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이 책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마셜 매클루언의 명제를 확대해 “미디어는 공간적 메시지다”라고 말하려 한다. 상대성 이론에서 큰 중력의 물질이 물리적 시공간을 변형하듯이 미디어는 사회적 시공간을 변형한다. 사람들이 사적, 공적, 이동 공간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장소에 연결되고 다른 사람과 접속하면서 그들을 둘러싼 공간의 의미는 변화한다. 미디어와 공간의 순환적 관계 속에서 공간이 미디어로 들어가 다양한 이미지로 재현되기도 하고, 미디어가 공간으로 들어가 그것을 생산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미디어는 실재와 가상, 인간과 기계 등 이분법적으로 인식되어 온 영역들이나 존재들의 경계를 흩트리면서, 관계적이고 혼종적인 공간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미디어의 공간적 메시지를 읽는다.
지은이
이희상
대구에서 중등학교 지리 교사로 있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경북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학사,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영국 더럼대학교 지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술명저번역 지원사업을 통해 존 어리(John Urry)의 『모빌리티(Mobilities)』(2014)를 공역했다. 최근 저서와 논문으로는 『존 어리, 모빌리티』(2016),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동한 소비 공간의 물질성과 공간성: 알라딘 중고서점의 경우”(2016), “아웃도어 상품 광고에서 데페이즈망을 통한 육체, 사물, 장소의 재결합”(2016), “지리 텍스트 속 과학기술의 사회문화적 형상: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통해 보기”(2017), “A mundane cyborg: my smartphone, my body, and my city”(2020) 등이 있다.
차례
미디어는 공간적 메시지다
01 미디어를 통한 공간의 재현
02 미디어와 상상된 공간
03 광고와 대중지정학
04 미디어를 통한 공간의 생산
05 비장소와 사이공간
06 코드/공간과 기술적 무의식
07 실재의 사막과 가상의 신기루
08 사이버스페이스의 지리
09 사이보그와 관계적 공간
10 행위자ᐨ연결망과 혼종적 공간
책속으로
마치 상대성 이론에서 큰 중력의 물질이 물리적 시공간을 변형하듯이 미디어가 사회적 시공간을 변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스미디어인 텔레비전의 프로그램 시간표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시간 패턴과 리듬에 영향을 주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 스크린을 통해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 앉아 세계 여러 장소를 여행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집의 사회공간적 의미는 변했다.
서문-“미디어는 공간적 메시지다 ” 중에서
하디의 소설이 영국의 농촌을 재현한다면,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소설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1862)은 프랑스의 도시를 재현한다. 그의 소설이 세계적인 명작으로 손꼽힐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19세기 초의 프랑스 사회와 당시의 시대적 배경, 그리고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예리한 해부와 고찰이 수반된 장대한 대서사시였기 때문이다”(이석우, 2017:77).
01-“미디어를 통한 공간의 재현” 중에서
미디어가 공간을 생산하는 또 다른 방식은 미디어를 통해 재현된 장소가 여행지나 관광지로 재구성되는 경우다. 앞서 본 집이 텔레비전을 통해 가상 여행을 하는 곳이라면, 지금 살펴보려는 것은 사람들이 육체적 이동을 통해 실제로 여행하는 곳이다.
04-“미디어를 통한 공간의 생산 ” 중에서
도시 공간은 자동차, 지하철, 공항 등 다양한 기계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기계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컴퓨터 코드,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에 의해 생산되고 작동되는 코드/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
06 “코드/공간과 기술적 무의식“ 중에서
과거 사람들이 구대륙이라는 구속의 장소에서 벗어나 신대륙이라는 자유의 공간으로 이동했듯이, 오늘날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가상 세계로 여행한다. 현실 세계가 물리적으로 한정된 시공간과 사회적으로 고정된 정체성에 묶인 정주민적 삶이 강요되는 장소라면, 가상 세계는 그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하는 유목민적 삶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08-“사이버스페이스의 지리” 중에서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의 도로가 컨테이너라는 새로운 비인간 네트워크로 편입되면서, 모제스가 낮게 설계한 고가도로는 흑인들의 버스가 아닌 현대 물류의 주역인 컨테이너 트럭의 통행을 막아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모제스의 도로는 1930년대와는 다른 인간ᐨ비인간 네트워크에 위치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그때와는 다른 역할과 정체성이 부여됐다
10 “행위자ᐨ연결망과 혼종적 공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