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1세기 한국에는 성숙한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유대인 철학자 레비나스의 메시지로부터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나’를 발견하다
20세기 유대인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 망자들을 기리고 유대인 공동체를 재건한다는 사명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전개했다. 레비나스 철학은 한마디로 ‘성숙’을 지향한다. ‘성숙’은 자신이 이미 만들어진 세상에 뒤처져 등장했다는 감각에서 비롯한다. 이 뒤처짐의 감각으로부터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고유한 ‘책임’을 자각할 때 비로소 인간은 어른이 된다.
이 책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동시대 독자들이 레비나스 철학을 통해 진정한 성숙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한다. 허울뿐인 제도, 신뢰를 잃어버린 사회 앞에서 성숙한 인간이라면 어떤 태도를 취할까? 저자의 구체적 삶에서 끌어올린 문제의식에 기반해 해석한 레비나스의 메시지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레비나스의 사상을 바늘 삼아 성서, 수학, 영화, 만화, 소설, 드라마 등 일상의 소재를 횡단한다. 독자가 레비나스 철학을 진정 자신의 몸으로 체감하기를 바라는 간청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다. 이 메시지를 독자 자신을 향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저자의 의도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다. 레비나스의 메시지로부터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나’의 존재를 발견해 보자.
200자평
레비나스 철학은 성숙을 지향한다. 성숙은 세상에 뒤처져 등장한 존재인 ‘나’의 책임을 자각할 때 이뤄진다. 저자의 구체적 삶에서 발굴한 문제의식을 통해 독해한 레비나스 철학의 메시지는 독자가 진정한 성숙을 이해하고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와 ‘타자’의 새로운 소통을 이끈다.
지은이
박동섭
독립연구자. ‘○○ 연구자’라는 제도화된 아이덴티티로 살아가는 일의 한계를 실감하며 ‘아이덴티티 상실형 인간’으로 살고 공부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언어를 대중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알리고자 애쓰고 있다. ≪에스노메소돌로지≫, ≪동사로 살다≫, ≪레프 비고츠키≫, ≪해럴드 가핑클≫,≪회화분석≫, ≪우치다 선생에게 배우는 법≫, ≪상황인지≫, ≪우치다 다쓰루≫ 등을 썼고, ≪우치다 다쓰루의 레비나스 시간론≫,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 ≪보이스 오브 마인드≫, ≪수학하는 신체≫, ≪수학의 선물≫, ≪계산하는 생명≫,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스승은 있다≫, ≪망설임의 윤리학≫,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차례
추천사 레비나스 철학의 역사적 사명에 대해
서문 ‘나’를 수신인으로 하는 레비나스 철학하기
1장 나를 넘어서기−성서와 그리스인
가독성 재고
오디세이적 주체 대 아브라함적 주체
가독성의 원점
서로 닿는 관계, 서로 키우는 관계
레비나스 철학 고유의 유대성
레비나스라는 절대적 타자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2장 나의 근원 찾기−반역사·반신비
최초의 인간
반신비주의와 반역사주의
지성의 정체
3장 철학과 삶을 왕복운동하기−전철학적 경험
일상이 철학보다 훨씬 어렵다
전철학적 경험
나의 전철학적 경험
자신의 단서를 갱신하기
4장 자신을 수신인으로 구축하기−홀로코스트
경험의 부재
부버와 레비나스
삶과 죽음을 나누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핵을 잃어버린 곳에서 시작하는 철학
주체성의 흔들림 속에서 사색하기
존재 근거는 스스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당신에게 볼일이 있다
자작 화폐
5장 죽은 자라는 타자 만나기−존재론의 어법을 넘어
엄마들의 엄마는 누구인가?
죽은 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존재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죽은 자와 만나기
장례의 의미
6장 책임을 넘어 책임지기−유책성
누가 개미구멍을 막을 것인가?
응답하는 능력? 응답 책임?
유책성?
레비나스의 유책성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손을 드는 것
칭송받지 못한 영웅
7장 뒤처짐을 자각하기−선성
어딘가에 뒤처져 있는 감각: 진의 깨달음
굴욕이 아닌 겸허
선행하는 무엇
욕구와 욕망의 차이
레비나스의 선
게임 플레이어·규칙
선이 실천되는 장면을 마주하다
8장 이성과 영성을 함께 도모하기−영적 각성과 시민적 성숙
‘신이 없는 나라’ 대 ‘신이 있는 나라’
윤리의 탄생
구제와 윤리의 정합
공중부양을 만나는 경험
이것은 진실인가? 환각인가?
