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소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 영화를 만들겠다는 배포가 대단하다. 충격효과보다는 미스터리의 분위기를 깔며 공포를 차곡차곡 저장해 놓은 후 후반부에 가서 폭발시킨다. 이 영화는 허름한 아파트 504호를 공포의 한정된 배경으로 활용해 등장인물의 폐쇄공포증을 극대화한다. 이곳에서 주인공들은 하나씩 예정된 파멸의 길로 들어선다. 등장인물 각자 막다른 골목에 몰린 운명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비극을 그린 시각적 짜임새가 마지막까지 단단하게 꾸며져 있다.
지은이
윤종찬
한양대학교 미국 시라큐스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메멘토> 등의 단편으로 주목 받아온 신예 감독이다.
장편 데뷔작 <소름>은 관객 10만 명을 채우지 못했지만, 평론가들은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문법’이라며 흥분했다. 허물어질 듯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공포를 아슬아슬한 조명으로 독특하게표현해,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에서 감독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