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언택트 시대, 원격소통사회를 제안한 플루서를 만나다
21세기, 한쪽에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초음속으로 진행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바이러스의 창궐로 팬데믹이 선언되고 나라 간의 하늘문이 닫히는 시대. 그리하여 언택트라는 말이 현실화된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20세기에 답을 한 학자가 있다. 빌렘 플루서다. 그가 제안(예언)한 ‘원격소통사회’는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고, 또 앞으로 펼쳐질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빌렘 플루서, 그는 누구인가. 독일에서 태어났으나 유대인으로 나치를 피해 고향을 떠나 영국과 브라질을 전전했던 그는 미디어이론가이기도 하고, 문화인류학자이며 소통연구자,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도시를 연구하고 건축을 소통과 연결시킨 도시학자, 건축가이기도 했다. 그의 모든 관심을 ‘소통’으로 이어졌고, 오랜 여정 끝에 ‘원격소통사회’를 제안한다. 그가 제안한 원격소통사회는 “아무런 권력 집중도 알지 못하며, 그 안에서 인간과 기계가 교차점과 중계자(릴레이)를 이루는 소통의 그물망으로 이루어진 미래 사회”다. 기술의 발달로 집에 전기선과 가스관이 들어오고 나아가 인터넷선이 들어와 집 안에서도 세계와 소통하게 되었다는 실체적 사실과 이를 통한 ‘담화’와 ‘대화’로 새로운 인간과 인간사회의 탄생을 예언한 것이다.
이 책은 빌렘 플루서에 대한 간단한 입문서다. 노마디언 미디어철학자 플루서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의 저작들을 통해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플루서의 궁극적 메시지는 새로운 시대의 새 희망과 행복이다. 위기의 시대, 절망의 시대인 이 시대에 과연 희망과 행복의 구가는 가능할 것인가? 플루서라는 이 시대의 한 이방인을 통해 이에 관한 이야기, 새로운 희망과 행복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할 것이다. 각종 미디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 현대인. 원시의 소박한 마법이 아닌 복잡다단한 이 시대의 새로운 마법에 취한 듯,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란의 이 시대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플루서의 낯선 말에 귀 기울여 보자.”(옮긴이 서문 중에서)
200자평
빌렘 플루서는 미디어이론가, 문화인류학자, 소통연구자, 철학자, 건축학자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순수 학문연구자가 아니라 학제적으로, 방법적으로, 언어적으로 매우 유동적인 위치에 있다. 이 책은 플루서 입문서이자 미디어철학 입문서다. 플루서의 사유와 작품들, 주요 텍스트를 중심으로 플루서의 견해들을 서술함으로써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특히 그가 제안(예언)한 ‘원격소통사회’는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고, 또 앞으로 펼쳐질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지은이
올리버 비들로(Oliver Bidlo)
철학박사. 1973년 독일 북부의 루르지방 에센에서 출생했다. 석사과정에서는 소통과학(Kommunikationswissenschaft), 사회학, 독문학을 전공했고, 박사과정에서는 소통과학 분야를 공부했다. 두이스부르크ᐨ에센대학의 학과 공동연구자이고 보쿰대학 강사다. 대표 저술로는 Martin BuberᐨEin vergessener Klassker der Kommunikationswissenschaft? Dialogphilosophie in kommuniᐨkationswissenschaft(2006)이 있고, 대표 논문으로는 “Das Leben ist ein Spiel. Anmerkungen zu einem Begriff der Moderne”(2008)이 있다.
옮긴이
양우석
충북 옥천 출생으로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학에서 헤겔의 기술이해와 화해관심이란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상생연구소 서양철학부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한남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헤겔의 절대주의철학』((2005)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2018), 『인식의 상처와 치유』(필명 현욱, 2012), 『하르트만의 비판적 존재론』(2001), 『헤겔의 자연철학』(1998), 『인간과 기술』(1998)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인간과 기술』은 청소년권장도서로, 『하르트만의 비판적 존재론』은 대한민국학술원 추천도서로 각각 선정된 바 있다.
