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샤를마뉴 황제(Charlemange, 재위 768~814)와 그의 가문에 관련된 수많은 사건과 일화를 모아 놓은 책이다. 샤를마뉴는 주변 민족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정복 전쟁을 벌여 서유럽의 대부분을 지배했는데, 유럽 대륙에서 그가 다스리던 영토는 고대 로마제국의 유럽 영토에 필적할 정도로 광활했다. 그의 통치 시대에 프랑크 왕국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성 갈렌 대수도원의 수사였던 말더듬이 노트케르는 샤를마뉴의 증손자인 샤를 비만왕(Charles the Fat, 재위 884~887)을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노트케르는 황금으로 휘황찬란하게 치장한 제복을 입은 화려하고 늠름한 비만왕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샤를마뉴를 위시해 직계 조상인 루이 경건왕, 루이 독일왕, 그리고 샤를 비만왕과 관련된 사건들을 글로 쓰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보통의 역사서와 비교해 볼 때, 이 책은 재미있는 일화와 재치 있는 이야기 혹은 허황된 이야기나 어이없는 실수가 전반을 차지한다. 체계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연대상의 착오가 보이기도 하고 사료가 잘못 인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일단 당시에 실존했던 인물들을 토대로 사건과 일화를 극적으로 구성해 생동감 있고 재미있다. 또한 정통의 역사서나 연대기에서 맛볼 수 없는 그 시대의 다양한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다. 중세의 지배층에 속하는 성직자들의 놀라운 무지, 성스러운 주교들의 비열한 행위,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역모 사건 등 상식을 넘어서는 일들을 통해서 우리는 중세의 일상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샤를마뉴의 전쟁이나 샤를마뉴의 후손들에 관해서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 준다. 특히 800년 샤를마뉴 황제의 대관식 사건에 관해서는 아인하르트의 ≪샤를마뉴의 생애≫보다 더 상세하고 정확하다. 이 사건에 관해서 아인하르트는 아주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노트케르는 이 사건의 배경과 경위를 비교적 상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 샤를마뉴의 외교 관계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샤를마뉴는 외국에 적극적으로 사신들을 파견하면서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했다. 외국에서도 많은 사신들이 선물 보따리를 들고 샤를마뉴 궁정을 방문했다. 노트케르가 보고하는 사신들의 방문기를 통해서 우리는 당시의 국제질서는 물론 왕들 사이에 선물로 교환된 물품의 종류까지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노트케르의 이 책이 지닌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잘만 활용한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샤를마뉴와 샤를마뉴 후손들의 행적 및 외교 관계는 물론 중세 사회의 일상에 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0자평
중세 전기 서유럽을 대표하는 프랑크 왕국의 위대한 통치자 샤를마뉴 황제의 행적을 기록했다. 샤를마뉴 가문의 수많은 사건과 일화를 보고한다. 전설 같은 일들과 믿기 어려운 사건들이지만 중세의 모습을 이토록 상세하게 보여 주는 자료는 없다. 1300년 전 중세의 역사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역사서에서 찾을 수 없는 생동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은이
말더듬이 노트케르(Notker the Stammerer, 840∼912)의 라틴어 이름은 노트케르 발불루스(Notker Balbulus)다. 프랑크 명문 가문 출신으로, 성 갈렌 수도원 부근에 있는 투르가우 지방에서 840년경에 태어났다. 어릴 때 아달베르트(Adalbert) 밑에서 양육되었다. 아달베르트는 프랑크인들에게 강력한 저항 세력이었던 작센족, 훈족, 슬라브족을 상대로 한 정복전쟁에 참여했던 프랑크의 용감한 전사였다. 노트케르가 소년이었을 때 이미 연로했던 아달베르트는 그에게 수많은 전쟁담을 들려주었다. 그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노트케르는 이 책의 제2권에 나오는 샤를마뉴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고백했다. 성 갈렌의 수도원학교에 들어가 그 수도원의 수사였던 그리말트(Grimald)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말트는 당시 프랑크 왕국의 최고 지성으로 알려진 앨퀸의 제자였다. 성 갈렌의 수도원학교에서 다양한 학문 분야를 두루 섭렵한 후, 노트케르는 스승의 뒤를 이어 그 수도원의 수사가 되었다. 수사가 된 후에는 주로 교사로 활약했으며, 시와 음악, 저술에 재능을 발휘했다. 신체는 가냘팠지만 마음은 강직했고, 혀는 어눌했지만 지성은 번뜩였다. 기독교 신앙을 보급하고 발전시키는 데 헌신하다가 912년에 사망했다. 1512년에 교황에 의해서 시복(beatification)되어 복자(the Blessed)의 반열에 올랐다.
옮긴이
이경구는 2001년부터 ‘콘스탄티누스 기진장(Donation of Constantine)’을 연구 주제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공부했다. 이 주제는 내용상으로 샤를마뉴의 부친인 피핀 단신왕으로부터 샤를마뉴에 이르기까지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들과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옮긴이는 그동안의 연구 과정에서 샤를마뉴와 그의 가문에 관련되는 기본적인 사실들을 이미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트케르의 ≪샤를마뉴의 행적≫을 좀 더 정확하게 번역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2000년 이후 주요 연구 성과물로는 ≪중세의 정치 이데올로기≫(느티나무, 2000), ≪꿰뚫는 논술 교과서≫(공저: 신서원, 2003), ≪만화 한국사·세계사 척척 논술≫(공저: 중앙재능북스, 2006) 등의 저서와 역서 ≪중세 이야기≫(공역: 새물결, 2003), 그리고 논문 <로마 교회와 프랑크 왕국의 제휴: 피핀의 쿠데타를 중심으로>(<서양중세사연구>제8집, 2001), <스테파누스 2세와 피핀의 상봉: 그 역사적 의미>(<서양중세사연구> 제9집, 2002), <콘스탄티누스 기진장의 작성 목적>(<서양중세사연구> 제11호, 2003), <신성로마제국의 출발점에 관하여>(<서양중세사연구> 제13호, 2004), <콘스탄티누스 기진장의 작성 시기>(<서양중세사연구> 제14호, 2004), <신성로마제국의 성격: 교황권과 황제권의 관계를 중심으로>(<서양사연구> 제37집, 2007), <콘스탄티누스 기진장의 적용 사례: 13세기 전반기의 교황들을 중심으로>(<호서사학> 제49집, 2008) 등이 있다.
