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명대 극작가 겸 연극평론가 가중명은 모든 원잡극 가운데 “<서상기>가 천하제일”이라고 단정했다. 또 청대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인 김성탄은 유독 <서상기>를 지목해 ≪이소(離騷)≫, ≪장자(莊子)≫, ≪사기(史記)≫, ≪두보 시(杜詩)≫, ≪수호전(水滸傳)≫과 더불어 ‘육재자서(六才子書)’라 지칭했다. 이처럼 ≪서상기≫는 원대 문학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중국 문학 전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그 문학적·예술적 위상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1세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몽룡과 춘향을 모르는 한국인이 없듯이, 장생과 앵앵을 모르는 중국인은 없는 것이다.
장생과 최앵앵의 사랑 이야기다. 보구사에서 과거를 준비하던 장생은 대갓집 딸 앵앵을 만나 한눈에 반한다. 이때 앵앵은 도적에게 팔리다시피 시집가야 할 위기에 처하고, 그녀의 어머니 최 부인은 딸을 구해 주는 이를 사위 삼겠다고 공언한다. 이에 장생이 친구인 백마 장군의 도움을 얻어 앵앵을 구해 낸다. 하지만 최 부인은 말을 바꿔 장생을 사위가 아닌 양자로 받아들인다. 연인에서 남매가 되어 이별해야 했던 연인은 홍랑의 기지로 재회하고, 최 부인도 결국 장생을 사위로 받아들인다.
책에는 <서상기>의 근원설화인 <앵앵전>을 함께 수록했다.
200자평
“<서상기>가 천하제일이다.” 명대 연극평론가 가중명의 평이다. 원대 극작가 왕실보의 대표작. 장생과 최앵앵이 운명적으로 만나 갈등을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이야기다.
지은이
왕실보(王實甫, ?∼?)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가 않다. 이름이 덕신(德信)이고, 대도(大都, 지금의 북경) 사람으로, 잡극 13편을 창작했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외 후배 가중명은 추도사에서, 그가 ‘풍월영(風月營)’, ‘앵화채(鶯花寨)’, ‘취홍향(翠紅鄕)’에서 활약했다고 적고 있다. 13종의 잡극을 창작했지만, 현재 전하는 것은 <서상기>를 제외하면 <여춘당(麗春堂)>이 있을 뿐이다.
옮긴이
양회석은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국 문학으로 문학석사와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복단대학과 양주대학, 일본 교토대학에서 객원교수를 지낸 바 있다. 저술로 ≪고시원-한시의 근원을 찾아서 1. 2. 3≫(전남대학교출판부), ≪인문에게 삶의 길을 묻다≫(인문산책), ≪東北アジアの幸福觀≫(岡山大學出版會, 공저), ≪소리 없는 시, 소리 있는 그림: 중국 산수화의 지향과 이론≫(전남대학교출판부), ≪문학과 철학으로 떠나는 중국 문화 기행≫(예문서원), ≪중국 희곡≫(민음사) 등 20여 종의 저역서와 60여 편의 논문이 있다. 한국중국희곡학회 회장, 중국인문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차례
일러두기
나오는 사람들
제1본 만남, 장군서가 도량에서 설치다(張君瑞鬧道場)
제2본 사랑싸움, 최앵앵이 밤에 거문고를 듣다(崔鶯鶯夜聽琴)
제3본 상사병, 장군서가 상사병을 앓다(張君瑞害相思)
제4본 사랑과 이별, 주막에서 앵앵을 꿈꾸다(草橋店夢鶯鶯)
제5본 해피엔드, 장군서가 대단원을 기뻐하다(張君瑞慶團圞)
부록: <서상기>의 근원설화 앵앵전(鶯鶯傳)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앵앵: “장공 저는 백 번 절을 하고 꽃다운 임에게 삼가 글을 올리오. 지난 늦가을에 헤어진 뒤 어느덧 반년이 되었구려. 위로는 조상의 음덕이요, 아래로는 어진 아내의 덕분으로 장원급제를 하게 되었다오. 목하 초현관(招賢館)에 들어 천자께서 친필로 벼슬을 하사하시길 기다리고 있소이다. 마님과 당신이 걱정할까 싶어서 특별히 금동더러 편지를 가져가 아뢰라고 한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길 바라오. 소생은 비록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항상 그대 곁에 있어, 겸겸처럼 날개를 나란히 하고, 공공처럼 어깨를 맞대고 싶어 안달이라오. 공명을 중시하여 사랑을 소홀히 한 점은, 진실로 좁은 소견으로 탐욕을 부린 잘못이라 할 것이오. 훗날 뵙게 되면 사죄를 청하기로 하고 이만 줄이겠소. 절구(絶句) 한 수를 지어 올리니 보시길 바라오.”
289-2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