리메이슨 회원을 위한 대화≫ 등이 있다. 레싱은 독일 계몽주의 시대에 문학평론가, 이론가, 작가로서 또 언론인으로서 문화 전반에 걸쳐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고, 독일 문학이 낙후성을 극복하고 세계문학의 정상권으로 도약하는 준비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독일 최초의 전업 작가, 시민 비극의 창조자, 전제군주제와 교조적 루터교의 비판자, 시민계급의 선구자, 관용과 지혜의 화신 나탄의 창조자, 독일 근대 희곡의 아버지 등으로 칭송된다.
옮긴이
윤도중은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뮌헨 대학교, 본 대학교, 마인츠 대학교에서 수학한 뒤, 주한독일문화원, 전북대학교를 거쳐 현재 숭실대학교 독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 숭실대학교 인문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레싱, 괴테, 실러 등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레싱: 드라마와 희곡론≫(2003), 역서로는 ≪괴테 고전주의 희곡선≫(1996), 카를 추크마이어의 희곡 ≪쾨페닉의 대위≫(1999), 레싱의 희곡 ≪미나 폰 바른헬름, 또는 군인의 행운≫(2008), ≪에밀리아 갈로티≫(2009) 레싱의 저서 ≪라오콘: 미술과 문학의 경계에 관하여≫(2008)와 ≪함부르크 연극론≫(2009), 프란츠 메링의 저서 ≪레싱 전설≫(2005), 프리드리히 헤벨의 비극 ≪마리아 마그달레나≫(2009)와 ≪유디트≫(2010)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91~192쪽
아가씨: 진정하세요, 소령님. 영광스러운 소령님의 보호를 거절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제가 전혀 보호받지 않는 건 아닙니다. 항상 필요한 만큼은 받겠지요. 우리 대사님에게 면담을 신청했더니 오늘 중으로 만나자고 하십니다. 바라건대 대사님이 저를 보살펴 주실 겁니다. 시간이 지나가는군요. 실례하겠습니다, 소령님.
텔하임: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아가씨.
아가씨: 안 됩니다, 소령님. 가게 해 주세요.
텔하임: 아가씨 그림자가 아가씨를 떠나면 떠났지 저는 안 떠납니다. 어디든지 누구에게든지 가 보세요. 저는 어디서건 아가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을 향해 매일 수백 번이고 이야기하겠어요. 아가씨가 저와 어떤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고, 아가씨가 어떤 잔인한 고집으로 그 인연을 끊으려고 하는지 이야기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