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화는 나의 진실이다
시네마 베리테 계보와 역사 … 다큐 효시 <북극의 나눅>부터 다이렉트 시네마 <회색 정원>까지
시네마 베리테는 1960, 1970년대에 프랑스와 북미에서 유행하였던 다큐멘터리 전통을 일컫는 말이다. ‘최초의 시네마 베리테 영화 역시 프랑스의 장 루시(Jean Rouch)와 에드가 모랭(Edgar Morin)에 의해 만들어진 <어느 여름의 기록(Chronicle d′un été)>(1961)이 꼽힌다. 이 작품은 1960년 여름, 파리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을 밀착 촬영하면서 행복, 사랑, 노동 등에 대한 이들의 생각과 당시 아프리카의 식민지 전쟁 및 인종 차별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담고 있다. 루시와 모랭은 영화감독이 영화화되는 사건에 최대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영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라는 기제를 통해 영화 대상의 삶에 개입하고 탐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시네마 베리테의 역사를 좀 더 넓게 잡는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효시 <북극의 나눅(Nanook of the North)>(1922)을 만든 로버트 플래허티(Robert Flaherty) 감독을 시네마 베리테의 선구자로 삼는다. 프랑스의 시네마 베리테뿐만 아니라 북미의 다이렉트 시네마,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나타난 관찰적 시네마까지 시네마 베리테의 계보에 포함한다.
다이렉트 시네마는 영화감독이 영화 대상이나 영화적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이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시네마 베리테와는 차이가 있다. 관찰적 시네마 또한 인류학과 영화를 접목하려는 학문적 욕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다른 일반 다큐멘터리 영화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리얼리티와 재현, 감독과 영화 대상과의 관계, 영화 미학, 영화 언어, 영화 기술 등 영화적 시각과 방법론에서 볼 때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으므로 시네마 베리테로 묶어 이해한다.
<어느 여름의 기록>과 크리 마케르(Chris Maker)의 <멋진 오월(Le Joli Mai)>(1962)은 프랑스의 시네마 베리테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마케르는 자신의 영화 방법론을 시네마 베리테가 아닌 ‘시네 마 베리테(ciné ma vérité)’, 즉 ‘시네마, 나의 진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메리칸 다이렉트 시네마는 리처드 리콕(Richard Leacock)의 <즐거운 어머니 날(Happy Mother’s Day)>(1963), 밥 딜런의 콘서트 투어를 그린 돈 알란 페니베이커(Donn Alan Pennebaker)의 <뒤돌아보지 마(Don’t Look Back)>(1966), 옛 저택에서 은둔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두 모녀의 이야기를 그린 메이즐즈 형제(Maysles brothers)의 <회색 정원(Grey Gardens)> (1976) 등이 대표작이다. 민족지 영화(ethnographic film)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맥두걸(David MacDougall)의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1974)은 관찰적 시네마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영상인류학자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전문가인 전남대 이기중 교수가 이들 영화의 이야기 구조와 영화적 특징을 분석한다.
200자평
시네마 베리테는 1960, 1970년대에 프랑스와 북미에서 유행하였던 다큐멘터리 전통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시네마 베리테의 역사를 더욱 넓게 잡고 로버트 플래허티(Robert Flaherty)의 <북극의 나눅(Nanook of the North)>(1922)에서 시작하여 메이즐즈 형제(Maysles brothers)의 <회색 정원(Grey Gardens)>(1976)에 이르는 시네마 베리테 계보를 4가지 주제―시네마 베리테의 선구자, 프랑스의 시네마 베리테, 북미의 다이렉트 시네마, 관찰적 시네마―로 나누어 고찰한다.
지은이
이기중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인류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사)한국시각인류학회 회장과 한국국제민족지영화제(KIEFF)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영상인류학, 시각문화, 다큐멘터리 영화가 주된 연구 분야다.
『Wedding Through Camera Eyes』(1999)로 미국인류학회에서 수상했으며, 저서로 『일본 국수에 탐닉하다』(2018), 『렌즈 속의 인류: 민족지영화와 그 거장들』(2014), 『유럽맥주견문록』(2009), 『북극의 나눅: 로버트 플래허티의 북극 탐험과 다큐멘터리 영화의 탄생』(2008), 『동유럽 보헤미안을 가다』(2007) 등이 있다.
차례
시네마 베리테의 계보
01 다큐멘터리 영화의 탄생 <북극의 나눅>
02 시네 아이 <카메라를 든 사람>
03 시네마 베리테의 실험 <어느 여름의 기록>
04 시네 마 베리테 <멋진 오월>
05 다이렉트 시네마의 시작 <예비선거>
06 현장의 관찰자 <즐거운 어머니날>
07 로큐멘터리의 효시 <뒤돌아보지 마>
08 사회적 담론의 다큐멘터리 <고등학교>
09 인물 탐구의 다큐멘터리 <회색 정원>
10 관찰적 시네마의 시선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
책속으로
1895년 영화가 탄생한 이래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인간의 삶을 재현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왜 1922년 개봉된 <북극의 나눅>을 ‘다큐멘터리 영화의 효시’로 보는 걸까? 이를 알기 위해 로버트 플래허티의 영화 방법론과 제작 의도가 당시의 논픽션 장르의 제작자들과 어떻게 달랐으며, <북극의 나눅>의 영화방식이 어떻게 현대적 의미의 다큐멘터리와 부합하는지 고찰한다.
_ “01 다큐멘터리 영화의 탄생 <북극의 나눅>” 중에서
장 루시와 에드가 모랭에 의해 만들어진 <어느 여름의 기록>(1961)은 ‘시네마-베리테’를 탄생시킨 작품으로 손꼽히며, 로버트 플래허티와 지가 베르토프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루시와 모랭의 영화적 의도를 고찰하고, <어느 여름의 기록>에서 루시와 모랭이 보여준 ‘시네마 베리테의 실험’을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_ “03 시네마 베리테의 실험 <어느 여름의 기록>” 중에서
로버트 드류의 <예비선거>(1960)는 기술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다큐멘터리 영화이자 아메리칸 다이렉트 시네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드류가 주축이 된 ‘드류 동료’ 영상집단의 성격과 <예비선거>의 영화 미학과 방법론을 다각도로 고찰한다.
_ “05 다이렉트 시네마의 시작 <예비선거>” 중에서
1960년대 초기에 나타난 로큐멘터리는 다이렉트 시네마와 역사를 같이하면서 한때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뒤돌아보지 마>는 페니베이커가 드류 동료 집단을 나와 만든 첫 번째 작품이자 다이렉트 시네마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뒤돌아보지 마>의 제작 배경, 페니베이커와 밥 딜런의 만남과 협력적 영화 작업, 그리고 <뒤돌아보지 마>의 시각적 연출 전략과 영화사적 의미를 고찰한다.
_ “07 로큐멘터리의 효시 <뒤돌아보지 마>” 중에서
1960년 말 등장한 관찰적 시네마는 데이비드 맥두걸의 영화 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아프리카 북동 우간다의 지에 유목민을 다룬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1974)은 맥두걸의 첫 번째 민족지 영화이자 관찰적 시네마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관찰적 시네마의 출현 배경,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의 이야기 구조와 영화적 특징을 분석한다.
_ “10 관찰적 시네마의 시선 <가축들과 함께 살기를: 건기의 지에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