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각화란 무엇인가? 어떤 대상이나 정보를 도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언어와 어떻게 다른가? 도상에 다양한 권력관계가 숨어 있다. 구체적인 사례는? TV 일기예보의 한반도 지도에 남북한 대립 관계가 담겼고, 특별한 의도에 따른 휴대폰이나 컴퓨터의 아이콘 등도 시각화의 권력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영상학을 전공한 저자는 원시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물의 시각화와 감춰진 권력관계를 탐구하는 새로운 시각문화를 조망한다.
[책의 특징]
시각문화를 살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시각문화나 영상문화에 대한 담론들은 무수히 생산되면서 시기에 따라 반복과 소멸을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기호학, 도상학, 심리학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 책은 이러한 시각문화보다는 시각화에 대한 반성적 분석을 시도한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시각화를 분석하는 하나의 방법론적 시도로써 시각화의 본질적 특성을 알아본다. 미학이나 기존 담론들의 제한을 받기보다 시각화의 본질적 고민과 분석을 제시한다.
시각 디자인과 인문학의 만남을 시도한다
시각화의 본질적 개념을 살펴볼 때, 사회적 맥락성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미디어들은 시각화의 양식과 정보들을 결정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 결과 미디어는 동일한 정보라도 형식에 따라 다르게 매개함으로써 그것을 전달하는 최종 미디어가 그 의미 체계를 결정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시각화도 그 자체가 곧 하나의 미디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정보를 담는 미디어나 형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도상에 담긴 특별한 개념의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인문학적 연구 자세로 다가간다.
일상의 시각적 기호들에 숨은 권력성을 탐구한다
TV 일기예보 화면의 한반도 지도에는 남북한의 대립적 관계라는 맥락이 숨어 있다고 한다. 또 휴대폰 배터리가 5칸 중 3칸이 남았다면,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남았다고 인식하지만, 시각화에 대한 권력관계로 분석하면 절반 이하가 남았을 확률이 50%다. 스마트폰의 경우 아이폰과 갤럭시의 앱 배열 방식이 다른 것도 그 안에 권력관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각화는 우리에게 정보를 주지만, 또한 권력화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시각화의 오류를 살피는 것은 문화와 사회적 분석보다 앞서야 한다.
[책의 구성]
1장은 시각화와 권력관계의 개념을 다룬다. 2장은 문제 제기, 3장부터 5장까지는 이 책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으로 정보성과 매개 형식, 그리고 시점을 권력관계라는 관점으로 각각 분석한다. 6장은 정보성과 매개 형식, 그리고 시점의 상호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7장은 이러한 권력관계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인 정보의 잉여성을 통해 ‘시각화의 비가시성과 잉여정보의 관계’를 분석한다. 8장은 기존의 선행 이론들이라고 할 수 있는 기호의미론, 도상해석, 시각화의 인식, 그리고 시각화와 언어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각 장을 독립적으로 읽기보다는 순차적으로 보는 편이 낫다.
200자평
영상학을 전공한 저자가 원시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물의 시각화와 감춰진 권력관계를 탐구하는 새로운 시각문화를 조망한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시각화를 분석하는 하나의 방법론적 시도로써 시각화의 본질적 특성을 알아본다. 미학이나 기존 담론들의 제한을 받기보다 시각화의 본질적 고민과 분석을 제시한다.
지은이
이진혁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 UI/UX, 기획·컨설팅 업체 (주)에프오알씨앤씨(FOR C&C) 대표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영상대학원 인터랙션디자인과에서 석사학위를, 동 대학 일반대학원 영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국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에서 강의했고, 현재는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강의한다. 주요 논문으로 “국내 소주광고의 에로티시즘 분석”(2010), “푸코의 권력이론과 파놉티콘을 통한 ‘미니홈피’의 권력요소 분석”(2009), “User Interface의 ‘시각화 형식’에서 나타나는 ‘시점’적 권력관계 분석”(2009), “양적정보(量的情報)를 제공하는 GUI 도상 표현의 수용성 분석과 해석”(2009), “자기표현의 웹 UI에서 나타나는 라캉의 ‘상징적 동일시’에 관한 해석”(2009), “뉴미디어 영상시대의 조작적 사용자의 존재론적 접근”(2007)이 있다.
