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대중매체의 발달은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바꾸어 왔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그에 걸맞은 이야기 방식이 등장했다. 구비전승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매체는 입과 귀가 전부였다. 연극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대형 극장이 지어지면서부터다. 금속활자가 등장하고 문맹률이 낮아지자 소설은 대중 예술의 꽃으로 등장한다. 20세기 전후에 등장한 영화는 연극과 소설의 장르적 결합이다. 이후 라디오, TV 등 전파 매체가 등장했고 현재는 컴퓨터의 발달로 게임이 등장했다. 가상현실 기술로 스토리텔링 기법은 또 다른 변이를 시작할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미래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 그 역사와 변화 양상을 고찰하며 해답을 탐색해 본다.
지은이
이대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 교수다.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2000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게임시나리오부문 베스트아이디어상을 수상했다.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 사무국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제2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집행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 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 행사감독 등 국가 행사를 연출하며 뉴테크놀로지 공연 기법을 선보였다. 문학, 연극, 영화, 방송 및 게임 등 콘텐츠 분야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발판으로 21세기 디지털 콘텐츠의 변화 양상 및 그 작법을 연구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수업>(2016), 연극 <정명>(2012), TV 드라마 <한 소년>(1988)의 대본을 집필했다. 저서로 『오래된 새로운 비전』(공저, 2017), 『이대영 희곡집』(2006) 등이 있고, 논문으로 “극작술 변천 양상 연구”(2007), “초기 사실주의 연극에 관한 연구”(1999) 등이 있다.
차례
01 스토리텔링이란
02 스토리텔링의 기원
03 구비 전승 시대의 스토리텔링
04 서정시, 서사시, 극시
05 극장의 탄생과 연극의 시대
06 활자의 발명과 책의 시대
07 영사기의 등장과 영화의 시대
08 전파 매체와 TV 드라마의 시대
09 인터넷과 컴퓨터게임의 시대
10 스토리텔링의 미래
책속으로
주술은 대개 말로 시작되고 말로 끝난다. 말은 파동이며 장단고저가 있으므로 어휘의 사용에 따라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물론 서사와 스토리가 튼튼해야 한다. 주술사의 말에 의해, 간절하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간절하지 못하면 다시 때를 기다려야 했으므로 노련한 이야기꾼인 주술사의 명이 틀린 적은 없다. 농경시대 정착 후 공동체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주술을 넘어서서 하늘의 신과 조상들에게 미리 공동체의 부귀영화와 만복을 기원하는 제례를 올리게 된다. 이때의 제사장은 이미 오랫동안 부락의 전통을 지켜 온 기억전달자이자 원로 현자로서 모든 제례를 주관했다.
‘스토리텔링의 기원’ 중에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인류 최초의 스토리텔링은 대개 신화(神話)에서 시작된다. 공동체가 공유해야 할 창조주에 관한 이야기가 곧 신화다. 우리의 단군신화를 비롯해 구약성서와 그리스·로마신화를 포함한 각 나라별로 다양한 신화들이 존재하는데 대개 부족의 결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배자이자 제사장인 부족의 우두머리가 하늘로부터 신권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대부분의 창세신화 및 건국신화가 그렇게 탄생한다. 신화는 삼라만상의 탄생과 함께 부족을 이끌어 갈 임무를 갖고 태어난 신성한 존재인 영웅의 이야기가 골자를 이룬다.
‘구비 전승 시대의 스토리텔링’ 중에서
극장의 탄생은 제의와 예술이 분리되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모두가 제의와 축제에 ‘동참’해 그 일원으로서 함께 어떤 ‘행위’를 하거나 즐기거나 했으므로 마땅히 관객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객석에 앉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행위에 동참하지는 않는 관조자 즉 관객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극장에서 배우(俳優)는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고, 관객은 그것을 지켜보며 울고 웃고 감격했다. 이처럼 배우와 관객이라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연극의 시대가 열린다.
‘극장의 탄생과 연극의 시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