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손연자는 어린 독자들에게 참된 행복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 주려고 한다. ‘어떨 때 우리는 행복한가?’ 손연자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것을 바로 말해 준다. <병풍 뒤의 작은 방>은 주인공이 발을 심각하게 부상당함으로써 시기와 질투에서 빚어진 어긋난 우정을 회복하고, 또 비밀처럼 감추어져 있던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하게 되는 행복을 획득한다. <아주 특별한 날>에서는 마음씨 좋고 착한 택시 기사 아빠가 종일 남을 위해 좋은 일만 하다가 돈벌이는 허탕 치듯 하고 돌아왔으나 좋은 일을 했다는 사실에 아내와 딸까지 그 가족 모두가 행복해진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선물>에서는 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마련하겠다고 나타난 소녀를 만난 화가의 행복, 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준비한 소녀의 행복, 이제 꽃다발과 딸의 초상화를 받을 엄마의 행복을 담는다. 때 묻지 않은 동심이 나타내 보이는 사랑스러운 정성은 만나는 많은 사람마다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파란 대문 집>에서는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던 부자가 나온다. 행복은 바로 그것을 깨닫는 순간에 터져 나온다.
또 사랑과 관용을 더불어 가르쳐 주는 작품들도 있다. <구름나래와 길쭉이>는 바로 그 관용의 강한 힘을 깨닫게 한다. 관용만이 참다운 우정을 갖게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우정은 행복이다. <안녕 콜라코>는 콜라 색깔을 띤 코를 가졌다고 ‘콜라코’라는 이름을 갖게 된 흑염소 새끼 한 마리를 선물로 얻어서 키우는 아이가 용서의 의미를 깨닫는 이야기다. 그러한 용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며 정의의 실천이다.<나는 오늘 붕어빵 봉지에 심어진 한 그루의 오동나무를 보았다>는 대부분의 작품과는 상당히 다른 페이소스가 짙게 전개된다. 이 작품에는 분량이나 주제나 내용 구조상 매우 중요한 액자 스토리가 삽입되었다. 화자 겸 주인공 소년에게 자신의 처지와 닮았으면서도 희망적 용기를 주는 그 액자 스토리가 ‘붕어빵 봉지에 심어진 오동나무’다. 주인공은 빵 봉지에서 읽은 글로써 용기를 얻는다.
그림책 동화의 소재로 적합한 유년 동화들도 있다. 즐거운 상상력을 자극해 읽는 어린이가 신명 나게 할 이야기들이다. <요 알통 좀 봐라>는 도시적이고 외래성 문화에 길든 아이에게 향토적이고 우리 고유의 생활 문화에 젖은 아이의 우월함을 자랑스럽게 과시하는 동화다. <뾰보네 시계방>의 ‘누구나의 시계(시계탑의 시계)’는 자신의 소임에 충실하지 못해 시민의 생활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워하게 된다. <날고 싶은 나무>는 상수리나무의 땅 위 나무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을 부러워하면서 날아다니는 꿈을 꾼다. 그러나 그런 꿈이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에 우울하다. 땅속의 뿌리는 땅 위의 그러한 멋진 세상을 모르고 살아가지만 불만 없이 행복을 느끼면서 산다. 그런데 천년을 한곳에 엎드려 꼼짝 않고 사는 바위가 우울해하는 나무에게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한다.
