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울연극제가 8회를 맞이한 해에 발표된 작품으로, 연이어 연극제에 낙선한 작가와 작품 속 빵집 주인이 처한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 그 때문에 서울연극제 경연 심사를 빗댄 것이라고 주류 연극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빵집 주인은 벌써 7년째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제빵인의 빵이 ‘전국 빵 경연제’에서 번번이 떨어져 식빵 판매 허가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다른 제빵인의 빵을 출품하거나 심사위원 입맛에 맞는 빵을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빵집 주인과 제빵인은 신념을 꺾지 않고, 오히려 계속해서 떨어지는 자신들의 작품이 소외 문제를 드러낼 수 있음을 깨닫는다.
다음으로 심사위원들이 빵을 심사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빵이 국민 다수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권력 집단의 시선으로 재단되고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폭로되는 장면이다. 심사위원들은 빵집 주인과 제빵인의 빵을 마주하고 역사 왜곡 내지 우롱이라며 긴장하고, 빵에 대한 논의가 엉뚱하게 ‘떡’과 전통 문제로까지 이어지면서 격렬한 다툼이 벌어진다.
이처럼 작품은 희극적인 터치로 빵을 둘러싼 권력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200자평
빵 경연대회 심사위원들의 부당한 권력 행사를 풍자한 작품이다. 1984년 극단76이 초연했다.
지은이
오태영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4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중앙일보≫ 문예 희곡 부문에 <보행 연습>이 당선되면서 등단, 1980년대 극단 76에서 활동했다. 1977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난조유사>가 초청되었다가 돌연 공연이 취소되는 사건을 겪은 뒤 1988년에는 중앙정보부를 소재로 한 <매춘>이 공연법 위반 혐의를 받아 극장이 폐쇄되는 위기에 처한다. 이 일로 한동안 작품 활동을 접기도 했다. 주요 작품에는 <난조유사>(1978), <빵>(1983), <전쟁>(1986), <숲 속의 작은 아픔>(1992), <통일 익스프레스>(1999), <돼지비계>(2000), <수레바퀴>(2003),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2004) 등이 있다. 주로 과감한 현실 비판 성향의 작품을 썼으며, 1999년 <통일 익스프레스> 발표 이후에는 통일 문제를 조명한 ‘통일 연극 시리즈’를 선보였다.
1979년 한국희곡작가협회상, 1987년 <전쟁>으로 제32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고, 2006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장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빵>은
오태영은
책속으로
노승: 바로 보았느니라, 빵은 없어졌으되 빵가루는 남는 법, 떡 또한 빵과 같아 떡고물이 남느니라.
사미승: ….
노승: 팥떡에선 팥고물, 콩떡에선 콩고물, 모든 것이 이와 같다니…. 황금의 빵에선 황금의 빵가루가 떨어질 것이요, 권력의 떡에선 권력의 떡고물이 떨어질 것이니. 주워 먹는 중생은 그나마 배부를 것이요, 못 얻어먹는 중생 소외되느니….
사미승: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