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학계에서 ‘정신병자’ 혹은 ‘천재’로 여겨진 오토 바이닝거는, 23세의 나이에 남성과 여성에 대한 획기적인 이론을 정립한 걸작을 발표했다. 그가 최초로 주장한 양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성향이 양성적이며, 남성적 요소와 여성적 요소 중에서 어느 요소가 많은지에 따라 남성 또는 여성으로 불린다. 남성의 특성은 천재성과 도덕이고, 여성의 특성은 감성과 섹슈얼리티 그리고 물질이다. 따라서 여성은 영혼과 도덕적 측면이 열등한 존재이며, 도덕적인 것도 비도덕적인 것도 아닌 ‘무도덕적’인 존재가 된다. 바이닝거는 남성이 이상적인 남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자기 안에 있는 여성적 요소를 없애야 하듯, 여성도 여성적 요소를 없애야 진정한 ‘여성 해방’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듯 충격적인 그의 사상과 언어는 당대 저명인사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후일 바이닝거를 “노이로제 환자였다”고 평한 프로이트도 그의 원고를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라이프치히 대학 교수였던 파울 율리우스 뫼비우스는 그가 자신의 책을 표절했다고 공격했다. 의기소침해진 바이닝거는 몇 달 후 자신의 심장에 총을 쏘았다. 바이닝거의 최초이자 최후의 작품이 된 ≪성과 성격≫은 그의 자살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자살 후 바이닝거의 명성은 전 유럽에 퍼져서 ≪성과 성격≫은 숭배의 책이 되고 그는 전설이 되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Traumdeutung)≫ 초판본이 600부 팔리는 데 9년이 걸린 것에 비해, ≪성과 성격≫은 그때 이미 11판이 나왔으며 1932년까지 28쇄에 이르렀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바이닝거에 대한 비판에 맞서서“바이닝거가 비정상적이라는 말은 옳다. 그러나 그는 비정상적이었지만 뛰어났다. … 그의 가장 큰 실수는 그가 뛰어났다는 것이다”라고 그를 평했다.
200자평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왜 남성은 여성을 사랑하는가?
오토 바이닝거는 인류의 영원한 테마인 ‘성(性)’ 문제를 종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파악했다. 그는 ≪성과 성격≫에서 인간에게 남성적 요소와 여성적 요소가 모두 들어 있다는 ‘양성 이론’을 기초로, 남성과 여성의 성격과 특징, 그리고 두 성 간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이닝거가 남긴 유일한 저서 ≪성과 성격≫을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한다.
이 책은 바이닝거의 복잡한 사상의 핵심을 간단하게 소개하기 위해 원전의 28%를 발췌했다.
지은이
유대인 금세공사인 아버지 레오폴트 바이닝거(Leopold Weininger)와 헝가리 유대인 출신인 어머니 아델하이트(Adelheid)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와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다방면에 재능을 보였으며, 16세 때는 특히 어원론적 관점에서 호메로스에 나오는 그리스 숙어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1898년 7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통과하고 빈 대학에 입학해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자연과학 수업과 의학 수업도 함께 들었다. 18세에 이미 그리스어, 라틴어, 불어, 영어에 능통했고, 나중에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도 구사했다. 또한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와 헨리크 입센을 읽기 위해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도 배웠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웠으며, 아웃사이더나 이단자로 여겨졌다.
1901년 초여름, 나중에 박사 학위 논문의 초고가 된 <에로스와 프시케. 생물학적-심리학적 연구(Eros und Psyche. Eine biologisch-psychologische Studie)>를 빈 학술원에 제출한다. 이 논문을 보충해 빈 대학의 요들 교수와 뮐러 교수에게 박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해서 1902년 7월 21일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몇 달 동안 집중 작업을 한 후인 1903년 6월에 ≪성과 성격-원칙적 연구(Geschlecht und Charakter-eine prinzipielle Untersuchung)≫가 빈의 브라우뮐러 출판사에서 출판된다. 이 연구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새로운 빛’을 비추려는 것이었다. 이 책은 그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가장 결정적인 세 개의 장을 확장한 것으로, 그 안에 반유대주의 경향, 여성 혐오주의(Misogynie) 경향, 능숙하게 다루지 못한 형이상학이 거침없이 전개되었다.
