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초연결 시대, 사물 철학에 주목해야 한다”
『인공 지능 기술 비평』, 『공명: 미디어 기술 비평』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 기술 비평서
새 천년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세계를 지배하던 1999년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란 말이 탄생했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사물 인터넷은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더불어 현대의 기술 지형을 만들어 가는 세 개의 중심축 중 하나다. 이 책은 그 사물 인터넷을 ‘사물 철학’의 관점에서 비평하는 책이다. 그럼 ‘사물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 용어는 저자가 만든 용어다. 현대 기술 사회를 탈인간중심주의의 관점에서 보려는 철학적 입장들을 이 범주로 묶는다.
2019년 『인공 지능 기술 비평』 『공명: 미디어 기술 비평』, 두 권의 기술 비평서를 낸 저자가 이번엔 ‘사물 인터넷’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앞서의 두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기술 비평서다. 특히 사물 인터넷이라는 기술 대상과 사물의 본질을 해명하려는 철학 사이의 만남을 지향한다. 또한 이 책은 이론서다. 사물 인터넷에 대한 사회적, 학술적 담론이 대개 기술 및 산업 중심적이라는 점이라는 데 비해 이 책은 이론적 관점, 특히 사물 철학의 관점에서 사물 인터넷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동시에 이 책은 기술서다. 사물 인터넷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려면, 그것의 기술적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사물 인터넷이란 기술적 대상을 관찰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된다. I부는 사물 인터넷 기술 비평이고, II부는 사물 철학, 그리고 사물 인터넷에 대한 사물 철학의 함의다 . I부는 구체적인 기술적 대상을 특정한 철학(적 개념)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사물 인터넷, 특히 사물 인터넷에서는 말하는 사물의 기술적 측면을 제시하고 이것과 공명하는 발터 베냐민의 언어 이론을 설명하고(1장), 하만(2장), 핸슨(3장), 라투르(4장)의 이론에서 사물 인터넷과 공명하는 계기를 제시했다. II부는 구체적인 기술적 대상을 다루는 1부와 달리 보다 추상적이다. 저자는 하이데거와 들뢰즈(5장), 화이트헤드(6장)을 호명해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7장에서 사물 철학의 일곱 가지 주장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인 8장에서 사물 인터넷이 지배하는 사회를 ‘초연결 사회’로 전망하고 인간, 매개, 언어, 문화, 정치, 학문 등 6개 영역으로 나누어 그 특징을 살펴본다.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기술 비평이란 새로운 장을 개척하고 있는 저자는 사물 인터넷이 서서히 현실화되는 이 즈음, “사물들이 연결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사물이란 무엇인가” “사물들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 “사물들이 연결될 때 사물과 인간의 관계, 나아가 인간의 지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하는 형이상학적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사물 철학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200자평
이 책은 사물 인터넷이라는 기술 대상과 사물의 본질을 해명하려는 철학 사이의 만남을 지향하는 비평서다. 기술과 철학은 철학적 질문을 공유한다. 사물 인터넷은 기술적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란 무엇인가. 사물들 사이의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철학은 이런 질문에 답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 비평은 기술과 철학 사이의 공명이기도 하다.
지은이
이재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로 미디어 이론가이자 기술 비평가다. 연구 분야는 미디어 이론 및 기술 철학, 디지털 미디어와 문화, 소프트웨어 연구, 기술 비평 등이다. 저서로 『인공 지능 기술 비평』(2019), 『공명: 미디어 기술 비평』(2019), 『모바일 문화를 읽는 인문사회과학의 고전적 개념들』(2013), 『SNS의 열 가지 얼굴』(2013), 『뉴미디어 이론』(2013), 『멀티미디어와 디지털 세계』(2004), 『모바일 미디어와 모바일 사회』(2004), 『인터넷과 사이버사회』(1999) 등 14권이 있고, 공저로 『현대 기술·미디어 철학의 갈래들』(2016), 『풍요한 빈곤의 시대』(2014)가 있다. 역서로 『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2014), 『재매개』(2006), 『뉴미디어 백과사전』(2005), 『디지털 모자이크』(2002), 『인터넷 연구방법』(2000), 편저로 『트위터란 무엇인가』(2012), 『컨버전스와 다중 미디어 이용』(2011),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2001)이 있다.
차례
머리말
프롤로그: 사물 인터넷과 사물 철학
Ⅰ 사물 인터넷 기술 비평
01 사물 인터넷과 사물ᐨ언어: 베냐민
사물 인터넷의 사물
베냐민의 사물ᐨ언어
사물 정보와 사물ᐨ언어
02 센서와 유인: 하만
사물 인터넷의 센서
하만의 사물ᐨ사물 관계: “유인”
센싱과 유인
03 센서 네트워크와 세계ᐨ감성: 핸슨
센서 네트워크: 분산 인지
핸슨의 “세계 감성”
센서 네트워크와 세계 감성
04 미디어 기기와 행위 능력: 라투르
미디어 기기의 행위 능력
라투르의 사물의 행위 능력
기술적 성향 가설
Ⅱ 사물 철학과 사물 인터넷
05 사물과 대상: 하이데거와 들뢰즈
사물과 대상
대상과 대상류
06 사물들 사이의 관계: 화이트헤드
07 사물 철학의 일곱 가지 주장
첫째, 세계는 시스템 작동이 아니라 단위 작동이다!
