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진시황(秦始皇)이 국가 통치에 방해가 된다거나 민생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된 전적(典籍)들을 모두 수거해 불태우자, 화를 당하지 않은 전적들은 자연히 민간으로 흘러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이렇게 민간에 소장되게 된 것들과 본래 민간에 보존되었던 전적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분실되거나 훼손되어 갔다. 진(秦)나라를 이어받은 한(漢)나라는 나라가 점차 안정되자 국가의 전례 제도나 문물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통치자들은 옛 전적들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에 전적들을 다시 수집하여 보관하고 정리하는 국책 사업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과 공헌을 한 사람이 유향(劉向)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설원(說苑)≫은 바로 이런 과정에 유향이 황실과 민간에 소장된 관련 자료들을 집록(輯錄)한 후 선택, 분류, 정리하여 편찬한 역사고사(歷史故事) 모음집이다.
≪설원≫은 여러 전적에 기록된 정치나 역사에 관한 각종 언행(言行) 또는 사적(事跡)을 황제가 열람하도록 제공할 목적으로 편찬되었다. 순임금, 우임금으로부터 진한(秦漢)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물의 언행이나 사건 또는 일화를 모아 정치의 흥망을 엿볼 수 있는 역사의 거울을 제공함으로써, 군주와 신하들을 권면하고 조정을 정돈하며, 당시의 폐단을 바로잡아 보려고 했던 것이다. 이에 유향은 각 고사를 통해서 제왕, 장상(將相), 사대부 들에게 어떻게 해야 바른 군주, 바른 신하, 바른 백성이 될 것인가와, 어떻게 해야 제국을 일으키고 백성을 다스리며 외교를 처리할 것인지 등등을 제시했다.
역자는 명초본(明鈔本)을 저본으로 하고 ≪설원교증≫을 주교본(主校本)으로 삼아 간행한 귀주인민출판사(貴州人民出版社)의 ≪설원전역(說苑全譯)≫을 저본으로, 전체의 17.4%를 발췌 번역하고 원문을 함께 실었다.
200자평
한나라대 편찬된 역사고사 모음집이다. 순임금, 우임금으로부터 진한(秦漢)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물의 언행이나 사건 또는 일화는 물론 국가 흥망의 도리, 격언 등을 적절히 배합하여 생동감 있게 서술했다. 2000여 년 전 군주와 신하들을 권면하고, 당시의 폐단을 바로잡아 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정리되었지만 오래 지나도 변치 않는 지혜가 깃들어 있다. 전 20권 분량에서 17.4%를 발췌해 원문과 함께 실었다.
엮은이
유향(劉向, BC 77∼BC 6)은 본명이 갱생(更生), 자(字)는 자정(子政)으로 패(沛) 사람이다. 서한(西漢) 말엽의 저명한 경학가(經學家)이자 도서목록분류학자이며 문학가다. 산기간대부(散騎諫大夫), 광록대부(光祿大夫)를 역임했으며 중루교위(中壘校尉)로 관직을 마쳤다. 전적들을 교감하여 ≪별록(別錄)≫ 20권을 찬(撰)했으며, 그 밖의 저작물로 ≪상서홍범오행전론(尙書洪範五行傳論)≫·≪신서(新序)≫·≪설원(說苑)≫·≪열녀전(列女傳)≫ 등이 남아 있고, 이 외에도 분실된 ≪오경통의(五經通義)≫와, 대부분이 분실된 ≪구탄(九歎)≫ 등 사부(辭賦) 33편이 있다.
옮긴이
김영식(金映植)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안경기(拍案驚奇) 연구>로 석사 학위를, <송원(宋元) 화본소설(話本小說)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선임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강릉원주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 <송 이전 설창과 그 저본에 관한 탐색>, <역사소설의 시원: 오월춘추의 소설화 기도에 관하여>, <월절서 연구: 월절서의 성질과 소설적 요소의 발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문선≫(전 10권, 공역, 소명출판), ≪상군서(商君書)≫(홍익출판사), ≪박물지(博物志)≫, ≪열자(列子)≫, ≪귀곡자(鬼谷子)≫, ≪오월춘추(吳越春秋)≫, ≪월절서(越絶書)≫(이상 지식을만드는지식), ≪사단칠정논변≫(공역, 한국학술정보), ≪역주사단칠정논쟁≫(전 2권, 공역, 학고방)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엮은이에 대해
1권 군주의 도 君道
2권 신하의 길 臣術
3권 근본을 세우다 建本
4권 절개를 세우다 立節
5권 덕행을 귀중히 여기다 貴德
6권 은혜를 갚다 復恩
7권 정사의 도리 政理
8권 현인을 높이다 尊賢
9권 바르게 간하다 正諫
10권 공경하고 신중하다 敬愼
11권 유세를 잘하다 善說
12권 명을 받들어 사신 가다 奉使
13권 임기응변하는 모략 權謀
14권 지극한 공정함 至公
15권 무(武)의 중요성을 지적하다 指武
16권 이야기들의 숲 談叢
17권 잡다한 말 雜言
18권 사물을 변별하다 辨物
19권 문치(文治)를 시행하다 修文
20권 본질로 돌아가다 反質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공자께서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덕을 베푸는 사람은 남에게 은덕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을 귀중히 여기나, 은덕을 받은 사람은 그래도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신하는 수고로이 힘써서 군왕을 위해 일하지만 군왕의 상을 구하지는 않는 법이며, 군왕은 권력을 가지고 은덕을 베풀어서 아랫사람들을 다스리지만 은덕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역경≫에서 “수고했는데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로가 있는데도 자처하지 않는 자야말로 지극히 돈후(敦厚)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76~77쪽
초나라 공왕(共王)이 사냥을 나가 그의 활을 잃어버렸다. 좌우의 시종들이 그것을 찾아오겠다고 청했다.
공왕이 말했다.
“그만두어라. 초나라 사람이 활을 잃었으면 초나라 사람이 그것을 주울 텐데, 어찌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중니(仲尼)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그의 마음이 크지 않은 것이 안타깝도다. ‘사람이 활을 잃었으면 누군가가 그것을 주울 것이다’라고 말하면 될 뿐인 것이지, 어찌 꼭 초나라 사람일 필요가 있겠는가?”
중니가 말한 것이 큰 공정함[大公]이다.
-195~1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