차례
제1권 샤를마뉴의 신앙심과 교회에 대한 배려
제1장 지혜를 파는 스코틀랜드의 선교사
제2장 샤를마뉴와 앨퀸의 인연
제3장 샤를마뉴의 교육열
제4장 일화 1: 현명한 젊은이 이야기
제5장 일화 2: 폭음한 주교 이야기
제6장 일화 3: 날쌘 주교 이야기
제7장 샤를마뉴의 엄격한 예배 규칙
제8장 일화 4: 떠돌이 수사의 찬송 이야기
제9장 앨퀸과 그의 제자들
제10장 샤를마뉴와 교회음악
제11장 일화 5: 사순절의 저녁 식사 이야기
제12장 일화 6: 치욕스러운 주교 이야기
제13장 샤를마뉴의 포상 원칙
제14장 일화 7: 충성스러운 주교 이야기
제15장 일화 8: 주교와 고급 치즈 이야기
제16장 일화 9: 허영심이 강한 주교와 쥐 이야기
제17장 일화 10: 야망에 부푼 주교와 왕홀 이야기
제18장 일화 11: 마인츠 주교의 엉터리 설교 이야기
제19장 일화 12: 어리석은 마인츠 주교 이야기
제20장 일화 13: 오만한 주교와 가짜 기적 이야기
제21장 일화 14: 신앙심 깊은 주교와 교활한 사탄 이야기
제22장 일화 15: 어느 주교의 일시적 쾌락과 참회 이야기
제23장 일화 16: 수전노 주교와 도깨비 이야기
제24장 일화 17: 수집광 주교와 노새 이야기
제25장 일화 18: 간통죄를 저지른 주교 이야기
제26장 교황 레오 3세와 샤를마뉴의 황제 대관
제27장 샤를마뉴의 정복전쟁
제28장 교회당 건축과 대수도원장의 사기 행각
제29장 일화 19: 사기꾼 수사와 종 이야기
제30장 샤를마뉴의 건설사업 원칙
제31장 일화 20: 궁정 집사의 부정축재와 신의 징벌 이야기
제32장 일화 21: 청결한 부제와 독거미 이야기
제33장 일화 22: 다재다능한 서기와 기적 이야기
제34장 샤를마뉴의 전시 복장
제2권 샤를마뉴의 전쟁과 군사적 업적
제1장 난공불락의 훈족 요새
제2장 일화 1: 용감한 두 전사 이야기
제3장 일화 2: 폭음한 두 수비대원 이야기
제4장 일화 3: 용감한 두 사생아 이야기
제5장 무능한 콘스탄티노플 황제
제6장 일화 4: 그리스인들을 골탕 먹인 샤를마뉴의 사신 이야기
일화 5: 샤를마뉴 궁정에서 조롱당한 그리스 사절들 이야기
제7장 그리스 사절들이 가져온 악기들
제8장 페르시아 사절들의 감탄
제9장 페르시아 왕에게 보낸 샤를마뉴의 선물
제10장 루이 독일왕의 신앙심
제11장 루이 독일왕의 인품
제12장 역모 사건들
제13장 노르만족의 무모한 침략
제14장 노르만족의 해적선
제15장 피핀 단신왕의 이탈리아 원정
제16장 위대한 프랑크 왕들
제17장 파비아 침공과 샤를마뉴 군대의 위용
일화 6: 프리울리 시 주교의 임종 이야기
일화 7: 골탕 먹은 파비아 사람들 이야기
제18장 루이 독일왕과 노르만의 검
제19장 루이 경건왕과 노르만인 세례
제20장 일화 8: 명성 잃은 가짜 선각자 이야기
제21장 루이 경건왕의 자선행위
일화 9: 궁정의 어릿광대 이야기
일화 10: 유리 세공 기술자 이야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의 주인인 왕이시여, 흔들리면 아니 되옵니다. 어느 누구도 당신의 손에서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부여해 준 권한을 낚아채지 못하게 하시옵소서!” 솔직한 행동을 매우 좋아하는 왕은 그 젊은이를 커튼 밖으로 불러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주교구를 너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니 네 앞길에 놓여 있고, 동시에 내 앞길에 놓여 있는 긴 여정에 대비해 많은 양식과 많은 여비를 한쪽에 비축해 두는 일에 힘써 주기 바란다.”
-15쪽
한번은 샤를마뉴가 어느 주교에게 축복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 주교는 빵을 정결히 한 후 자기가 먼저 그 빵을 떼어 먹은 다음에 고귀한 황제에게 나머지 한 조각을 건네주었다. 샤를마뉴는 그 주교의 치욕스러운 행위를 보며 “그대의 빵이니 그대나 다 먹으시오”라고 말하고는 그의 축복을 거절했다.
-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