둘째, 단위들이 연계되어 하나의 개체가 만들어진다! 개체는 단위들 사이의 관계다!
셋째, 개체, 즉 단위들 사이의 관계는 시간적, 공간적 궤적을 가진다!
넷째, 사물이 보는 세계는 인간이 보는 세계와 다르다!
다섯째, 기계의 눈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듬 눈’이 되고 있다!
여섯째, “소위 인간(soᐨcalled Man)”은 사물과 동등한 위치를 가진다!
일곱째, 인간의 정치를 넘어 ‘사물의 정치’에 주목해야 한다!
08 사물 인터넷과 초연결 사회
인간: 행위자, 감각, 기억
매개: 상호작용, 커뮤니케이션
언어: 코드, 글쓰기, 미학
문화: 삶의 양식, 신학, 시공간
정치: 장치, 정치, 사회 문제
학문: 철학, 미디어/문화 연구, 데이터 과학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으로
사물 인터넷이 사물의 본질에 관한 형이상학적 질문들을 제기한다면, 사물 철학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이 점이 바로 사물 인터넷 시대에 우리가 사물 철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_“프롤로그: 사물 인터넷과 사물 철학 ” 중에서
기술적 전유의 대상인 사물 정보와 번역의 대상인 사물ᐨ언어는, 찰스 퍼스의 표현대로 사물의 “1차성(firstness)”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이 사물 인터넷이라는 기술 체계의 사물 정보와 베냐민의 사물ᐨ언어가 공명하는 계기이며, 한마디로 표현하면 양자 모두 이른바 ‘정보체’로서의 사물인 것이다.
_“01 사물 인터넷과 사물ᐨ언어: 베냐민” 중에서
하만의 대리 인과 관점에 따르면, 객체들이 접촉을 하게 될 경우, 그 접촉은 속성들이 부분적으로만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항상 ‘환유적’일 뿐이며, 이런 점에서 다른 사물의 심층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는 이 글의 논의와 관련해서도 중대한 함의를 갖는데, 하나의 객체는 결코 다른 객체를 전면적으로 전유할 수 없다! 달리 표현하면, 존재하는 모든 객체는 다른 사물들과 맺는 관계를 초월한다.
_“02 센서와 유인: 하만 ” 중에서
핸슨의 “환경적 미디어”, 존 피터스(John Peters, 2015)의 “원소적 미디어(elemental media)”라는 개념은 우리가 현재의 미디어에서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다. 센서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적 분산 인지 체계는 단순히 인지적 정보가 아니라 세계와 인간에 대한 ‘감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_“03 센서 네트워크와 세계ᐨ감성: 핸슨 ” 중에서
행위자ᐨ네트워크 이론을 보완하고자 하는 “기술적 성향 가설”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설명해 주는가? 이는 세 가지 명제로 구성된다. 즉, [명제 1] 기술적 성향은 미디어 기기라는 기술적 대상의 행위 능력이다. [명제 2] 기술적 성향은 ‘네트워크의 역설’을 보여 준다. [명제 3] 기술적 성향은 네트워크 변이를 ‘선제적으로’ 포획한다.
_“04 미디어 기기와 행위 능력: 라투르 중에서
사물 인터넷에서 사물의 개념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사물 인터넷에서 사물은 철학에서 말하는 사물이라기보다는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둘째, 여기서 대상은 사물의 속성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기보다는 부분적 대상일 수밖에 없다. 셋째, 사물 인터넷을 구성하는 사물은 물질 이외에 관념, 상징, 정보 등까지도 포괄하는 광의의 대상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물 인터넷을 포함해 연결되는 사물은 시간적인 변이를 갖는 “대상류”로서의 특성을 가진다.
_“05 사물과 대상: 하이데거와 들뢰즈” 중에서
화이트헤드는 주체ᐨ객체와 같은 데카르트적인 존재 개념을 거부하고, 궁극적인 실재적 사물의 존재를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 또는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로 규정한다. 현실적 존재는 실체와 같은 일원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현실적 존재들과의 결합으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다중적(plural)이고, 특정한 한 순간에만 존재하고 곧바로 다른 현실적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로 전환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과정적(processual)이다. 이런 점에서 현실적 존재는 “과정의 단위(units of process)”다.
_06 사물들 사이의 관계: 화이트헤드 중에서
철학에서의 객체 등과 같은 부분적 요소들을 의미하는 바, 사물 철학은 단위들의 행동에 의해 세계 또는 전체 시스템의 작동이 결정된다고 본다. “단위 작동(unit operations)”을 주창하는 보고스트는 이를 “사물이 내부적으로 무엇인가를 꾸미고 다른 사물과 결합하기도 하면서 속성과 상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 및 그 결과”라고 규정한다.
_“07 사물 철학의 일곱 가지 주장” 중에서
이 책이 주목하는 사물들이 연결되는 사회는 “연결 사회(connected society)”에서 이행하는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전자가 1970년대 이후 인터넷이 추동한 사회라면 후자는 인터넷을 넘어 사물 인터넷과 센싱 테크놀로지가 주도하는 사회다.
_“08 사물 인터넷과 초연결 사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