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회주의가 존립 불가능하고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미제스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장경제에서는 사람들의 가치평가가 가격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사회주의 혁명으로 가격을 폐지하면 사람들의 가치평가도, 또 그 가치평가의 변동도 알 수 없다. 가치평가의 변동을 모르면 정지된 시간에서 그저 단순 재생산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됨으로써, 시장경제 나라들에 비해서 후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에서도 인구, 사람들의 선호, 생산성 등 수많은 요소에 변동이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직면해서 사회주의 정권의 중앙계획가들은 나름대로 경제 생산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때 그 조정에 참고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이웃한 시장경제 나라들에서 보이는 국민들의 선호, 그리고 그때 결정되는 가격이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시장경제 나라들에 둘러싸인 경우, 그 나라들의 품목별 생산량과 가격을 참고함으로써 일정 기간 비능률적이나마 존속할 수 있다. 러시아의 사회주의 정권이 존속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레닌도 사회주의 혁명 이후 경제난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중소 경영의 허용과 소비재 시장교환의 허용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레닌의 이러한 신경제정책이 신흥 부자층과 부농의 출현을 낳고, 이것이 정권의 안정을 위협하자, 그 후계자 스탈린은 붉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 신흥 부자층과 부농들을 시베리아 수용소로 내쫓고 산업을 다시 집단화하는 공포정치로 갈 수밖에 없었다. 레닌은 그나마 제한적으로 시장을 허용해 문제를 완화했지만, 스탈린은 이웃 시장경제 나라들의 가격을 참고하고, 오직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의 단순한 양적 성장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호 변화를 무시하다 보니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없었다. 소비에트연방의 경제는 이후 시장경제 나라들의 발전에 근본적으로 뒤처지게 되었다. 석기 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듯이, 스타하노프 정신에 의한 ‘석탄 생산량 얼마, 철강 생산량 얼마’ 하는 식의 생산 방식으로는 시간이 멈춰선 ‘항등 순환 경제’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미제스는 사회주의가 시장 가격의 폐지를 통해서는 존립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시장 가격의 폐지는 문명을 파탄시키고 원시시대로 되돌리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역사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문헌들을 정독하고 스스로 그것을 극복한 뒤에 비판했기 때문에, 그의 비판은 다른 어떤 비판과도 달랐다. 그것은 내부로부터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회주의를 극복한 것이었다. 미제스는 진실을 추구하는 삶을 통해 사회주의에 대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밀한 비판을 남겼다.
200자평
러시아 혁명의 성공으로 모두가 사회주의에 환호하고 소비에트연방이 기세등등했던 1922년,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루트비히 미제스는 사회주의가 존립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그가 가차 없이 폭로한 사회주의의 허점은 이후 역사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고, 결국 그 체제는 내부에서 무너져 내렸다. 철두철미한 자유주의 사상가가 바라본 사회주의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누어 출간했으며, 그중 2권은 제3부부터 수록했다.
지은이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1881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왕국의 렘베르크 시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땅인 이곳에서 아버지가 철도부설 기술자로 일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오스트리아 자유당 국회의원을 지냈던 요아힘 란다우의 조카였다. 미제스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빈으로 이주했다.
1900년 빈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해 1906년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몇 달간 재무부에 근무하다가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1909년 빈 상공회의소로 들어가 1938년 히틀러 나치의 침략 이후 쫓겨날 때까지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1934년 이후에는 제네바 국제관계연구소 대학원의 초청을 받아 스위스로 갔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미제스는 1차 대전 패전국이었던 오스트리아 문제가 더 이상 국내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국제연맹이 있던 제네바로 갔다고 썼다. 미제스는 경제학의 과학성을 위해 헌신적 연구를 하면서도, 이처럼 현실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뛰었다.
