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홉 소녀들이 어딘가에 모여 이야기를 지어내는 놀이를 한다. 차례가 오면 각자 자신의 실제 상황에 덧붙여서 다소 허구가 섞인 이야기들을 나머지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 처음엔 순진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게임을 통해 이 작품의 주제인 노동, 여성, 성폭력, 비만, 가족, 알코올, 돈, 고독, 소외, 사랑, 죽음, 동성애, 납치, 왕따, 인종 차별, 침묵, 전쟁, 이주민(난민) 문제가 다뤄진다. 자신들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미성년인 소녀들이 성인들과 다름없이 잔인하고, 사악하고, 양면적이고, 소름 끼칠 정도로 폭력적인지 보게 된다.
프랑스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면서 배우이기도 한 상드린 로슈의 <아홉 소녀들>(2011)은 일반적인 희곡 형식이 아닌 독특한 형식을 보여 준다. 각각의 상황들을 모은 조각들이며, 3부로 되어 있다. 총 23장의 균형이 맞지 않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작품을 재즈처럼 자유롭게 해석해 연주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혼자, 둘, 셋… 아홉까지 각각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악보처럼 소리가 만들어지고 움직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단순하고 젊은 감각의 언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폭력의 세계를 신랄하면서도 냉소적으로, 하지만 유머스럽게 보여 준다.
200자평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 상드린 로슈의 희곡이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다. 무대에는 어린 소녀들이 등장해 놀이를 벌인다. 이들의 대화에서 여성, 놀이, 현대 사회, 여성혐오, 성폭력, 왕따, 차별, 인종 차별, 동성애, 난민 등의 주제가 부각된다.
지은이
상드린 로슈(Sandrine Roche)는 1970년생 프랑스 극작가, 연출가이자 배우다.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정치학을 공부했다. 1998년에 벨기에 브뤼셀에 정착해 라사드 연극학교에 들어간다. 졸업 후 연극배우가 된다. 2001년에 연출가 바르테레미 봉바르가 그녀에게 <깊이 없는 여정>이라는 텍스트를 주문한다. 이 작품으로 2003년 안 시 소재 국립극장의 보마르셰 장학금을 받았으며 이 극장에서 올라간 자신의 공연에 연기자로도 참여했다. 2003년에 파리에 있는 파크 드 라 빌레트의 세 공간, 그리고 브뤼셀에 있는 탑과 택시라는 지하 갤러리에 투자하는 ‘상황들의 조합’이라는 단체를 공동 창단한다. 아망다 키블(라툰 극단)과 크리스토프 모리세(구리 극단)가 벨기에에서 시도한 연출 작업에 협업한다. 그리고 작곡가 로돌프 미뉘를 만나 그와 함께 작가, 연기자, 트럼펫 연주가로서 <로자, 트리오>라는 작품을 만든다. 2005년에는 작품 <모든 인간적인 경험의 레뒥토 압쉬르둠>(<나의 언어!> 3부작 가운데 첫 편)으로 국립도서센터에서 주는 장학금을, 2007년에는 <사물들의 영속성, 불안에 대한 에세이>의 2부작 첫 작품인 <질긴 고기, 천천히 씹는 희곡>으로 국립연극센터에서 주는 창작 지원을 받는다. 2008년에 ‘전망 네브스키 협회‘라는 극단을 창단한다. 그녀는 렌 시 ‘서클 극장’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창작 아틀리에를 운영했는데, 희곡 <아홉 소녀들(밀고 당기기)>은 거기서 태어났다. 이 작품은 2011년에 극작가 리옹 대회 대상을, 2012년에는 국립연극센터의 창작 지원을 받았다. 2014년에 필립 라본, 스타니스라스 노르데 연출로 공연되었다. <나의 볼 연지>, <빨간 모자에 대한 색채 변주>, <펠트 천>, <딜런(Dilun)>, <(식물) 범의 귀(Saxifrage)>, <나는/선언한다>, <둔덕에 대한 시론>, <H부터 H까지> 오페라 대본, <살아 있는 자들의 몸짓. 춤추는 작은 비극들>, <십자군(조제와 젤다)>(2017), <넘치는 인생>(2017), <입체>(2017) 등을 발표하며 현재까지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옮긴이
임혜경은 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프랑스 몽펠리에 제3대학, 폴 발레리 문과대학에서 로트레아몽 작품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 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 전 프랑스문화예술학회 회장을 지냈다.
‘극단 프랑코포니’(2009년 창단) 대표이며,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공이모)과 연극평론가협회 회원으로서 연극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이모 대표, ≪공연과 이론≫ 편집주간, 희곡낭독공연회 대표를 지냈다.
1990년대 초반 카티 라팽(한국외대 불어과 교수, 연출가, 시인)과 공역으로 한국문학을 프랑스어권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을 시작해 대한민국문학상 번역신인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91), 한국문학번역상(한국문학번역원, 2003)을 카티 라팽과 공동 수상한 바 있다. 2014년 서울연극협회에서 수여하는 서울연극인대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2015년 프랑스 정부 교육 공로 훈장(PA)을 수훈했다.
차례
한국의 독자에게
작가 노트
아홉 소녀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너희 여기 사람이 아니잖아.
−우리가 여기 사람이 아니라고?
−얘 뭐라는 거야?
−난 너네 집 옆에 살잖아!
−신분증.
−어?
−너네 신분증, 신분증 보자고 하잖아!
−없어.
−나도.
−아무도 신분증 안 가지고 있다구? 그럼 모두 경찰서로 그리고 집에는 내일 비행기로.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우리 집이 어딘데?
45쪽