이 책은 거부 반응 없이 받아들여졌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라이프치히 대학 교수였으며 ≪여성의 생리학적 허약함(Über den physiologischen Schwachsinn des Weibes)≫의 저자였던 파울 율리우스 뫼비우스는 바이닝거가 자기 책을 표절했다고 공격했다. 완전히 실망하고 회의에 차서 괴로워하던 바이닝거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10월 3일까지 5일간 부모님 집에서 보낸다. 그는 아버지에게 닳아서 낡아 빠진 안경집을 드리며 작별 인사를 하고, ‘슈바르츠슈파니어슈트라세’에 있는, 베토벤이 숨을 거둔 집에 방 하나를 얻었다. 그 집으로 10월 3일 저녁에 들어가 밤에 아버지와 동생 리하르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10월 4일 아침 그는 자기 방에서 심장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되었고, 오전 11시에 빈의 어느 종합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옮긴이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로 있으며, 한국괴테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기획조정처장과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학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대학생을 위한 독일어 1, 2≫(문예림, 공저), ≪서양문학의 이해≫(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공저), ≪세계문학의 기원≫(한울아카데미, 공저) 등이 있다. 역서로는 오토 바이닝거의 ≪성과 성격≫(지식을만드는지식),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낭만주의≫(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공역), 라테군디스 슈톨체의 ≪번역이론 입문≫(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공역), 니콜라스 보른의 ≪이별연습≫(월인), ≪민중본. 요한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미학연습. 플라톤에서 에코까지. 미학적 생산, 질서, 수용≫(동문선, 공역), ≪괴테의 사랑. 슈타인 부인에게 보낸 괴테의 편지≫(연극과 인간)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흔들리는 호수에 비춰보는 자기 성찰. 괴테의 시 <취리히 호수 위에서>>(2014) <괴테의 초기 예술론을 통해 본 ‘예술가의 시’ 연구. <예술가의 아침 노래>를 중심으로>(2013), <‘자기변신’의 종말?: 괴테의 찬가 <마부 크로노스에게>>(2011), <“불행한 사람”의 노래: 괴테의 찬가 <겨울 하르츠 여행>(1777)>(2008), <영상의 문자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겹상자 문장’ 연구>(2007), <괴테의 ≪로마 비가(Römische Elegien)≫에 나타난 에로티시즘>(2007),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에 나타난 ‘체념(Entsagung)’의 변증법>(2004), <괴테의 초기 송가 <방랑자의 폭풍 노래> 연구. 시인의 영원한 모범 핀다르(Pindar).>(2002), <괴테의 초기 시에 나타난 신화적 인물 연구>(2001), <새로운 신화의 창조-에우리피데스, 라신느, 괴테 그리고 하우프트만의 ≪이피게니에≫ 드라마에 나타난 그리스의 ‘이피게니에 신화’ 수용>(1997)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초판 서문
1부 (준비 부분) 성적 다양성
들어가는 말
1장 ‘남성들’과 ‘여성들’
2장 남성 원형질(Arrhenoplasma)과 여성 원형질(Thelyplasma)
3장 성적 매력의 법칙들
4장 동성애(Homosexualität)와 남성애(Päderastie)
5장 성격학(Charakterologie)과 형태학(Morphologie)
6장 해방된 여성들
2부 성적 유형들
1장 남성과 여성
2장 남성의 성과 여성의 성
3장 남성의 의식과 여성의 의식
4장 천부적 재능과 천재성
5장 천부적 재능과 기억력
6장 기억, 논리, 윤리
7장 논리, 윤리 그리고 자아
8장 자아 문제와 천재성
9장 남성 심리학과 여성 심리학
10장 모성(Mutterschaft)과 매춘(Prostitution)
11장 에로틱과 미학
12장 여성의 본질과 그 우주적 의미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말하자면 남성과 여성은 두 실체가 상이하게 혼합되어 살아 있는 개체에 분산되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한 개체의 변수가 다른 개체의 변수를 제로로 만들지는 않는다. 경험에 비추어 남성이나 여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적으로’와 ‘여성적으로’ 존재할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39쪽
‘절대적인’ 여성은 자아가 없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모든 여성 분석에서 도출되는 마지막 결론이다.
-183쪽
인간은 사랑을 할 때 비로소 어떤 식으로든 온전한 그 자신이 된다. … 예술가뿐만 아니라 인간을 심리학적으로 고취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다. “나는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Amo, ergo sum).”
-228~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