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손수자의 동화에 나타나는 인물은 소외되고 결핍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 결핍의 공간에서 자신의 결핍을 스스로 메워 가며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 이들은 결핍에서 오는 시련과 고통의 한을 충분히 인식하는 자의식을 가진 존재로 그 상황을 극복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로써 작가는 ‘빈자리’를 메워 가는 주체적 동심을 그려 내고 있다. 그래서 손수자의 동화에는 ‘외로움’의 정서가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에 대한 동심의 현실 대응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이것은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동심과의 소통이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결핍과 외로움이 그의 동화의 주된 모티프다.
손수자가 바라보고 있는 세계는 기본적으로 외로움이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비극적 상황 속의 동심을 보살피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빈자리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더욱 혹독하게 처리하여 세계와 직접 소통하는 동심을 바라고 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과 시련의 공간에 대응하는 인물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작가의 신념일 수 있다. 이것이 손수자 작가가 세계를 읽는 방식이다. 그 한가운데 동심이 있다.
200자평
손수자는 <호박꽃 이야기>로 1988년 ≪아동문학평론≫을 통해 등단한 동화작가다. 그의 동화는 ‘결핍’과 ‘외로움’이 주된 모티프다. 그러나 동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결핍, 즉 ‘빈자리’를 주체적으로 메워 가며 세계와 소통한다. 이를 통해 모든 존재가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과 시련의 공간에 대응하는 인물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작가의 신념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걸어 다니는 바다>를 포함한 17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손수자는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호박꽃 이야기>로 1988년 ≪아동문학평론≫을 통해 등단했다. 등단 후 24년 동안 교단 작가로 지금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1997년 부산교육대학교대학원 국어교육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기 쓰는 해님≫, ≪하나는 바람돌이≫, ≪하늘별꽃≫, ≪하늘 나라 기차표≫, ≪단지 엄마≫ 등의 수많은 동화를 펴냈고, 장편동화 ≪가슴마다 사랑≫으로 제1회 눈높이아동문학상을, 동화집 ≪시간 여행≫으로 해강아동문학상을, ≪하늘이네 교실 이야기≫로 제29회 이주홍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해설자
김종헌은 경북 선산에서 태어났다. 2000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나왔으며, 2004년 ≪아동문학평론≫에 <언어유희를 넘어선 내적인 음악성의 부각>을 발표하면서 아동문학 평론을 시작했다. 2013년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아동문학교육 전공)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 교수로 있다.
차례
작가의 말
누가 겨울에 개나리를 피울까?
할머니의 옛이야기
솜사탕 장수 동이 총각
누가 보고 있을까?
시간 여행
하늘 나라 기차표
멋쟁이 도둑
울보 사장
물과 거품
장미와 반지
걸어 다니는 바다
꽝꽝나무와 막대사탕
제발
깃발
그 녀석 길들이기
단지 엄마
말의 씨앗
해설
손수자는
김종헌은
책속으로
1.
여러분은 몇 켤레의 신발을 갖고 있나요?
신장을 열고 한번 세어 보세요.
나들이 갈 때마다 신는 빨간 구두, 딸딸 소리 나는 슬리퍼, 낡았지만 정이 든 운동화가 있다고요. 또 추석이나 설날에 신는 색동 고무신도 있다고 했나요?
그럼 바람은 신발이 있을까요?
바람도 왔다 갔다 하니까 신발이 있을 거라고요?
그렇다면 몇 켤레쯤 가졌을까요?
-<누가 겨울에 개나리를 피울까?> 중에서
2.
남새밭 사이로 보이는 반쯤 열린 사립짝에는 어머니가 빨간 고추를 따서 멍석 위에서 말리고 있었는데, 그 옆에는 누렁이도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고, 어머니가 쓴 낡은 수건 위에는 고추잠자리가 그림같이 앉아 있었다네. 어머니를 본 나는 반가움에 달려가 덥석 어머니 손을 잡고 싶었지만, 어릴 때처럼 어머니를 놀라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나지 않겠나, 그래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네. 부엌에서 나온 누나가 보리쌀을 씻으러 우물 옆에 앉아서 하얗게 뜨물을 받아 내리고 있었고, 광에서 낫을 가지고 나온 아버지는 뜨물을 받아서 숫돌에서 반짝거리게 그것을 갈고 있었어.
-<시간 여행> 중에서
3.
뜨거워서, 뜨거워서 좋았습니다. 추운 나의 마음을 알맞게 데워 주고 익게 해 준 여름이었습니다.
어쩌면 겨울이 다시 온다 해도 지난해처럼 그렇게 춥지 않을 겁니다.
엄마의 말씀대로 거품은 곧 사라질 것이고, 맑은 유리잔에는 따뜻한 물로 채워져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물과 거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