손연자의 작품들은 동화 문학이 지녀야 할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을 잘 갖춘 모범적인 동화다. 아름답고 반듯한 문체로 어린이로 하여금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누리는 법은 무엇인지 알게 할 뿐 아니라 그 작품을 읽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며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자평
손연자는 어린 독자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누리는 법은 무엇인지 알게 할 뿐 아니라 그 작품을 읽는 것 그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게 한다. 또 ‘동화는 시’라는 표현을 작품으로 보여 주듯이 작품의 성격에 따라 정제되고 농축된 독특한 문체를 구사한다. 이 책에는 사랑과 관용을 더불어 가르쳐 주는 <구름나래와 길쭉이> 외 11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손연자는 194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1984년 ≪소년≫에서 동화 <흙으로 빚은 고향>과 <무지개를 잡은 아이들>로 2회 추천 완료했고 이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바람이 울린 풍경 소리는>이 당선된 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꽃잎으로 쓴 글자>, <방구 아저씨>, <종이 목걸이> 등의 작품이 실렸으며, 한국아동문학상·한국어린이도서상·세종아동문학상·가톨릭문학상 등을 받았다. 펴낸 동화책으로는 단편집 ≪마사코의 질문≫, ≪종이 목걸이≫, ≪내 이름은 열두 개≫, ≪파란 대문 집≫, ≪푸른 손수건≫, ≪우린 친구야≫, ≪사그락 사그락 비 오는 날≫이 있고 장편동화로 ≪까망머리 주디≫, ≪1940년 열두 살 동규≫ 등이 있다. 그림책으로는 ≪까치집에 숨은 댕글이≫, ≪뾰보네 시계방≫, ≪강아지가 오줌을 쌌어요≫, ≪아기 천사 두루≫, ≪우린 달라서 좋아≫, ≪겁쟁이 부리부리새≫ 등이 있다.
해설자
최지훈은 194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77년 계간 ≪아동문학평론≫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했다. 2000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한국아동문학학회 부회장 재임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평론집 ≪한국현대아동문학론≫(아동문예사, 1990), 평론집 ≪동시란 무엇인가≫(민음사, 1992), 평론집 ≪어린이를 위한 문학≫(비룡소, 2001) 등이 있다. 한국현대아동문학상, 제1회 방정환문학상을 받았다.
차례
작가의 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선물
종이 왕
요 알통 좀 봐라
날고 싶은 나무
뾰보네 시계방
안녕, 콜라코
구름나래와 길쭉이
파란 대문 집
아주 특별한 단추 두 개
나는 오늘 붕어빵 봉지에 심어진 한 그루의 오동나무를 보았다
나쁜 딸 착한 척하기
병풍 뒤의 작은 방
해설
손연자는
최지훈은
책속으로
1.
“난 종이 중에서도 으뜸가는 종이의 왕이다. 신문에 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신문에 난 기사에 따라 벌벌 떨 사람, 펄펄 뛸 사람, 툭툭 간 떨어질 사람, 쿵쿵 심장 뛸 사람들 천지다.”
신문은 딱따구리 새가 주둥이로 나무를 파듯 쉴 새 없이 으르딱딱거렸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야. 어디 한번 수준 있게 말해 줄까? 신문은 사회를 올바르게 이끄는 정의의 일꾼이자, 사람과 사회를 일깨우는 목탁이야. 국민은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어. 그 알 권리를 위해 기자들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뛰고 있어. 그러니까 신문은 국민의 뜻을 대신하는 대변자란 말이야.”
…
“아이고머니나, 큰일 났네! 고추장 단지가 깨졌으니 이를 어쩐담?”
건너편 의자에 앉으려던 아주머니가 당황하며 쩔쩔맸습니다. 가방 주인이 잽싸게 가방 속을 뒤지더니 뭔가를 내밀었습니다.
“아주머니, 이걸로 닦으세요.”
주인 아가씨가 내민 건 바로 신문지였습니다.
“아이고, 고마워라!”
아주머니는 대여섯 장이나 되는 신문지를 갈아 가며 꼼꼼히 단지를 닦았습니다. 신문지는 금세 고추장 범벅이 되었습니다. 가방 속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아주 조그맣게 났습니다.
신문지 얼굴이 온통 빨개졌습니다.
아마 고추장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종이 왕> 중에서
2.
바람에 수국꽃이 흔들린다. 바람은 어떤 색깔일까? 바람을 본 일이 없으므로 바람의 색깔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수국꽃이 흔들릴 때 바람은 희고도 파르스름한 물빛이 된다.
수국꽃이 가만가만 흔들린다. 작디작은 꽃송이가 모아져 둥근 얼굴이 된 수국들. 꽃들은 웃고 꽃의 웃음엔 소리가 없다.
수국꽃 빛깔이 되고 싶은 바람 때문일까? 꽃은 마냥 한들거린다. ‘바람을 보자. 꽃에서 놀고 있을 바람을 보자.’ 나는 눈을 가느스름히 뜨고 보일 듯 말 듯 떨고 있는 수국에게 눈길을 준다.
-<병풍 뒤의 작은 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