차례
머리말
1장 시각화의 권력관계에 대해
시각화의 분석적 시선과 시각 권력의 한계
해석의 상대성과 인식 문제
시각화에 대한 권력관계 분석의 필요성
2장 시각화에 대한 인식 문제 제기
시각화에 대한 인식
시각화의 매개에 대한 문제 제기
표현에 따른 인식과 시각화
대상에 따른 인식과 시각화
시각화와 매개의 관계
시각화의 정보성에 대한 문제 제기
정보 인식과 시각화: 인식하기 어려운 것의 시각화와 정보성
약속과 규범으로서의 시각화
시각화의 실재성과 맥락성
3장 정보성을 통한 시각화의 권력관계
정보성과 시각화
유사성과 현상적 특성을 통한 시각화: 태양과 달의 시각화
존재와 부재, 존재와 양태의 시각화
양과 질의 시각화
시간과 공간의 시각화
시간의 시각화
공간의 시각화
4장 매개 형식을 통한 시각화의 권력관계
시각화의 형식
매개의 형식과 시각화
인식과 시각화 형식의 상호성
대상의 인식을 통한 시각화
시각화의 형식을 통한 인식 문제
선택을 통한 시각화의 형식
5장 시점을 통한 시각화의 권력관계
시점과 시각화의 관계
투시원근법과 시각화
시점에 따른 시각화의 특성과 시점적 권력관계
6장 정보성, 형식, 시점의 상호 관계
정보성, 형식, 시점을 통한 시각화의 제한과 특권적 관계
정보성, 형식, 시점의 상호성
7장 시각화의 비가시성과 잉여정보
비가시성을 통한 시각화의 권력관계
잉여정보를 통한 시각화의 권력관계
8장 도상해석, 기호의미, 언어와 인식의 비판적 고찰
시각화의 해석과 적합성
도상해석의 비판적 고찰
기호의미 해석의 비판적 고찰
시각화의 해석과 언어의 관계
시각화와 인식 문제
시각화의 선행 이론 평가와 권력관계와의 비교
9장 시각화의 한계와 특권적인 권력관계
시각화의 한계가 특권이 된다
더 살펴보아야 할 것들
참고문헌
책속으로
인류가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수만 년 전에는 있는 그대로의 사물만을 만났을 것이다. 그러던 인류에게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는데, 빌렘 플루서(Vil?m Flusser)의 말을 빌면, “그림과 텍스트를 거쳐 기술적 형상”으로 이어진다. 이제 거의 모든 인공적 사물은 시각화가 반영된 것이다. 주로 지시를 목적으로 하던 시각화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고 지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제공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러한 시각화에는 문자나 언어와는 다른 권력성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시각화에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권력관계가 내재해 있고, 그러한 시각화를 통해서 정보의 유용함뿐만 아니라, 오류의 문제들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시각화의 권력성을 어떻게 논의할 수 있으며, 그 시각화의 권력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를 탐구한다.
“들어가면서” 중에서
결국, 시각화를 분석할 수 있는 주요한 구분은 첫째, 시각화의 본질적인 개념과 둘째, 그것을 인식하는 주체의 문제, 마지막으로 그것의 양태적 가능성을 제공하는 사회적 맥락성이 있다. 또한 최근의 미디어들은 시각화의 양식과 정보들을 결정하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매클루언(H. M. McLuhan)이 제시한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개념이 이러한 점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형식적인 논점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의 형식이 동일한 정보를 다르게 매개함으로써 그것을 전달하는 최종의 미디어가 그것의 의미 체계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각화의 문제도 시각화가 곧 하나의 미디어라는 귀결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미디어든 하나의 형식적 개념이든 하나의 정보를 담는 순간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의 도상일지라도 그것이 언어와 다른 개념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언어와는 다른 구조적인 분석 요소를 가진다고 하겠다.
“2장 시각화에 대한 인식의 문제 제기” 중에서
잉여의 존재는 항상 감추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잉여정보가 겉으로 드러나 있다는 것은 소통과 의미 해석의 관계로부터 통용의 범주 속에 전제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엄밀히 잉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잉여정보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의미가 전달되지 않았거나, 어떤 관계로부터 그 존재의 여부가 은폐된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잉여적 속성은 언어적이거나 기호적인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으나, 이 책에서는 시각화를 중심으로 언급했다. 시각화의 권력관계는 이러한 잉여정보의 해석과 그 해석 가능성을 전제할 때 분석될 수 있으며, 그 잉여정보에 대한 해석적 견해에 따라 해석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해석하기 위해서는 시각화에 대한 분석의 과정을 필요로 하는데 시각화의 분석은 다양한 개념과 관점에 의해서 시도할 수 있다.
“9장 시각화의 한계와 특권적인 권력관계” 중에서
추천글
인간은 태어나는 것 그 자체가 트라우마라는 말이 있다. 인간 권력은 이러한 까닭으로 생존 조건의 실체(substance)가 된다. 이진혁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정보와 그것들을 전달하는 매개형식과 시각화 작업 뒤에 감추어진 인간 권력이 어떻게 실체를 은폐하면서 작동되는가를 폭로한다. 정말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프레이밍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나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읽기를 권하고 싶다.
_ 오근재 전 홍익대학교 조형대학장, 영상대학원장
바야흐로 비주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의 시대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도상학, 조형이론에서 벗어나 시각화의 권력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시각화의 해석과 관계를 치밀하게 접근하는 저자의 뚝심이 돋보인다.
_ 김현석 세계커뮤니케이션디자인단체총연합회(ICOGRADA) 상임이사,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
피에르 프랜카스텔(Pierre Francastel)이 살아 있었다면 현대 시각문화를 이렇게 조망했을 것이다.
_ 신항식 시각기호학자, 『색채와 문화 그리고 상상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