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친 사람들>은 조 오튼의 2막 코미디다. 오튼의 유작으로 1968년 장례식 때 약식으로 공연된 것을 제외하면 1969년 3월 5일 런던 퀸스 극장에서의 공연이 초연이라 할 수 있다.
정신과 박사 프렌티스는 비서직에 입사하길 희망하는 매력적인 여성 제럴딘을 유혹하기 위해 면접을 핑계로 그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 댄다. 프렌티스 부인 역시 호텔 보이 닉의 유혹에 넘어간 뒤 그의 협박에 못 이겨 닉에게 병원 비서직을 약속한 상태다. 여기에 경찰 수사, 랜스 박사가 주도하는 정부 조사가 진행되면서 프렌티스 박사의 거짓말은 점점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1969년 퀸스 극장에서의 초연 이후 1975년 로열코트 극장에서 리바이벌되었으며 이후로도 수차례 재공연되었다.
1964년 데뷔해 1967년 사망한 오튼은 짧은 극작 경력에도 매우 인상적인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단기간에 화제성 있는 블랙코미디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오튼의 작품들은 어둡지만 우스꽝스러운 냉소가 가득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미친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200자평
<미친 사람들>은 조 오튼이 사망한 직후인 1969년 초연되었다. 사회 규범과 권위에 도전하는 주제를 담고 있는 부조리극으로 오튼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다루고 있다.
지은이
조 오튼(Joe Orton, 1933∼1967)
조 오튼(Joe Orton)은 1933년 영국 레스터에서 태어났고, 16세에 학교를 마친 뒤 2년간의 어려운 방황 끝에 친구요 후원자를 만나 영국 왕립 연극학교(Royal Academy of Dramatic Art)에 들어갔다.
첫 작품인 <슬로언씨를 즐겁게(Entertaining Mr. Sloan)>는 1964년의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어 런던 비평가들이 주는 “버라이어티상”을 수상했으며, 두 번째 작품인 <약탈(Loot)> 역시 1966년의 최우수 작품상으로 선정되었고 “이브닝 스탠다드 연극상’을받았다.
1967년 6월에는 그의 작품 <계단 위의 난폭자(The Ruffian on Stair)>와 <어핑검 캠프(The Erpingham Camp)> 가 <정열의 범죄 (Crimes of Passion)>라는 제목으로 로열 코트 극장에서 동시 공연되었으나, 그해 8월 그의 후원자요, 룸메이트이던 친구에게 무참하게 살해되어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TV 극인 <착하고 믿음직한 하인(The Good and Faithful Servant)>이 1967년에 <장례놀이(Funeral Games)>가 1968년에 각각 방송되었고,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이 <미친 사람들(What the Butler Saw)>은 1969년에 공연되었다.
옮긴이
박준용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국 프로듀서, 영국 BBC 연수 지구비디오 프로듀서를 지냈다. 희곡 번역가로서 닐 사이먼의 ≪희한한 한 쌍≫과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 ≪플라자 스위트≫, ≪굿 닥터≫, 조 오튼의 ≪미친 사람들≫, 페터 바이스의 ≪마라 사드≫, 숀 오케이시의 ≪주노와 공작≫, 시드니 마이클스의 ≪칭칭≫, 피터 셰퍼의 ≪태양 제국의 멸망≫, ≪요나답≫, 윌리 러셀의 ≪리타 길들이기≫, 우디 앨런의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존 밀링턴 싱의 ≪서쪽 나라의 멋쟁이≫, 빌 노턴의 ≪바람둥이 알피≫, 줄스 파이퍼의 ≪폭력 시대≫ 외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며 1970∼1980년대 한국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프렌티스 : (책상에 와서는 돌아서며) 앉아요. 직장을 구하는 게 이번이 처음인가?
제럴딘 : 네. (앉는다.)
(프렌티스 안경을 꺼내 쓰고는 바라본다. 서랍을 열어 노트를 꺼낸다.)
프렌티스 : (연필 집으며) 몇 가지 물어보겠는데, (노트와 연필을 주며) 거기다 써요. 영어로. (책상으로 돌아와 앉아 함빡 웃는다.) 우선 첫 번째 문제, 아버지 이름은 무엇인가?
(제럴딘, 갖고 있던 상자를 옆에 놓고는 다리를 꼬고 앉아 노트에 적는다.)
자, 문제를 썼으면 그 밑에 답을 쓰고.
제럴딘 : 저… 하지만 전 아버지 이름을 모르는데요!
(박사는 이 말에 약간 놀라나 별 기색 없이 곧 다정한 웃음을 띤다.)
프렌티스 : 에, 바클리 양. 솔직히 말해서 말이오. 난 뭐… 기적의 힘으로 태어난 사람을 비서로 쓸 생각은 없소. …그렇담 어디 한 번 얘기를 바꿔서 이렇게 물어봅시다. 아버지가 있긴 있었나요?
-5-6쪽
랜스 : (엄격하게) 이봐, 난 질서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너는 그 반대쪽에 있는 건데… 그 최소한의 사실마저 인정하지 않으면 널 체포하기는 쉽지 않다는 거 알아? (프렌티스에게) 어서 서류를 작성하시오.
프렌티스 : (기분 나쁜 듯) 글쎄요. 얘네들이 미쳤단 증거가 없는 한 그런 일은 하기가 곤란한데요.
랜스 : 이보쇼. 당신은 지금 이 병원 책임자의 자리에서 해고되었다는 걸 모르쇼? 자, 어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아요.
프렌티스 : 저는 이 일을 처리하는 방법상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 의견을 위원회에 보고하고 싶은데요.
랜스 : 위원회는 미친 사람 얘기까지 들을 만큼 한가한 데는 아니오!
프렌티스 : 전 미친 게 아니라 미친 거처럼 보일 뿐인데요.
랜스 : 아냐 당신이 오늘 한 짓만 갖고도 캔터베리 대성당의 주교 자리는 문제없을 거요.
프렌티스 : 캔터베리 성당의 주교요?
랜스 : 네, 당신 같은 환자가 더 악화되면 할 수 있는 직책이죠.
프렌티스 : 그런 소릴 하시는 걸 보니 진짜 미친 사람은 오히려 박사님인 거 같은데요.
-96-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