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한국 명랑만화의 전성기를 이끈 만화계의 원로작가이자 대한민국 만화사의 산 증인인 신문수는 천편일률적 영웅 이야기나 단순하고 평면적인 화풍에서 벗어나 친근감 있는 고전적 소재를 활용해 우리네 골목과 이웃의 이야기를 만화라는 대중적인 장르를 통해 성공적으로 그려 낸 이야기꾼이다. 이 책은 한국 명랑만화의 태동과 발전기를 지나 온 신문수 만화의 세계관을 고찰하고 독자와 대중에게 그가 미친 영향, 웹툰 시대에 출판 만화가 주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탐구한다. 작가가 50여 년간 발표한 120여 편의 작품 중에서 대표작 여섯 편을 선정해 그의 작품 속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살펴보고 작가의 가치관이 시대와 더불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다룬다.
지은이
장은진
문화콘텐츠컴퍼니 초록스페이스 대표이자 동명대학교 겸임교수다.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방송(SBS)과 한국방송(KBS)에서 방송작가로 15년간 활동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축제 프로그램 기획, 해양대학교, 동서대학교 BK 산학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지금 스토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공저, 2017), 『디지털문화론』(공저, 2015), 『부산의 문화예술콘텐츠』(2015), 『레인보우 부산』(2014)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한·중 인어설화의 현대적 변용과 신화적 상상력”(2017), “한국 대중문화에 나타난 사후 세계의 환상성-웹툰<신과 함께:저승편>을 중심으로”(2016) 등이 있다.
차례
01 한국 만화 르네상스를 이끈 명랑 5인방
02 한국 만화계 新 스토리텔러
03 신문수 만화의 일상성의 언어
04 설화에서 찾은 한국적 상상력 <도깨비 감투>
05 <로봇 찌빠> 속 소통의 미학
06 타임 슬립 판타지 <원시소년 똘비>
07 고전의 변용과 해체 <요술 항아리> 대 <서울 손오공>
08 성인 만화로의 도전 <신판 옹녀전>
09 카툰에서 웹툰으로: 신문수의 여정
10 신문수 만화의 노스탤지어
책속으로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을 응징하는 주제는 여전히 신문수 만화를 정의하는 단어들이다. 그의 만화는 선하고 착한 주인공이 이끌어 가며, 그 착한 아이들이 보상받는 사회를 그린다. 영화 <신과 함께ᐨ죄와 벌>의 흥행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공하는 이야기란 어떤 대단한 철학이 아닌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동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신문수의 첫 번째 코드 권선징악은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영원한 주제임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명랑만화사에 새겨진 일상의 힘’ 중
신문수 만화의 노스탤지어는 낯선 존재들과의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더 특별하다. 결함을 가지고 있는 로봇 찌빠, 로봇보다 더 낯선 외계인 꽁빌라,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손오공 일행, 모두 낯설고 타인의 경계에 있는 이들이었지만 신문수 만화에서 이들은 신뢰와 포용으로 구성원이 되고 그 안에서 함께 나누는 관계를 맺게 된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Michel Maffesoli)가 주장한 ‘타자와 관계 맺기’의 시작은 상대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된다는 ‘관계(reliance)’ 개념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문수의 만화는 낯선 이방인들의 존재를 우리 삶에 적절히 등장시킴으로써 이미 30년 전 다문화의 시대를 예견했으며 그 안에서 낯선 존재와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주장했다고 볼 수 있다.
‘신문수 만화의 노스탤지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