레비나스가 신을 대하는 태도
초월적 경위와 구체적 경위의 가교
9장 어른 되기−일리의 철학
터치를 통해 만들어지는 제도
연출가라는 메타포
나라를 비판하는 것, 나라를 좋게 하는 것
제도를 대하는 어른의 태도
10장 타자와 시간을 발견하기−생명과 시간
자기 자신의 말로 철학하기
상식을 전복하는 시간 개념
새로운 철학의 시도
복수의 시간 속에 있는 우리
단독자 생명 그리고 시간
무능과 가능성의 변증법
유한 속에 깃드는 무한
미주
참고문헌
책속으로
저는 레비나스가 미션 달성에 성공했는지 아닌지 판정할 수 없지만, 제 생각에 그 미션은 아주 부분적으로만 달성되었습니다.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을 향해 저지르는 폭력을 보는 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지금 ‘대지와 피’라는 환상으로부터 정치적 에너지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자신들을 배제한 것과 똑같은 논리로 타자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하이데거 권역으로부터의 이탈은 곤란한 일입니다.
-추천사 “레비나스 철학의 역사적 사명에 대해” 중에서
‘제자’란 결코 자신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의 존재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승의 예지에 압도당한다는 것은 고개를 숙이고 잠자코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승의 말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흉내 내는 것도 아니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대화자’로서 스승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제자의 책무다. 제자는 그 ‘둘도 없음’을 통해 배움의 전통에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그녀 외에는 그 누구도 말하지 않을’ 어휘꾸러미를 발하기 위해 ‘유일무이한 존재’로 여기에 소환된다. 그래서 제자는 지적 전통이 ‘완전한 것’이 되기 위해 불가결한 조건이다.
-2장 “나의 근원 찾기−반역사·반신비” 중에서
‘제대로 된 철학’이 난해하고 알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우리가 사는 당연한 현실에 필사적으로 접근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을 깊게 사는 사람은 반드시 어떤 종류의 철학자가 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집에서 빨래를 하거나 밥을 먹거나 아이를 돌보고 개를 키우는 일 또한 그 경험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제대로 음미하면 철학자들이 ‘당연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을 통해 여러 가지를 도출할 수 있다.
-3장 “철학과 삶을 왕복운동하기−전철학적 경험” 중에서
하지만 레비나스는 인간에게 그런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탁상공론이 그것을 허용해도 아우슈비츠라는 역사적 사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 나름의 질서를 가져오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호흡하기 편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살아남은 인간이 맡아야 할 역할이다. 아우슈비츠로부터 살아남은 사람에게 살아남은 근거가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데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4장 “자신을 수신인으로 구축하기−홀로코스트” 중에서
레비나스의 윤리에는 ‘선이 승리할 수 없는 세계에서 자력으로 선을 만들어 낸다’는 확실한 방향성이 있다. 누군가가 자신을 대신해 이 세계를 ‘선한 곳’, ‘살기 편한 곳’으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대신해 이 세계에 수리적 질서를 세워 주지 않는다. 이 세계가 인간의 세계인 한 그것은 바로 ‘나’의 일이다.
-4장 “자신을 수신인으로 구축하기−홀로코스트” 중에서
레비나스의 유책론에 따르면 나는 과거에 어떤 사실이 있었는지 상관없이 나로 존재하는 한 유책이다. 그것은 이웃을 환대할지 추방할지 선택한 ‘이전’의 ‘과거’에서 내가 이미 주를 추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를 내쫓은 과거’는 여태껏 도래한 적이 없고 ‘한 번이라도 현재가 된 적 없는’ 시간에서의 일이다. 따라서 레비나스의 윤리를 최종적으로 기초 짓는 것은 ‘나에게 명령을 내린 신’이 아니라 신의 명령을 ‘외상적 방식’으로 듣고만 나 자신이다.
-8장 “이성과 영성을 함께 도모하기−영적 각성과 시민적 성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