차례
옮긴이 서문
플루서 연보
서문
01 플루서는 누구인가
02 플루서 사유의 원천
03 도시와 집ᐨ주거와 고향
도시와 공간
주거와 고향
집들
건축과 소통ᐨ결론
04 그림과 기술그림에 대하여
그림들
기술그림들
사진
방법
디자인
기술적 상상
시간
05 소통과 실존
정체성
문화 발전의 단계들
06 대화와 담화
대화
담화
담화적 미디어들
대화적 미디어들
07 원격소통사회
지식과 진리
공간기호학
놀이하는 사람
08 전망
미주
참고 문헌
옮긴이 해제새로운 ‘낯선 고향’ 찾아가기:빌렘 플루서 미디어철학의 역정(力程)
플루서의 미디어철학 용어 정리
책속으로
가능한 발전의 희망에 찬 모습을 그린 플루서의 원격소통사회 기획은 원칙적으로 새로운 미디어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부분적 고찰에 머물렀던, 플루서의 근본 사상을 이루는 기획은 결국 원격소통사회 안에 위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는 디자인, 건축, 주거(Wohnung) 혹은 도시 건설과 같은 주제 영역에 대한 플루서의 개별적 연구들이다. 이들은 그 성과로 볼 때 원격소통사회의 한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다.
_ “01 플루서는 누구인가” 중에서
플루서는 프라하학파, 빈학단, 비트겐슈타인과 부버의 언어철학적 조류 이외에도 실존철학에 몰두한다. “나는 부버와 프로테스탄트적 실존신학을 연구했으며 야스퍼스를 발견했다.” 언어는 플루서에게 형식주의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과 미완의 종교성의 표현으로서 실존적 분석이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두 가지 사유 방향의 절단면을 나타낸다. 언어는 플루서에게 상징적 형식이며 소통의 수단이지만 또한 존재가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_ “02 플루서 사유의 원천 ” 중에서
이 도시는 그러한 장을 형성하는 뒷받침을 할 수 있으며, 결국 플루서에게는 소통 구조의 위기라는 문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새로운 도시는 상호주관적인 관계의 장 내부의 탈선한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도시들은 지금까지처럼 지리적으로 어떤 고정된 곳에 분명하게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위상학적으로(topologisch) 상호주관적인 관계의 장 안에 있는 일종의 물고랑(Krümmung)과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_ “03 도시와 집ᐨ주거와 고향” 중에서
벽은 밖으로부터 들어오려는 것을 제한하고 폐쇄할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안의 것을 보호하고 숨겨 주며 안전하도록 하는 모순성을 가진다. 플루서가 서술한 바와 같이 이미 20세기 초반에 일반적으로 강조된 것은 인간과 사물, 그리고 건물과 그 환경과의 점진적 결합, 외부 세계의 정보와의 연결, 투과성, 순환 등이다. 예전의 거리 두기와 내적인 분리는 사라질 것이다.
_ “03 도시와 집ᐨ주거와 고향” 중에서
장치와 새로운 기술이라는 문맥에서 플루서의 관점은 향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가능성을 주시한다. 이 가능성은 장치의 프로그램으로부터 해방되는 데서 생겨나며 창의적인 잠재성을 가진 인간을 강화하고 있다. “인간은 모든 장치 숭배에서 벗어나며 그렇다고 장치 자체를 파괴하지도 않는다.” 플루서가 이 주제와 연관해 다음 단계의 사유 과정으로서 제시하는 것은 그림과 기술그림의 구별이다
_ “04 그림과 기술그림에 대하여 중에서
인간은 동물과는 반대로 손을 뻗어 세계의 사물들을 움켜쥐고 변화시키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플루서는 이렇게 손을 세계로 뻗는 일을 행위라고 나타낸다. 행위는 행위를 하는 주체를 세계에서 분리(추상화)해 주체가 대상들로 채워져 있는 3차원적 우주에 마주 서도록 한다. 이렇게 (손에 의해서) 대상들은 가공, 말하자면 정보화될 수 있다. “문화는 그 성과다.”
– “05 소통과 실존 ” 중에서
담화적 미디어와 대화적 미디어는 한 사회의 기본적인 요인이다. 플루서는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민주적이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 오늘날의 기술적 가능성을 사용하고 응용하는 한 사회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원격소통사회라는 자신의 기획에서 보여 준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는 인간이 욕구하는 것이어야 하며, 기술적 혁신의 성과로서 성립하는 자족적인 과정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합의란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_ “06 대화와 담화 중에서
담화가 지배하는 사회는 전제적, 탈산업적 파시즘이 되지만 대화에 바탕을 둔 그리고 그것이 지배하는 사회는 특별한 잠재성을 가진다. 원격소통사회는 아무런 권력 집중도 알지 못하며, 그 안에서 인간과 기계가 교차점과 중계자(릴레이)를 이루는 소통의 그물망으로 이루어진 미래 사회에 대한 플루서의 적극적 기획의 산물이다. 원격소통사회는 그 본질에 있어서 창의적인 사회를 나타내며, 그 자유로움과 정보의 자유로운 순환에 의해서 참여와 그 형성 가능성을 제공한다.
-“07 원격소통사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