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성난 사람들>은 괴테가 1791년과 1792년 사이에 쓰기 시작해 1817년 출판된 괴테 작품집에 수록되었다. 괴테는 이 작품에 “5막 정치극”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부제가 암시하듯 괴테는 프랑스 혁명 직후 그 영향을 받아 희극적인 정치적 5막 극을 구상했다.
헤센 공국의 몇몇 마을이 프랑스로부터 유입된 혁명적 사상에 자극을 받아 백작에게 대항해서 공동으로 봉기를 시도한다. 이전 백작이 그들에게 보장한 권리를 되찾으려는 목적이었다. 마을의 이발사이자 외과 의사인 주인공 브레메 폰 브레메펠트는 그 중심에서 봉기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마을 사람들을 규합한다. 정작 브레메의 관심은 정의 구현보다는 리더로서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다.
〈성난 사람들〉은 프랑스 혁명의 기본 원칙을 희극적 인물이 주장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에 진지한 논쟁을 회피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동시대인들에게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괴테를 “보수의 친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질서가 백작부인 즉 지배 계급의 전환적인 인식에 의해 좀 더 공정한 방향으로 재편되도록 한 결말은 작품에 대한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하층 계급의 혁명적 봉기는 지배 계급의 부당함이 낳은 결과”라는 것이 〈성난 사람들〉 전체를 관통하는 괴테의 주제의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괴테는 관용을 통해 갈등을 극복한다면 폭력을 수반한 혁명은 불필요하다는 확신을 드러내기 위해 정치적 비극을 희극으로 구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괴테의 이러한 확신과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그 때문에 〈성난 사람들〉은 미완성작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200자평
<성난 사람들>은 괴테가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아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관용과 이해로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괴테는 혁명이라는 정치사의 비극을 희극으로 구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괴테의 확신과 기대를 철저히 배반했다. 괴테는 결국 이 작품 5막을 완성하지 못하고 스케치로 남겨 둔다.
지은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 174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의 유복하고 명망 있는 시민 가문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가정교사로부터 라틴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을 배웠고, 16세에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 공부를 시작했다가 병으로 휴학한 뒤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 1771년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문학에 심취했던 괴테는 24세가 되던 1773년에 희곡 〈괴츠 폰 베를리힝겐〉을 써서 독일 내에서 성공한 작가로 인정받았다. 이듬해 서간 소설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발표하면서 명성은 전 유럽으로 확대되었다. 이 두 작품으로 괴테는 당시 젊은 작가들의 “질풍노도” 문학 사조를 이끄는 대표 작가가 되었다. 26세에는 바이마르 궁정에 초빙되었다. 이후 바이마르 공국에서 10년간 관직자로 일했다. 그 때문에 창작 활동이 지장을 받게 된 괴테는 2년간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새로운 창작 동기를 부여받고 그 결과로 고전주의의 대표작인 〈타우리스의 이피게니〉, 〈에그몬트〉, 〈토르콰토 타소〉를 완성한다. 이후 괴테는 공적인 의무와 과업을 줄이고 이탈리아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에 매진한다. 평생의 역작 희곡 《파우스트》를 완성하며 마침내 독일어권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파우스트》 2부를 완성한 다음 해인 1832년 바이마르에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김미란
서울대학교 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숙명여대 독일언어문화학과 명예교수다. 지은 책으로 ≪탈리아의 딸들−현대독일여성드라마 작가≫, ≪독일어권의 여성작가≫(공저), ≪한독 여성문학론≫(공저)이 있고,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모테카트의 ≪현대독일드라마≫, 렌츠의 ≪군인들≫, ≪가정 교사≫, 로트의 ≪나귀 타고 바르트부르크 성 오르기≫, 베데킨트의 ≪눈뜨는 봄≫ 호르바트의 ≪피가로 이혼하다≫, ≪우왕좌왕≫ 등 희곡과 라 로슈의 ≪슈테른하임 아씨 이야기≫, 그리멜스하우젠의 ≪사기꾼 방랑 여인 쿠라셰의 인생기≫, 브레히트의 ≪채신없는 할머니≫ 등 소설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백작부인 : 공정하지 못하고 가진 것이 있었을 때는 일을 더 쉽게 생각했지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게 순리라고요, 그리고 가진 사람이 최고라고요. 그러나 부당함이 대를 이어 가며 쌓이고, 관대한 행동들이라는 것이 대부분 개인적이고, 사리사욕만이 세습된다는 걸 알게 된 뒤부터, 그리고 인간의 천성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억눌리고 비하되어도, 결코 억압될 수도 없고, 파멸될 수도 없다는 것을 보고 난 뒤부터, 전 결심했어요. 불공정해 보이는 모든 행동을 엄격하게 피하고, 가족들 사이에서나 사회에서, 궁정이나 도시에서 그러한 행동에 대해 내 의견을 크게 말하겠다고 말예요. 어떤 불의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거창한 허울 속에 숨겨진 어떠한 사소한 것도 참지 않을 거예요. 내가 비록 민주주의자라는 오명으로 불린다 해도 말이에요.
67-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