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림이란 정으로 역사라는 바위산을 뚫은 역사만화가 백성민 작품론
“그림쟁이는 어떻게든 계속 그림을 그려야 되는 거야. 자신 앞의 바위를 계속 뚫고 나가야 하는 운명인 거지.”
이 말을 한 사람을 만나본다. 역사만화로 일가를 이룬 만화가 ‘백성민’이다. 만화가로서 TV 뉴스에까지 출연한 그는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을 만화로 옮긴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견작가로서 웹으로 옮겨와 블로그에 그림우화들을 연재하면서 블로거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들 작품을 묶어 2007년 펴낸 『광대의 노래』는 원로작가이지만 일필휘지 힘이 느껴지는 그림으로 ‘예술작품’이란 호평을 받기도 했다.
백성민은 1973년 『권율』로 데뷔했다. 그 후 당대의 만화가들이 그러했듯 아동만화와 성인만화를 그리면서 자신만의 그림체를 확립하고 마침내 1986년 『장길산』을 만나면서 역사만화가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그의 역사만화는 역사 속 민중의 삶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반란’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백성민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쓴 저자 박인하는 백성민을 일러 “만화를 시작할 때부터 우직하게 ‘그림’이란 정 하나를 들고 바위산을 뚫었다”고 평가한다. 그리하여 백성민의 바위산 끝에는 ‘조선의 역사’, 더 정확하게는 ‘조선 민중의 역사’가 있다. 백성민의 작품 세계는 역사만화를 중심으로 곧게 뻗어 있다. 1948년생, 고희를 훌쩍 넘긴 원로지만 AR, VR 만화까지 시도하고 있는 백성민의 작품 세계를 만나본다.
200자평
일필휘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말과 인물들. 2018년 출간한 붉은 말에서 만나는 백성민의 붓 선들은 역동적이다. 역사 속 민중의 삶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반란’으로 나아간 역사만화가 백성민의 그림은 아직도 꿈틀꿈틀 살아 움직인다. 종이만화책을 넘어 인터넷 세상에서, 현대 무용가의 공연 무대에서 그의 만화는 아직도 길을 찾고 있다.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을 만화화한 작가, <새야 새야> <토끼> <삐리> <上자下자> 등의 역사만화를 그린 작가, 백성민은 ‘그림’이라는 정을 갖고 ‘역사’라는 바위를 뚫고 나가는 그림장이다.
지은이
박인하
만화평론가. 대안웹툰교육기관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1995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만화평론 부문에 당선된 이후 만화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전시 큐레이터, 만화 프로젝트 기획, 만화 스토리, 컨설팅 등 만화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실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만화 역사의 계보를 연결하고, 한국 만화와 해외 만화, 사회문화적 상황과 연결되는 고리를 찾아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어린이만화, 예술만화, 다큐만화 등 다양한 만화 영역의 큐레이션에 관심이 많다. 변화하는 웹툰 시장에서 산업 트렌드, VR와 AI 등 새로운 기술과의 연결 등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지금은이런만화』(2020), 『시대를 읽는 만화』(2019), 『(만화웹툰작가평론선) 이두호』(2018), 『(만화웹툰작가평론선) 이현세』(2018), 『한국 만화사 연표 연구 1909∼2013』(2015), 『최호철, 박인하의 펜 끝 기행』(공저, 2010), 『한국현대만화사 1945∼2009』(2010), 『만화공화국 일본여행기』(2009), 『그림과 칸의 예술 만화』(2007), 『월트디즈니 vs 미야자키 하야오』(2006), 『장르만화의 세계』(2004) 등이 있다.
차례
역사만화가 백성민
01 청소년 시절 시작된 만화와의 인연
02 데뷔 이후 다양한 스타일 탐색
03 백성민의 어린이 만화
04 명작만화를 거쳐 역사만화로
05 백성민의 역사만화 1
06 백성민의 역사만화 2
07 새로운 이정표 <上자下자>
08 디지털로 아날로그의 길을 묻다
09 백성민의 말과 춤
10 웹툰, VR웹툰, 새로운 길]
책속으로
대단한 힘, 본 적이 없었던 그림, 만화가 아니라 예술작품. 2005년 이후 백성민의 만화를 설명하는 직관적 감상이지만 2005년 이전 작품에 적용해도 어색하지 않다. 백성민은 데뷔 이후 만화산업의 틀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개인 창작으로 만화(작가 개인이 구상하고, 구성하고, 선을 긋고, 색을 칠해 완성하는)가 지닌 창조의 힘을 보여 줬다.
_ “역사만화가 백성민” 중에서
백성민은 고등학생 시절 잠깐 김산호화실에서 있던 경험을 제외하면 특별히 다른 작가의 문하에서 사숙하며 만화를 배운 적은 없다. 대신 긴 시간 동안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한국, 미국,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만화를 익혔다.
_ “02 데뷔 이후 다양한 스타일 탐색” 중에서
<새야 새야>는 이후 백성민 역사만화의 원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1970년대 명작만화를 그리며 간략하고 부드러워진 선은 <새야 새야>에서 세밀하며 거친 터치로 변화한다. 인물의 음양을 표현하는 해칭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붓 터치만으로 묘사된 소싸움 등 이후 백성민 만화의 상징이 되는 여러 표현이 등장한다.
_ “04 명작만화를 거쳐 역사만화로” 중에서
장길산 연재 종료 이후 새로 창작한 역사만화 역시 모두 조선 시대의 천민들이 서로 연대해 반역을 꿈꾸며 싸우거나(<싸울아비>와 <토끼>), 아니면 나라를 침략한 이들과 맞서 싸우는(<황색고래>, <만화 백범일지>) 만화다. 역사만화의 계보는 장길산에서 이어지지만, 다소 지루하게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려 한 장길산과 비교하면 이후 백성민의 역사만화는 장길산에서 드러내고 싶었던 천민들의 연대와 반역을 잘 형상화한다.
_ “06 백성민의 역사만화 2” 중에서
백성민의 운영하는 광대의 블로그도 빠른 속도로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공유되었다. 2500명이 넘는 블로거들이 광대의 블로그를 이웃으로 등록했고, 8700여 개의 포스트가 스크랩되었다. 붓으로 그려진 짧은 이야기에 많은 블로거들이 환호했다. 광대는 그들과 대화했고 꾸준히 작품을 올렸다.
_ “08 디지털로 아날로그의 길을 묻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