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로버트 그린의 대표작. 존 릴리의 영향으로 극작을 시작했으며 이후 셰익스피어 등 후배 극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로버트 그린은 인물 창조와 서로 다른 플롯을 조화롭게 뒤섞는 구성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베이컨 수사와 번게이 수사>는 그런 작가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영국 역사상 잘 알려진 연금술사 베이컨, 에드워드와 헨리 왕 등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로 재창조하고 역사와 무관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마법과 주술에 능한 베이컨 수사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청춘 남녀를 연인으로 이어 주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또한 자신의 재능 때문에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생겨나자 죄책감에 시달린다. 베이컨은 결국 마법과 주술을 멀리하기로 하고 최고의 현자에서 평범한 수사 베이컨으로 돌아간다.
200자평
로버트 그린의 대표작을 초역으로 소개한다. 서로 다른 플롯을 절묘하게 뒤섞는 데 능했던 그린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작품으로, 앞을 내다보는 마법 거울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마법으로 최고의 현자라 칭송받는 수사 베이컨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여기에 에드워드 왕자, 레이시 백작, 시골처녀 마거릿 간의 삼각관계가 흥미진진하게 묘사된다.
지은이
로버트 그린은 대략 1558년 영국 잉글랜드 지방의 북동부에 있는 노퍽(Norfolk)주의 주도인 노리치(Norwich)에서 마구장이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는 1575년 케임브리지의 세인트 존스 대학(St. John’s College)에 입학해 1578년 문학학사 학위를 받는다. 대학을 졸업한 후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여행한 그린은 르네상스와 이탈리아 작가들의 영향을 받게 된다. 1583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1585년 링컨셔주 출신의 여자와 결혼해 아들을 얻는다. 1580년 케임브리지 재학 시절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마밀리아(Mamillia)≫를 시작으로 그린은 1588년 ≪판도스토(Pandosto)≫와 ≪대장장이 페리메데스(Perimedes, the Blacksmith)≫, 그리고 1589년 ≪메나폰(Menaphone)≫, 1592년 ≪필로멜라(Philomela)≫ 등 주로 시대가 요구하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련의 연애 소설을 쓴다. 특히 필립 시드니 경(Sir Philip Sidney)의 ≪아케이디아(Arcadia)와 같은 기법으로 쓴 ≪판도스토≫는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의 원전이기도 하다. 또한 작품 안의 주옥같은 시들은 그린에게 시인으로서의 명성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총 5편의 극작품을 썼는데, 1587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아라곤의 왕 알폰서스의 우스꽝스러운 역사(The Comical History of Alphonsus, King of Aragon)≫가 아마도 그의 최초의 극작품일 것이다. 1590년 토머스 로지(Thomas Lodge)와 함께 쓴 ≪런던과 영국을 보기 위한 거울(A Looking Glasse for London and England)≫은 그의 두 번째 극작품이다. 그리고 ≪광인 올랜도(Orlando Furioso)≫는 이탈리아의 시인 루도비코 아리오스토(Ludovico Ariosto)의 1532년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 ≪베이컨 수사와 번게이 수사≫와 함께 그의 대표적인 극작품으로 손꼽힌다. 또한 지럴디 신시오(Giraldi Cinthio)의 ≪이야기 100선(Hecatommithi)≫을 극화한 1590년 작 ≪훌로든에서 살해된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4세의 생애(The Scottish History of James the Fourth, Slain at Flodden)≫는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와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의 모체가 된 작품이다. 그린은 존 릴리(John Lyly)의 영향을 받았으며, 비록 미미하게 다루어지거나 혹은 무시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셰익스피어와 같은 후배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옮긴이
이영주는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장안대학교 관광비즈니스영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전·르네상스영문학회 편집이사, 현대영미드라마학회 총무이사,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재무이사를 지냈고, 현재 한국중세근세영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브라이언 프리엘의 Dancing at Lughnasa: 여성을 통한 아일랜드적 특수성과 보편성 다시 읽기>, <≪탬벌레인 대왕≫: 르네쌍스 휴머니즘 정신과 그 딜레마>, <알프레드 유리 극의 남부와 인종주의: Driving Miss Daisy와 The Last Night of Ballyhoo를 중심으로>, <셰익스피어와 르네상스 극에 나타난 남녀 마법사의 재현의 차이와 그 의미>, <Comic Vision in the Absurd World: The Homecoming>, <The Goat, or Who Is Sylvia?와 올비의 성담론> 등으로, 주로 고전·르네상스 드라마와 현대 영미 드라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공저로는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의 세계 2: 스튜어트 왕조편≫, ≪영문학으로 문화읽기≫, ≪뉴 밀레니엄시대의 영미 극작가 동향≫, ≪미국 현대 드라마: 수전 글래스펄부터 마거릿 에드슨까지≫, ≪21세기 영미희곡, 어디로 가는가?≫, ≪퓰리처상을 통해 본 현대 미국연극≫ 등이 있고, ≪아가멤논≫, ≪불출들의 달≫, ≪오셀로≫ 등을 번역 출간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베이컨 수사와 번게이 수사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베이컨 : 분명히 말하지만, 번게이, 난 베이컨이 지금껏 이런 마술에
개입한 것이 몹시 후회스럽네.
내가 불점의 주문에 보낸 시간들과,
늦은 밤 강령술 주문이 가득한
책들을 무섭게 검토한 것은,
신성한 제의복에 기이한 오각형의 마법 지팡이를 들고,
악마와 마귀들을 불러내어 엄명을 내린 것은,
하늘의 오중성의 힘에 기도를 드리며,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구세주로, 엘로힘으로, 그리고 아도나이로,
알파로, 마노스로, 그리고 테트라그라마톤으로 곡해한 것은,
베이컨이 그의 하나님께 맞서려고 악마들을 이용한 것이니
저주를 받아 마땅한 사례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