59세의 나이에, 10년 이상 사귄 배우 출신의 미망인 마르기트와 결혼했다. 그리고 히틀러가 프랑스 침공에 성공하고, 빈에 있는 미제스의 집을 수색해 책이나 문헌을 압수해 가자 어쩔 수 없이 마르기트와 함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는 길을 택했다. 이후 세미나를 주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오스트리아학파를 번성시켰다. 1973년 10월 10일 9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책들 중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인식론을 다듬은 것으로는 ≪경제학의 인식론적 문제들(Epistemological Problems of Economics)≫(1933), ≪과학이론과 역사학−사회·경제적 진화에 대한 해석(Theory and History−An Interpretation of Social and Economic Evolution)≫(1957), ≪경제과학의 궁극적 기초(The Ultimate Foundation of Economic Science)≫(1962)가 있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내용을 발전시킨 책으로 ≪화폐와 신용의 이론(The Theory of Money and Credit)≫(1912), ≪경제학(Nationalökonomie)≫(1940), 이 책을 확대 발전시켜 미국에서 발간한 경제학 개론서인 ≪인간행동(Human Action)≫(1949)이 있다.
또한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적 지침으로서 자유주의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자유주의(Liberalismus)≫(1927)가 그것이다.
고국 오스트리아에서도 인플레이션 정책에 견결히 반대를 했고, 성공도 좌절도 맛보았지만, 미국에 와서도 간섭주의의 원인인 국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의 예봉을 삼가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1929년에 출간했던 ≪간섭주의 비판(Kritik des Interventionismus)≫의 영어판 ≪간섭주의: 경제적 분석(Interventionism: An Economic Analysis)≫(1941)을 냈고, 히틀러 정권의 대두에 대해서 분석한 ≪전능한 정부−전체주의 국가의 대두와 전면전(Omnipotent Government−the rise of the total state and total war)≫(1944), 기업가의 회사 경영과 관료 지배가 얼마나 다른가를 분석한 ≪관료제(Bureaucracy)≫(1944)를 연달아 출간했다.
옮긴이
박종운은 청주고, 서울대 사회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국회의원 연구 모임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사무처장, 경기도 경제단체 연합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함께 가야 한다는 맥락에서 ‘뉴라이트 운동’과 연대했다.
저서로는 신문 기고 및 방송 대담 등을 모아 발간한 경제 칼럼집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엣즈, 2008), ≪딱 맞게 풀어쓴 자본주의정신과 반자본주의 심성−시장경제를 미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은?≫(자유경제원, 2015)이 있고, 역서로는 민경국 교수와 함께 번역한 미제스의 ≪인간행동(Human Action)≫(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권혁철, 김이석, 송원근, 최승노 박사와 함께 번역한 매슨 피리의 ≪미시 정치−성공하는 정책만들기(Micro Politics−Creation of Successful Policy)≫(북앤피플, 2012)가 있다.
차례
제III부 사회주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
1편 사회적 진화
제17장 사회주의 천년왕국설
1. 천년왕국설의 기원
2. 천년왕국설과 사회이론
제18장 사회
1. 사회의 본성
2. 사회 발전 원리로서 노동의 분업
3. 유기체와 조직체
4. 개인과 사회
5. 노동 분업의 발전
6. 사회 안에 있는 개인의 변화들
7. 사회의 쇠퇴
8. 사유재산권과 사회의 진화
제19장 사회 진화의 요소로서 갈등
1. 사회 진화의 원인
2. 다윈주의
3. 갈등과 경쟁
4. 민족 전쟁
5. 인종 전쟁
제20장 계급 이해관계의 충돌과 계급전쟁
1. 계급 개념과 계급갈등
2. 신분과 계급
3. 계급전쟁
4. 계급전쟁의 형태들
5. 사회 진화 요소로서 계급전쟁
6. 계급전쟁 이론과 역사의 해석
7. 요약
제21장 유물론적 역사관
