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무성영화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
영화의 주요 국가들 사이에는 서로를 연결시키고 묶어내는 영화사의 틀과 공식이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 전기순은 변방의 무성 영화사를 비교함으로써 한 국가의 대중문화의 특징을 결정짓는 데 영화가 차지한 역할과 비중 그리고 한 국가를 지배하는 지배적 장르가 존재하는지를 밝힌다. 이 책은 앞으로 행해질 무성영화 비교 연구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과 스페인의 무성영화 시대를 기억한다
스페인의 문화 전반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저자가 한국과 스페인 두 나라의 무성영화를 망각의 영역에서 불러내 오늘의 지평에 펼쳐 놓는다. 세계영화사에서 스페인과 한국은 변방에 위치해 왔다. 특히 무성영화 시대에 두 국가의 영화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무성영화는 이데올로기와 스타일에 열광했던 시대의 산물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시대 한국과 스페인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다.
지은이
전기순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마드리드국립대학교에서 스페인 현대시에 대한 시학(詩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페인 황금세기문학, 스페인 현대시, 스페인 문화사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스페인 문학과 중남미 현대소설, 스페인어권 영화와 문화에 대한 연구와 저술을 하고 있다. 저서로 『스페인 이미지와 기억』(지만지, 2010), 『환멸의 세계와 매혹의 언어』(2005, 공저) 등이, 역서로 『돈 후안 외』(을유, 2010), 『히메네스 시선』(지만지, 2008), 『사랑에 관한 연구』(풀빛, 2008), 『알모도바르 영화』(커뮤니케이션북스, 2011) 등이 있다. “빅토르 에리세 영화와 시적 리얼리즘”, “알모도바르의 ‘영화 속 영화’”, “소네트와 근대적 형식성”, “기사소설 사회사적 의미” 등의 논문을 썼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 한국-스페인문화교류센터 소장이다.
차례
프롤로그 대과거로서의 무성영화
01 스페인 무성영화에 대한 짧은 역사
1896∼1908: 활동사진의 도래
1908∼1918: 내셔널 시네마의 형성과 바르셀로나
1918∼1929: 성숙기와 마드리드
02 한국 무성영화에 대한 짧은 역사
1897∼1910: 활동사진의 정착
1911∼1919: 신파극과 극장의 형성
1919∼1923: 활동사진 신파 연쇄극의 시대
1923∼1926: 최초의 극영화
1923∼1926: 상업영화의 가능성
1926: 나운규와 <아리랑>
현존 한국 최고(最古)의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
03 스페인과 한국의 무성영화: 지속된 연극성
무성영화의 수용
작업의 미분화
보존된 무성영화
연극성의 지속
참고문헌
책속으로
무성영화는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와 스타일에 열광하던 시대와 함께했다. 초기에 영화를 발견하고 그것을 정착시키는 데 열정적이었던 국가는 제국주의적 열정에 사로잡힌 국가들이었다. 이 글은 그 시대 영화사에서 변방에 있던 두 국가에 관한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 무성영화는 대과거다. 대과거는 기억의 영역이 아니라 망각의 영역에 속한다. 그것이 스페인과 한국의 무성영화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이 작업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프롤로그 대과거로서의 무성영화” 중에서
스페인 무성영화의 연극 의존도는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층 깊었다. 사이네테가 무성영화 초기에 활발하게 수용되었고 이후에는 사르수엘라를 계승한 영화들이 192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다. 한국의 경우 신파극의 위력은 무성영화 전체를 지배했다. 활동사진 신파 연쇄극, 신파영화를 거쳐 <아리랑>과 <임자 없는 나룻배>에서도 신파의 흔적은 끈질겼다. 그것은 이미 신파에 익숙해진 다수의 관객이 존재하는 한 쉽게 저버릴 수 없는 상업적 힘이었다.
“03 스페인과 한국의 무성영화: 지속된 연극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