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자는 현상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기저에는 거대한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의 선별 체제가 있다. 그 체제에서 성공하는 데 실패한 아이들,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지는 게임의 남은 시간”을 보내듯 학교생활을 하며, 수업 시간에 잔다. 경기가 끝나지 않는 한 경기장을 떠나는 것을 상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은 두 가지 중요한 논의 과제를 던져 준다. 첫째는 학생들을 소외와 참여 기피에서 벗어나 수업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 문화 또는 교실 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이며, 둘째는 수업의 교육적 의미가 교사와 학생들에게 깊이 공유되지 못하고, 오직 도구주의적 가치에 지배당하고 있는 교실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다. 자는 아이들을 환대하며, 이들의 박탈된 학습권을 회복하고, 이 아이들의 주체적 힘을 길러 줄 수 있는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학습의 원리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1부 ‘수업 참여와 참여 거부’에서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자는 현상을 사회학적 현상으로 보고,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한다. 2부 ‘자는 아이와 깨우는 교사’에서는 저자가 아이들이 자고 있는 교실로 직접 걸어 들어가 질적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왜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자는지, 교사들이 자는 아이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아이들과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낸다. 3부 ‘협력, 정체성, 참여’에서는 수업 참여를 촉진하는 교육 활동의 특징과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을 깨우기 위한 교육 개혁의 과제를 제시한다.
200자평
개인에 초점을 둔 심리학적 접근법이 아닌 개인 간의 관계,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 학교라는 조직의 규범과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학적 접근법을 취해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자는 것은 어떤 현상인가?’, ‘아이들이 왜 수업 시간에 자고, 교사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 가는 책이다.
지은이
성열관
경희대학교 교수이며, 교육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에서 교육과정 및 수업(Curriculum & Instruction)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 저서로는 『호모 에코노미쿠스 시대의 교육』, 『혁신학교: 한국교육의 희망과 미래』(공저), 『국가와 공적 지식(The State and the Politics of Knowledge)』(공저)가 있으며, 역서로는 『미국 교육개혁, 옳은 길로 가고 있나』가 있다. 최근에는 여러 국제 학자들과 함께 『강한 국가와 교육과정 개혁(The Strong State and Curriculum Reform)』과 『국제 성취도평가 제도에 대한 관심을 이해하기(Understanding PISA’s Attractiveness)』 집필에 참여했다. 2008년 세계인명사전 『마르키스 후즈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었고, 2011년과 2017년에 한국교육학회에서 수여하는 운주논문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혁신학교, 교육과정 개혁, 평가 혁신 등 한국교육의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는 많은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국제적으로는 ≪Curriculum Inquiry≫, ≪Comparative Education≫, ≪International Social Work≫ ≪Oxford Review of Education≫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차례
1부수업 참여와 참여 거부
01교실이라는 사회학적 공간
02교수 실천의 유형학
03수업 참여의 유형학
04수업 참여 거부: 세대 갈등인가, 나쁜 질서인가?
2부자는 아이와 깨우는 교사
05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 연구
06아이들이 왜 수업 시간에 잘까?: 교사들의 생각
07교사의 딜레마와 대응 유형
3부협력, 정체성, 참여
08협력과 수업 참여
09정체성과 수업 참여
10자는 아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여섯 가지 과제
참고 문헌
책속으로
현재의 교실 질서는 계속 잠자는 아이들을 만들어 놓고, 또 자면 질책하는 이중의 피해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한 반에도 몇 명씩 엎드려 자고 있는 오늘날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우리가 깨워야 할 것은 아이 들이 아니고, 잠자고 있는 관행이다. 이 관행적 질서는 학생들의 일부를 ‘내부로의 망명’으로 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1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