1. 사고와 존재
2. 과학과 사회주의
3. 사회주의의 심리학적 전제들
2편 자본의 집중과 사회주의 예비 단계로서 독점의 형성
제22장 문제가 되는 것
1. 마르크스주의 집중이론
2. 반독점 정책의 이론
제23장 시설들의 집중
1. 노동 분업의 요소로서 시설들의 집중
2. 1차 산업과 수송에서 시설들의 최적 규모
3. 공장제에서 시설들의 최적 규모
제24장 기업들의 집중
1. 기업들의 수평적 집중
2. 기업들의 수직적 집중
제25장 재산 집중
1. 문제가 되는 것
2. 시장경제 바깥에서 재산의 근거
3. 시장경제 안에서 재산의 형성
4. 빈곤이 증대한다는 이론
제26장 독점과 그 효과
1. 독점의 본성과 가격 형성에서 그 의미
2. 고립된 독점의 경제적 효과
3. 독점 형성의 한계들
4. 1차 산업에서 독점의 중요성
제IV부 도덕적 명령으로서 사회주의
제27장 사회주의와 윤리학
1. 윤리학에 대한 사회주의자의 태도
2. 행복주의 윤리학과 사회주의
3. 행복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기여
제28장 금욕주의의 발현으로서 사회주의
1. 금욕주의 관점
2. 금욕주의와 사회주의
제29장 그리스도교와 사회주의
1. 종교와 사회윤리학
2. 그리스도교 윤리학의 원천인 복음서
3. 원시 그리스도교와 사회
4. 교회법의 이자 금지
5. 그리스도교와 재산권
6. 그리스도교 사회주의
제30장 윤리학적 사회주의, 특히 신비판주의의 윤리학적 사회주의
1. 사회주의의 기반으로서 정언 명령
2. 사회주의의 기반으로서 근로의 의무
3. 윤리학적 설정으로서 소득의 평등
4. 이윤 동기에 대한 윤리학적·금욕주의적 비난
5. 자본주의의 문화적 성취들
제31장 경제민주주의
1. 경제민주주의라는 구호
2. 생산의 결정 요소로서 소비자
3. 다수의 의지 표현으로서 사회주의
제32장 자본주의 윤리학
1. 자본주의 윤리학과 사회주의의 실천 불가능성
2. 소위 자본주의 윤리학의 흠결들
제V부 파괴주의
제33장 파괴주의의 동기가 되는 힘
1. 파괴주의의 본성
2. 민중 선동
3. 식자층의 파괴주의
제34장 파괴주의의 방법
1. 파괴주의의 수단
2. 노동 입법
3. 강제적인 사회적 보험
4. 노동조합
5. 실업보험
6. 사회주의화
7. 과세
8. 인플레이션
9. 마르크스주의와 파괴주의
제35장 파괴주의의 극복
1. 파괴주의를 막을 장애물로서 ‘이해관계’
2. 폭력과 권위
3. 사상전
결론: 현대 사회주의의 역사적 의의
1. 역사 속의 사회주의
2. 문명의 위기
부록: 사회주의 공동체의 경제 계산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들에 대한 비평
후기: ≪계획된 혼란≫
들어가는 글
1. 간섭주의의 실패
2. 간섭주의의 독재적, 반민주적, 사회주의적 성격
3.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4. 러시아의 침략성
5. 트로츠키의 이단
6. 악령들의 해방
7. 파시즘
8. 나치즘
9. 소비에트의 경험이 주는 교훈
10. 사회주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프롤레타리아는 반드시 사회주의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왜 그런가? 산업, 수송, 그리고 광산에서 대규모 기업이 있기 전에는 왜 사회주의적 발상이 일어날 수 없었는가를 보기는 쉽다. 부(富)라는 실제 물리적 재산에 대한 재분배를 기대할 수 있는 한, 소득의 평등을 확보할 다른 방법은 누구에게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로지 노동 분업의 발전이 유감스럽게도 분할할 수 없는 대규모 기업을 만들어 냈을 때만, 평등을 이루는 사회주의적 방법을 일깨우는 것이 필연적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나누어 갖는 것’의 문제가 전혀 있을 수 없다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프롤레타리아의 정책이 반드시 사회주의여야 한다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670쪽
맨더빌(Mandeville)과 흄(Hume)은 질투의 강도가 질투하는 사람과 질투 대상인 사람 사이의 거리에 달려 있다고 평했다. 거리가 멀다면 사람은 자신을 질투 대상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상 아무런 질투도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질투는 더 커진다. 그래서 대중이 화내는 것이 증가한다는 사실로부터 소득 불평등이 감소하고 있음을 연역해 낼 수 있다. “탐욕스러움”이 증대한다는 이야기는, 카우츠키가 생각하듯이 빈곤이 상대적으로 증대된다는 증거가 아니다. 그것이 보여 주는 것은, 정반대로 계급들의 경제적 거리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720~7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